문상현의 카미노 (링반데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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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엔 까미노

가지 않은 길

까미l노 2015. 12. 8. 20:08

 

                                                                                             

숲 속에 두 갈래 길이 있었다고

나는 사람이 적게 간 길을 택했었다고

그리고 그 때문에 모든 것이 달라졌다고

--프로스트--

 

나는 집에 있다는 것에 절망을 느꼈다.

나의 삶을 보내야 할 곳 가운데

지구상에서 이보다 나쁜 곳은 찾아보기 힘들 것 같았다.

--알랭 드 보통<여행의 기술>--

 

나도 가끔 그런 생각을 했다.

머물고 있을 때는 늘 떠나고 싶은 생각이 간절했다.

성 아우구스티누스도 그런 말을 했다고 한다.

 

세상은 한 권의 책이다.

여행하지 않는 자는

그 책의 한 페이지만을 읽었을 뿐이다.

--잭 캔필드(외)<행복한 여행자>중에서

 

이용한의 책 (은밀한 여행)을 보면 그는 여행으로 먹고 살지는 못한다고 한다.

책을 쓰고 번 돈이래야 오롯이 길에다 붓기도 모자랄 정도라면서

여행이 호구지책이 되는 것을 부러워하는 사람들에게 했던 말이다.

 

나도 그처럼 가지 않은 모르는 길을 만나면 무턱대고 가보는 사람인데

여행이든 길이든 원래 가려고 했었던 곳으로가 아닌 엉뚱한 길로 들어설 수도 있겠지만

그랬다고 해서 내 운명씩이나 뭐가 달라졌겠으며 후회하지도 않거니와

가려고 했었던 길 보다 더 나빴을 거라고도 생각 않는데 선택했던 길을 갔었기에

제대로(?)가려던 길에서 만날 수 없는 많을 것을 보았음을 다행으로 생각하니까...

그렇지만 나는 절대 긍정적인 사람은 못 되는 편이다...  

 

내가 나쁜 사람으로 살기로 작정한 후 부터 홀가분해지기로 했는데

세상 떠날 때 까지도 스스로가 용서 안 되면 그냥 용서 하지 말자 라고 작정을 해버렸기 때문이다...

 

살아가던 이유가

유순하게 흐르는 강가에 나가 앉아

차라리 졸면서 빨간 찌 끝에 앉은 잠자리나 보자던 것이었다가

 

살아내던 이유가

내 몸에 버거운 커다란  걸망 하나 짊어지고 세상의 모든 산에 들어

지칠 때 까지 돌아댕기자던 것이었다가

 

살아있는 이유가

세상의 길에 서서 지는 해를 따라 걸어가다가 사멸했으면 싶어서이다...

 

언젠가는

내일이라도

지금 당장이라도

여행을 떠날 수 있어서 아직은 살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