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상현의 카미노 (링반데룽)
[스크랩] 팽촌거인의 차칸 샥스폰 연주와 살 음는 인덕원 닭빨 본문
"봐라...봐라..발 밑에 쑥 새싹이 올라온다 아이가?"
쑥범벅 해먹으면 월매나 조을꼬!
학의천 물내음은 조금 껄끄러운 수준이었지만 버들강쉐이 새순 오르고
개천 가 노랑 개나리 꽃망울 아무도 안 볼 때 몽골몽골 벌어지고 있었으니 봄빠람 나기 딱 좋았고
출발 할 때 그노무 날씨 한 번 또 환장할만큼 좋았더랬다.
아! 봄빠람이나 났으믄 딱 조케따~
진행 한답시고 고샅에 방울소리 날만큼 앞 뒤로 뛰고 다리 위로 올라가고 혼자 난리 부르스를 치며
사진을 찍기는 찍었다만 지가 무신 사진작가도 아니고 똑딱이 카메라로 개폼 잡아봤자
무조건 셔터를 눌러 200 여장 찍었겠다...
그런데 이거이 뭬야~ 겨우 반 맘이나 찰까 말까한
3-40장 건졌는데 그나마 내 맘에나 들지 다른 이들이 보면 뭐라고나 할까...
요즘은 인도행 토요반나절 걷는 거리가 예전만큼 15km이상이 안 되어서 그런건지는 모르지만
선두에 있다가 사진 찍는다고 중간으로 쳐지면 어김없이 내달리는 맨 앞의 사람들...
뒤를 돌아보고 내 뒤의 일행이 따라오는 지 언제나 살피라고 고로코롬 잔소리를 해댔건만
쇠 귀에 경 읽기여...
처음 나오시는 회원들이 제일 겁을 많이 가지는 게 잘 못 따라가서 민폐 끼칠까
지레짐작으로 포기하고 참석을 안 할려고 하는 것인데 지나 내나 처음엔 초보였잖여?
그려?
안 그려?
선두로 가실려걸랑 존말로 할 때 담 부터 천천히 걸으소 마~
실개천 돌다리 건너 학의천 상류로 거슬러 올라간다.
거칠고 험한 바닷길 2만 여 키로미터를 헤엄쳐서 모천으로 회귀하는 연어를 떠 올리지는 않았지만...^^
어쨌거나 사람은 위로 가야 조은거시여~
길을 걸어도 오르막을 걷는 게 내리막을 걷는 것 보다 한결 관절 운동에도 조은거시고
지하철 탈 때 만나는 에스컬레이트에서는 절대 내리막에는 걷지말고 가만히 서 있을 것이며
반드시 오르막일 때만 걸어 오르되 가능하면 계단으로 걸어서 올라가란 말시...암먼...
각설하고...
학의천변을 다 지나 백운호수제방위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다가 호수를 일주하기로 한다.
차도 옆 조그맣게 난 인도를 따라 걷다가 에라~
우리가 언제는 아스팔트 따라 걸을려고 길에 나섰더냐....
과감하게 호숫가 둑길로 내려서기로 작정했는데 걱정스런 회원 왈!
"길 없으면 어쩔려고요?"
"아, 길 없으면 만들어서 가고 그래도 안 되면 산을 넘지요 뭐..."
이렇게 따스한 봄날 호수 위 물비늘 반짝거리고 앞 뒤로 어여쁜 아줌마들(난 생 첫 거짓말) 보이니
어이 행복한 하루가 아니라 할 수 있으랴~
밑둥만 남은 볏단 사이로 걸어보렴~
파아랗게 새싹이 올라오는 잡초를 밟으며 걷는 논두렁 길에 발바닥이 황홀하다고 속삭이는 것 같다...
어찌 저리 예뿌냐...
울긋불긋 옷들을 잘 차려입고 보무도 당당하게 걷는 저 사람들의 모습이
아름다워 보인다고 하면 괜스런 미사여구라고 할까만...
저렇게 걷는 중간 중간 다정하게 부부동방 하셔서 서로 사진 찍어주는 모습이야말로
우리 "인생길 따라 도보여행" 이 만들어 가는 행복추구의 모습이 아닐까...
저기 가는 저 아줌마의 뒷모습은 엄청 건강하다 그쟈?
괜히 튼튼하다 그러면 삐지실테니까 그냥 건강하다 그러는거지 뭐,
여름이 오면 튼실한 조선무들도 많이 보일거야 그쟈?
가다 막히면 길 만들어서 가고 그래도 안 되면 산을 넘지 뭐...
그랬는데 등불님이 걸어보셨던 길을 안내 하셔서 기가 막힌 숲길로 가게 된다.
호숫가 위 낙엽쌓인 오솔길도 걷고 ...
초록색 배낭을 맨 아가씨는(아니 아줌만가...^^)마치 달리기 하는 폼으로 걷고
뒤에 시크릿님은 사관생도 행진하는 모습처럼 보무도 당당하게 어깨 쭉 펴고 다리를 차면서 씩씩하게 걷고 있구만...
숲 속으로 난 호숫가 위 이 길이 좀 더 길게 이어졌으면 하는 아쉬움도 있었지만
그나마 오늘 토요 반나절 길이 포장 된 도로로만 걷는 길인줄 알고 오셧다가 발바닥 황홀해지던 길을 많이 걸으셔서
인제부터 카미노가 가자는 길은 무조건 따라 나서겠다나 뭐래나...
흐흐흐...인도행 회원치고 카미노한테 안 속았다 그러는 사람 있으면 나와보라 그러지...
항상 진행했던 도보여행 때 마다 일기예보의 행운이 따라주는 덕택인지
오늘 역시 다행인지 아직도 비는 내리지 않는데
날이 저물어가는 시간이 되니까 먹구름이 조금씩 몰려오는 둣 하다...
꼬르묭..너는 아느뇨?
낙엽을 짓이기며 걷는 저 아줌마의 몸무게를...
나물바구니 옆에 끼고 오지를 않아 안까워 하며 걸었던 어린 새 쑥 지천이었던 논두렁 길
주중에 나물캐기 평일 도보 누가 함 하소~
쑥 털털이 하시거들랑 학실하게 불러서 맥여 주시기를...
처음 토요 반나절 공지가 올라갔을 때 꼬릿글에 참가 신청은 아예 한명도 없었는데다
오로지 그노무 전설 속의 인덕원 발꼬락인지 닭빨인지 하는 이야기들만 난무를 하더니...
기어이 찾아간 닭발집은 손넘들 만원이었던지라 텅 빈 옆집 막창 집으로 갈려다가 겨우 자리를 비집고 앉았겠다...
뒤 늦게 오랜만에 나타난 샤넬 퀸님도 동석하고 세 군데 나눠 자리하고
여성들만 앉은 자리로 가려던 나는 여기가 비주류겠네...하며 여성들 좌석으로 돌아 앉으려는데...
"여긴 오리지널 주륜데요?" 하시는 여성 회원(닉네임은 몰러~)
놀란 가심 쓸어내리며 급히 뒤돌아 앉았다...까딱 했으면 까딱할 뻔 했다...
그나저나 여성회원 테이블의 닭빨이 제일 먼저 동이 났다는 이야기는 숨겨야겠지...
게다가 무신 닭 똥구녕은 또 왜 그리들 좋아하시는지...
푸짐해 보이기는 하는데 입에 들어가면 씹을 게 별로 음써요...
발가락이 날씬한 닭이라서 그런건지(차라리 무좀 걸린 닭발이거나 평발인 달발이라면 살이나 좀 있을텐데)
전설따라 들려오던 인덕원 닭발은 살이 너무 음써따....
그나마 닭 발꼬락에 묻어있던 빨간 양념 맛이랑 김가루 발라부튼 밥은 츠암 마시서따만...
뒤풀이 식사를 마치고 그곳에 사시는 평촌거인님의 샥시폰 동호회 연습실로 초대 받아 갔었다.
팽촌거인님의 연주 세 곡과 이제 겨우 몇개월 연습하셨다는 여성회원 한 분을 억지로 꼬드겨서
당황스럽게 했던 연주솜씨를 감상했었는데 아마츄어 동호회시라면서 깔끔한 연주 실력을 보여주셨다.
그리고 이러쿵하고 저러쿵 그러저러 해서 이 번주 토요반나절을 마쳤다...
이상 끄읕~
다 읽었으면 담에 밥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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