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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산청우

몰랐던 혹은 무관심했던

까미l노 2015. 11. 18. 18:30

 

 

눈높이를 맞춰보라...

키를 낮춰 땅바닥 근처를 보라...

고개를 숙여 많은 것들의 아래를 보라...

 

무관심으로 볼 수 없었던 많은 것들을 새롭게 볼 수 있을 것이다.

 

 

                                                                 

빡빡머리 학창시절에 줄곧 인생무상  삶의회의 라는 옛말을 늘상 달고 살며 굵고 짧게 살겠다던 그 친구는

제 입으로 뱉었던 말 약속이라도 지키려던 것인가 거짓말처럼 홀연히 세상에서 떠나 사라져버렸단다.

 

죽고 못살던 놈들끼리 수십 년이 흐른 후에서야 소식을 듣고선 몰랐던 것처럼 무관심한 듯 잊혀져 간다...

그런데 오늘 지금 왜 미안한 마음이 드는 것일까?

 

무심히 나를 지나쳐 가는 수 많은 사람들 그런 그들을 무심하게 구경하고 서 있는 나

사람들은 누구나가 다 살면서 누군가에게든 관심을 받아볼려고 관심을 받아야만 한다고 아등바등대며 살았을 터,

 

지나왔던 날 돌아보니 나는 관심을 받을려고 살아온 것이 아니라 관심에서 멀어지게 할려고

어느 누구에게서도 관심 받는 사람이 아니되기를 애써 노력하는 건 떠난 후 아무도 기억하지 않기를 바라기 때문이었을까?

 

 

 

나름대로 진화를 해왔고 지금도 여전히 진화를 하고 있을 세상의 모든 생물들

한 순간이라도 먼저 태어난 가족에게(?)조금이라도 햇빛을 가리지 않을려고 바켜나면서 새싹으로 태어나는 나뭇잎들

(그걸 인간들은 잎이 마주나고 돌려나고 라고 한다)

 

올해 태어나는 녀석들은 한 치 키를 올려준 부모인 줄기에서 작은 가지를 뻗어 잎을 틔우면서 아랫쪽 형들의

햇살바라기를 방해하지 않고 조금씩 비켜 어긋나고 돌려서 태어나는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제대로 된 배려의 진화가 아니던가...

 

어린시절 아까시 나뭇잎으로 가위 바위 보를 했던 기억

아까시 나뭇잎은 절대 가족의 햇살을 방해하지 않으면서 자란다.

 

그러고 보면 몰랐던 혹은 무관심한 채 살아가는 만물의 영장인 인간들은 배려는 커녕 진화가 제대로 되지 않은 생물인 것 같다...

 

 

 

흙이 모자라는 제주도와 한라산의 토양 특성상 뿌리를 깊이 내리지 못해 땅의 윗쪽에서 넓게 퍼져 나가면서

닥치는대로 움켜쥐고 버텨내며 살아가려는 나무들을 볼 수 있다.

(뿌리가 땅위로 보인 채 뻗어나간 이걸 상판근이라고 한다)

 

편백나무의 뿌리 한 줄기가 땅위를 기어 붙잡을 것들을 찾다가 바위구멍을 발견하고 그 속으로 들어갔다.

많은 비와 토사가 쓸려내려와도 움켜쥔 저 바위가 송두리째 뽑히지 않은 이상 편백나무는 잘 버텨나갈 것이다.

 

 

 

한국인에겐 꽤 친근하고 사랑받는 나무들인 소나무와 벚나무(산벚)

허릿살을 봐서는 아마도 조금 먼저 태어났을 법한 소나무의 팔짱을 낀 벚나무 

 

자세히 보니 곁에서 자라가던 벚나무가 흙이 무너져 내리면서 비탈에 서게 되어 곧 쓰러지게 되었을 터 였다가

급히 가지 하나를 내어 곁의 소나무의 허리에 둘렀다.

 

소나무는 아무런 싫은 내색을 않고 쓰러지려는 벚나무의 반대쪽으로 허리를 잔뜩 휘어내면서

벚나무의 팔짱을 받아주고서 둘이 바짝 붙어 껴안은 채 잘 살아간다.

 

 

 

얼핏 보니 예덕나무랑 말오줌떄랑 때죽나무 같기도 한데 조금 가느다란 줄기인 저 녀석은 조록나무인지 뭔지 구분이 안 되지만

네 그루의 각기 다른 나무들이 과일나무를 접붙이기라도 한 것처럼 찰떡처럼 잘도 붙어 살아간다.

 

이건 연리지나 연리목이 아니라 두리두리목이라고 해야할 성 싶다.

 

저대로 진화를 계속하면 나중에 제네들은 어떤 모습이 될런지...

은행알 하나가 싹을 틔운 자리에서 천년을 살아간다는 은행나무는 화석시대의 나무라던데

살아 천 년을 살아내던 주목나무는 삶을 다한 그 자리에서 다시 또 천 년을 더 버틴단다.

 

 

 

숫놈이 암놈보다 왜 작을까?

새들은 왜 숫놈이 암놈보다 화려하고 예쁘게 생겼을까?

암놈이 화려하고 예쁘면 구애를 할려고 숫놈들이 절로 꼬일텐데 말이지...

 

새들처럼 인간들도 숫놈이 더 작으면서 화려하고 아름답게 생겨지면 어떨까 싶다...

사마귀는 사랑을 하는 동안엔 암놈에게 머리를 다 먹히기 까지도 절대 암놈에게서 떨어지지 않는다.

개구리 역시 짖궂게 장난으로 건드려도 도망은 가면서도 결코 사랑을 멈추는 법이 없다.

 

 

인간들처럼 정상위로 배를 맞댄 사랑을 하지 않고 등 뒤에서 올라타야해서 무게 때문에

숫놈이 암놈보다 작게 태어나고 사랑의 진화를 한 것일까?

 

동물들도 천적들에게 위험한 상황을 겪지 않으려면  인간들처럼 별별 체위로 계속 진화를 하면 될텐데...

 

 

나무보다 훨씬 쓸모 없을 인간들

소나무는 어릴 적엔 좀체 가지를 벌리면서 자라지 않는데

누군가 지금보다 어렸을 적의 소나무 가지 사이에 꽤 커다란 돌을 끼워 넣었다.

 

소나무는 그것도 모른 채 열심히 살았고 여전히 가지 사이에 커다란 돌을 끼운 채 살아간다...

인간들의 진화는 어느 시간부터 꺼꾸로 흐를 것인다...아마도...

 

재미가 있을 것 같아

영화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흐른다에서처럼 나도 얼마간 거꾸로 흐르다 사라졌으면 싶은 호기심 같은 게 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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