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측은지심

밥 이야기 #3 '밥 처럼 고운 여자'

까미l노 2015. 7. 30. 09:30

 

 

사는 건 장엄한 것이다.

용감하게 살다 가든 구차하지만 그 무엇을 위해서라면 조금 비겁하더라도 버티며 살아냈든

 

삶이란 패배하는 자의 숙여진 머리에 꽂혀지는 깃발이 아니라

나 이만큼 살아냈노라고 세상에 외치는 것이다.

 

실패하고 성공한 삶이라는 게 어디 있으며 그 누군들 어떻게 구분을 할 수 있으랴?

우리 사랑에도 실패했다고 하지 말자

 

세상 어디엔가는 사랑이 성공한 것이라고 믿는 사람도 있겠지만

제대로 된 사랑을 찾아 오늘도 우린 어찌됐건 살아내고 있는 것 아니겠나...

 

찾겠답시고 두리번 거리기야 하겠냐만 교통사고처럼 어느 순간

내게도 그 주길노믜 가슴 절절한 사랑은 찾아 올테니 함부로 허튼 사랑에 목매여는 하지 말지어다...

 

 

 

산티아고 길에서 한국여성 동년배 두분을 만나 며칠간 함께 걸었었다.

남편은 돈 벌어야 해서 같이 못왔다 그러길래 두어 달 지났으면 집에 돌아갈 시간 되지 않았느냐 물었더니

밥 하지 않는 지금이 너무 좋아서 가기 싫다더라만...

 

웃긴 했지만 속으로는 씁쓰레 한 것을...

밥 밥이 그렇게 하기 싫은 것이면서 요즘엔 무슨 쉐프라는 직업을 보면 환장들을 한다.

 

내 보기엔 지는 하기 싫고 남이 해주면 좋다는 이기심으로만 보인다.

뭐? 평생을 밥을 해서 이젠 지겨워 싫대는데 평생 먹는 음식 그만 먹으면 되겠다 시푸고

평생 남편도 지겹고 평생 부모여야 하고 자식이어야 하는 가족들도 지겨울테니 다 버리면 되겠다.

 

전업주부외 직업을 가진 여성들도 있겠지만

평생 가족들 먹여 살리려 아등바등 목매달고 다니던 직장 이젠 지겨워서 그만 두겠다는 남편도 응원해 주겠지?

 

 

                                                                                     

왜 밥이 귀첞은 짓거리 따위로 변했을꼬?

외식이 나쁘고 싫기야 하겠냐만 가족을 위한 밥이라는 건 그 얼마나 고결한 것인가?

그걸 모르는 인간들에게는 밥이든 밥상이든 필요가 없고...

 

못 생긴 여자는 용서할 수 있어도 뚱뚱한 여자는 용서할 수 없다는 우스개 말이 있더라만

밥 잘 못하는 여자는 용서가 되지만 밥 하기 싫어하는 여자는(딱히 남여를 구분하려는 건 아니다만) 용서할 수 없다 라고 바꿔야 할 듯... 

 

어스름 저녁  해질 무렵

집집마다 담부락에 있었던 연기 나는 굴뚝이사 요즘에 보이겠냐만

달그락 거리는 소리 접시랑 그릇 수저가 놓여지는 듯한 그 소리들만큼 정겨운 소리가 있을까?

 

가족의 밥상

오죽하면 시골밥상이라는 음식이 생겼을꼬?

 

티비를 틀면 온통 지랄 같아 보고 싶잖은 뉴스거리와 지들끼리만 즐거워하며 돈 버는 시시껄렁한 예능이라는 것들

그리고 나머진 온통 먹는 타령 프로들만  천지인 세상이다.

 

주방장이라고 안 한다

거룩하게 쉐프들이라고 한다.

여자들의 로망이 언제부터 요리하는(그런대로 먹을만한 요리 만들줄 아는 정도는 안 되고)쉐프랑 사랑하는 거란다.

 

요리만 잘 하는 오직 그뿐인 남자라면 어떻게 되려나...

 

정말로 해보고 싶은 것들

장독대 소담하게 놓인 마당 있는 집

햇살 좋은 날 장대 드높게 고인 빨래줄에 탈탈 털어 널은 옷가지며 이불 빨래 바람에 휘날리고

 

머리 수건 동여맨 아내는 남새밭에 쪼그려 앉아 상추를 뜯고

작은 가마솥 걸쳐둔 바깥 작은 화덕에서 바싹하게 얇은 부추땡초전 굽는 내 모습

가마솥 뚜껑 밀어 여는 그 소리와 모락모락 김 나는 뜸 곱게 든 고실고실한 밥을 휘휘 저어 주발에다 퍼 담아

 

할 수만 있다면 한 번만이라도 불러보고 싶었던 평생의 소원인 호칭

여보~

밥 다 됐어요!!!!

 

 

살다가 살다가 이렇게만 그냥 소꿉장난하듯 조금만이라도 살다가 갔으면 조케따 씨발!!!!

아니면 그도 저도 못할 성 싶다면 차라리 멀리 떠나련다.

 

더는 이딴 그리움 간절함 따위 생각조차 나잖을 곳으로...

그래서 해 지는 곳으로 따라 가다 그냥 먼지처럼 스르르 사멸했으면 시푸다...

 

 

그 옛날 유럽인들이 세상의 끝이라고 더 나가면 각이 진 바다 아래로 떨어지는 곳이라 믿었던 대서양의 잘벽 끝

스페인 피니스테레의 절벽에 가면 등산화 한짝이 동상처럼 조형물로 있는 곳

 

여행자들은 더 이상 갈 곳이 없어 그곳에 퍼질러 앉아 자신의 물품 한가지씩을 태우는 의식을 행한다.

각자 수 백에서 천 여 킬로미터를 배낭 하나 매고 터벅터벅 걸어서 걸어서 예까지 오느라고 드디어 다 왔노라고

고생하고 수고했다고 스스로의 어께를 토닥이면서 그리고는 아무도 몰래들 울면서 지는 해를 바라본다...

 

제주 섬 올레길 18번 코스를 걷다 보면 바닷가 작은 마을 골목에 여류시인의 집을 지나게 된다.

'좇 같은 세상"이라는 글을 쓴 인의 말처럼 세상은 그야말로 좇 같기만 한 것이기에 이젠 그만 그딴 삶은 놓아버리게

 

아등바등 한들 뭐하겠나?

이런들 저런들 바꿔지는 건 아무것도 없다고 하네

 

버리고 내려 놓고 싶은 것들 이제는 그리해도 될 때

원하는 것 바라던 것 하고 싶고 보고 싶고 갖고 싶은 것들 있다면 다 해 보고

가려던 길을 찾아 떠나시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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