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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나무

까미l노 2015. 2. 6. 10:57

 

 

공손수(公孫樹)·행자목(杏子木)이라 하며 잎의 모양이 오리발을 닮았다 하여 압각수(鴨脚樹)라고도 한다.

중국 원산으로 현재 저장성[浙江省]에 약간 자생하고 있으며 한국·일본의 고산·고원지대를 제외한 온대에 분포한다.

 

높이는 5~10m이나 50m에 달하는 것도 있다.

나무껍질은 회색으로 두껍고 코르크질이며 균열이 생긴다.

가지는 긴 가지와 짧은 가지의 2종류가 있다.

 

잎은 대부분의 겉씨식물[裸子植物]이 침엽인 것과는 달리 은행나무의 잎은 부채꼴이며 중앙에서 2개로 갈라지지만 갈라지지 않는 것과 2개 이상 갈라지는 것 등이 있다.

잎맥은 2개씩 갈라진다. 긴 가지에 달리는 잎은 뭉쳐나고 짧은 가지에서는 총생한다.

 

은행나무는 암수의 구분이 있다.

암나무는 수나무에서 날아온 꽃가루가 있어야만 열매를 맺는다.

 

꽃은 4월에 잎과 함께 피고 2가화이며 수꽃은 미상꽃차례로 달리고 연한 황록색이며 꽃잎이 없고 2~6개의 수술이 있다.

암꽃은 녹색이고 끝에 2개의 밑씨가 있으며 그 중 1개가 종자로 발육한다.

화분실(花粉室)에 들어간 꽃가루는 발육하여 가을에 열매가 성숙하기 전 정자(精子)를 생산하여 장란기(藏卵器)에 들어가서 수정한다.

열매는 핵과(核果)로 공 모양같이 생기고 10월에 황색으로 익는다.

중과피는 달걀 모양의 원형이며 2∼3개의 능(稜)이 있고 백색이다.

 

 

열매가 살구 비슷하게 생겼다 하여 살구 행(杏)자와 중과피가 희다 하여 은빛의 은(銀)자를 합하여 은행이라는 이름이 생겼다.

이 종자를 백자(白子)라고 한다.

바깥껍질에서는 악취가 나고 피부에 닿으면 염증을 일으키는데, 이는 열매의 껍질에 은행산(ginkgoic acid)과 점액질의 빌로볼(bilobol) 성분이 있기 때문이다.

은행나무는 전통적으로 나무에 열매가 열리는지의 여부로 암수를 감별해 왔는데, 은행나무는 30년 이상 일정 기간 이상 자라야 열매를 맺을 수 있어 어린 묘목의 암수 감별이 어려웠다.

까다로운 암수 감별 탓에 가로수로 암나무를 심어 악취피해가 일어나는 경우가 많이 발생하기도 했다.

 

그러나 2011년 6월 산림과학원이 수나무에만 있는 유전자인 SCAR-GBM을 발견했고, 1년 이하의 묘목의 암수 감별이 가능해졌다.

따라서 농가에는 은행 채집이 가능한 암나무를, 거리에는 악취가 풍기지 않는 수나무를 심을 수 있게 되었다.

 

 

은행나무는 소철, 메타세쿼이아와 함께 살아 있는 화석이다.

은행나무는 은행나뭇과에 하나뿐인 나무이다.

암수 딴 그루인 은행나무는 갈잎 큰키 나무다.

 

은행나무의 고향은 중국 저장 성에 위치한 천목산으로 알려져 있다.

은행(銀杏)이라는 이름은 중국 북송 때 구양수와 매요신의 시에 처음 등장한다.

따라서 은행이란 이름을 사용한 것은 지금부터 1000년 전의 일이다.

 

은행은 ‘은빛 살구’를 의미하는 한자이다.

이 한자는 이 나무의 열매가 살구나무 열매를 닮아서 붙인 것이다.

 

 

은행은 송나라 때 지방 정부가 중앙 정부에 제공하는 조공품으로 들어가면서 본격적으로 부르기 시작했다.

이 나무 이름 중 가장 잘 알려진 것은 ‘압각수(鴨脚樹)’이다.

잎이 오리발과 닮아서 붙인 이름이다.

 

또 다른 이름 중 잘 알려진 것은 ‘공손수(公孫樹)’이다.

이 이름은 열매가 손자 대에 열린다는 뜻이다.

 

공손수처럼 열매를 강조한 또 다른 이름은 백과(白果)이다.

이는 열매의 껍질을 벗기면 흰색이 드러나기 때문에 붙인 이름이다.

식물도감에 등장하는 킹쿄는 린네가 은행의 일본어 발음 긴난(Ginnan)을 잘못 읽고 붙인 이름이다. 


은행나무가 한국에 언제 들어왔는지에 대해서는 정확하게 알 수 없다.

단지 유교와 불교 관련 유적지에서 많이 발견되고 있는 점으로 미루어 유교와 불교의 수입 시기와 밀접한 관계가 있는 것처럼 보인다.

 

일본의 경우에는 대략 송나라 때 들어간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일본의 은행나무는 18세기 유럽으로 건너갔다.

영국 큐 왕립식물원에는 1762년에 심은 은행나무가 아직 자라고 있다.

유럽에 건너간 은행나무는 다시 미국으로 건너갔다. 


중국 각지에는 수천 년 동안 살고 있는 은행나무가 많다.

특히 산둥 성 쥐셴 현 정림사에는 중국에서 가장 오래된 은행나무가 살고 있다.

 

그래서 이곳의 은행나무를 ‘비조(鼻祖)’라 부른다.

기원전 715년 노나라와 거나라 양국의 제후들이 이 나무 아래서 회의를 했다.

이 나무 주위에는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새긴 비석이 남아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경기도 양평군에 위치한 용문사 앞의 은행나무가 가장 나이가 많다.

1,100살이 넘는다.

한국의 서원과 향교에는 거의 예외 없이 은행나무가 살고 있다.

서원에 은행나무를 심은 것은 공자가 살구나무 아래서 제자를 가르쳤기 때문이다.

 

 

그런데 한국의 서원에 살구나무 대신 은행나무를 심은 이유는 알 수 없다.

한 가지 짐작할 수 있는 것은 살구나무의 ‘행’과 은행의 ‘행’이 같아서 오래 살지 않는 살구나무보다 천년 이상 살 수 있는 나무를 택했을 가능성이 크다.

옛날에는 나무를 이해할 때 분류학적인 지식이 부족했기 때문에 사정에 따라 간혹 원산지 나무와 다른 이름을 사용했다.

중국의 측백나무를 잣나무, 회화나무를 느티나무로 인식한 것처럼 살구나무를 은행나무로 대체한 것도 일종의 문화적 격의(格義)로 볼 수 있다.

격의는 번역과 같은 의미이고, 한 나라의 문화를 수입할 경우 수입국의 상황에 따라 뜻을 맞추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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