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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화

까미l노 2015. 2. 5. 10:37

아직 온 천하가 풍설에 덮여 있는 겨울의 끝머리에 백화에 앞서서 먼저 봄소식을 알려주는 꽃이 매화이다. 매화는 머지않아 봄이 올 것을 알리는 전령인 것이다.

다 썩은 듯 한 고목에서도 봄이 가까우면 어김없이 꽃을 피워 은근하고 부드러운 미소로 봄의 등불을 켜준다. 음력 정월, 문간 대문에 써 불이는 춘련(春聯)의 구절에서 보듯 매화가 몇 송이 피는 것은 봄을 알리는 전령 역할을 했다. 이와 같이 봄소식을 가장 먼저 알려주는 매화는 봄의 선구자라고 할 수 있다.

매화의 원산지는 중국 사천성이라고 한다. 우리나라에 들어온 연대는 정확히 알 수 없다. 문헌상에 나타난 매화에 관한 우리나라 최초의 기록은 『삼국사기』에서 고구려 대무신왕(大武神王) 24년(41년) 8월에 “매화꽃이 피었다”라는 기록이다. 승려인 일연(一然)은 『삼국유사』에서 신라에 불교가 전파된 것을 매화로 상징하여 표현하였다.

천연한 옥색은 세속의 어두움 뛰어 넘고
고고한 기질은 뭇꽃의 소란스러움에 끼어들지 않네
玉色天然超世昏
高情不入衆方騷

정도전(鄭道傳)은 「매천부(梅川賦)」에서 당시의 선비 하유종(河有宗)의 고결한 인품을 매화에 비유하여 읇고 있다. 그리고 임경빈(任慶彬)은 매화나무는 돈만 많은 사람에게는 어울리지 않는 나무라 했다. 그들은 돈 버는 궁리만 하느라 인간성이 제대로 높은 곳에 이를 수 없기 때문이라고 한다.

또 매화나무는 권력을 가진 사람에게는 어울리지 않는다고 했다. 그것은 매화나무는 은둔하는 선비와 낙향하는 선비를 위한 나무로 보는 것이 옳기 때문이라고 한다. 즉 매화 향내는 선비의 고결한 선비의 발현을 상징한다.

매화는 또 여인의 순결과 정절을 상징한다. 양가의 여인들이 매화와 대나무를 함께 새긴 매죽잠(梅竹簪)이나 매화가 그려진 장도를 즐겨 착용한 것은 이러한 상징성 때문이었다.

사대부 부인의 초상화나 미인도의 배경에는 흔히 매화가 등장하는데 이것은 그 그림에 그려진 주인공의 순결과 절개를 간접적으로 표상하고 있는 것이다.

매화는 그 청초한 자태와 향기로 인해 아름다운 여인에 비유되었다. 시에서 빙기옥골(氷肌玉骨) · 선녀 · 달 등의 이미지와 관련해 표현된 데서 알 수 있듯이 매화는 미녀 중에서도 천진하고 순결한 인상을 지닌 미녀를 상징한다. 꽃을 미녀에 비유할 경우, 모란과 매화는 아주 대조적인 위치에 있다. 모란이 풍염한 모습에 성장(盛裝)한 미녀의 이미지라면 매화는 가냘프고 청순한 모습의 담장(淡裝)한 미녀의 이미지라고 할 것이다.

매화나무는 은둔하는 선비와 낙향하는 선비를 위한 나무라 한다. 또 도시의 나무라기보다는 시골의 나무이고 젊은이보다는 명상의 세계를 맛볼 수 있는 성숙한 인간들에게 더 어울리는 나무라고 한다.
매화의 이러한 상징성으로 인하여 옛 선비들은 매화의 시를 읇고 매화를 그리기를 즐겼으며 매화문이 새겨진 문방을 사용하고 뜰에는 매화를 심어군자의 덕성을 배우고자 노력하며 자신과 동일시하여 청빈한 한사(寒士)의 상징으로 삼았던 것이다.

매화는 서리와 눈을 두려워하지 아니하고 언 땅 위에 고운 꽃을 피워 맑은 향기를 뿜어낸다. 매화는 온갖 꽃이 미처 피기도 전에 맨 먼저 피어나서 봄소식을 가장 먼저 알려 준다. 매화는 창연한 고전미가 있고 말할 수 없이 청고(淸高)하여 가장 동양적인 인상을 주는 꽃으로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아왔다.

특히 추위를 이기고 꽃을 피운다 하여 불의에 글하지 않는 선비정신의 표상으로 삼아 정원에 흔히 심어졌고 시나 그림의 소재로도 많이 등장하였다. 매화는 만물이 추위에 떨고 있을 때 봄의 문턱에서 꽃을 피움으로써 사람들에게 삶의 의욕과 희망을 가져다 주며 힘찬 생명력을 재생시키는 기대를 가지게 해준다.

특히 겨울 동안 마치 죽은 용의 형상과 같은 고목에서 꽃이 피어나는 것은 늙은 몸에서 정력이 되살아나는 회춘(回春)을 상징한다.

그래서 매화는 새해의 소망을 기원하는 연하장의 그림으로 흔히 등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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