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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드라미

까미l노 2015. 2. 5. 10:36

맨드라미가 우리나라에 언제 들어왔는지는 자세히 알 수 없다.

다만 고려 때의 시인 이규보(1168 1241)의 작품이 맨드라미에 대한 최초의 기록이라고 한다.

 

작자는 자기 집 뒤뜰에 핀 맨드라미를 보고 세밀하게 외형을 묘사한다.

그리고 그 모습에 담긴 가치를 발견해낸다.

다른 꽃들과 달리 늦게까지 필 뿐 만 아니라, 거친 바람과 소나기에도 강건한 자태를 칭송한다.

 

이규보는 맨드라미에 대해 처음 작품을 썼으며 또한 가장 많이 작품의 소재로 활용했다.

심지어 “다섯 편(篇)의 시에서 무릇 열 한 번을 비유”했을 정도였다.

 

그는 맨드라미를 규중처녀처럼 보호받지 않는 야생적 건강성을 지닌 꽃으로 보았다.

더위와 추위를 모두 거치면서도 봄꽃이나 가을의 부용꽃보다 오래 핀다는 점을 중시하고 있다.

자세한 관찰을 통해 꽃 생김새가 서로 붙어 있기는 해도 하나처럼 완전히 붙지는 않았으며(변무),

갈래가 지기는 했어도 육손이(지지) 같지 않다고 묘사했다.

맨드라미를 불교에서는 만다라(曼多羅)라고 한다.

만다라는 불교의 이치를 도형화한 것으로 불화(佛花)라고도 하는데, 적의(適意) 또는 성의(成意)의 뜻으로 해석한다.

맨드라미가 불교의 만다라를 의미하는 것은 발음상의 유사성에서 기인한 듯하다.


이색의 작품에서 맨드라미는 불교를 국시로 삼았던 태조 왕건의 유업이 땅에 나타난 흔적이다.

절마다 많이 피어 있는 맨드라미꽃이 불교의 의미를 더욱 잘 구현해준다고 보았다

그러나 이규보는 맨드라미를 만다라라고 하는 속설을 부인한다. 주

색과 자색을 혼동하는 것과 같다는 표현에서는 맨드라미와 만다라라는 발음상의 현혹을 암시하는 듯하다.

작자는 아름다운 맨드라미꽃의 모습만을 의심하지 않고 읊으며 다른 꽃들은 따를 수 없다고 했다.

맨드라미는 주로 담 밑이나 장독대 옆에 심어져 있다.

이것은 지네의 침입을 물리친다는 중국의 전설에서 비롯된 민속의 영향이다

.

옛날 중국에 쌍희(雙喜)라는 사람이 노모를 모시고 산기슭에 살고 있었다.

하루는 산에서 나무하다 늦어서 밤길을 서둘러 내려오는데 길숲에서 울고 있는 여인을 만났다.

그녀는 산 넘어 친척 집에 초상이 나서 갔다가 돌아오는 길인데 길을 잃었다고 하므로 집으로 데리고 가 하룻밤을 묵게 했다.

 

그녀는 다음날 아침 일찍 일어나 부엌에 나가 일을 거드는데

오랫동안 집에서 기르던 큰 붉은 수탉이 갑자기 미친듯이 날뛰며 별안간 그녀에게 달려들어 쪼아대며 공격했다.

쌍희는 닭을 쫒아 버렸는데 그녀는 새파랗게 질려 기절하고 말았다.

며칠 뒤 모자의 지극한 간병으로 기운을 차린 그녀는 집으로 돌아간다고 해, 쌍희는 고갯마루까지 바래다주었다.


고개에 다다르자 갑자기 그녀는 무서운 귀녀(鬼女)로 변하여 입에서 독이 있는 불[毒火]를 뿜으면서 쌍희에게 달려들었다.

그녀의 정체는 산 속 동굴에 숨어 있으며 많은 사람을 헤치던 큰 지네의 정(精)으로 산기슭에 사는 쌍희를 노려왔는데

 처녀로 변신하여 기회를 엿봤으나 수탉의 방해로 뜻을 이루지 못했던 것이다.


지네의 독불을 맞고 비명을 지르면서 쓰러져 기절한 쌍희에게 지내의 화신인 그녀는 피를 빨아먹으려고 달려드는데

수탉이 뛰어나와 지네를 물어뜯고 격투가 벌어졌다. 오랜 시간 싸운 뒤에 지네는 죽었고 지친 수탉도 숨을 거두었다.

밤이 새고 독기가 가셔서 깨어난 쌍희는 옆에 죽어있는 큰 지네와 수탉의 시체를 발견하고 그 사정을 알았다.

 

그녀는 수탉을 산 위에 묻어 주었는데 그 무덤에서 한송이 꽃이 피었는데 마치 닭의 벼슬(볏)같이 생겨서

그 닭의 화신이라 하여 계관화(鷄冠花)라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중국의 계관화 전설은 주인에 대한 닭의 충성심을 주제로 삼고 있다.

닭은 주인을 해치려던 지네를 방해하다가 결정적인 순간에 자신을 희생하여 주인을 구한다.

주인이 닭의 시체를 묻어주자 벼슬 모양의 꽃으로 피어났다는 것에는 닭에 대한 주인의 보답이 암시되어 있다.

 

그런데 이 설화는 우리나라에서 민속적으로 변모되어 수용되었다.

닭과 지네는 상극이므로 죽은 닭고기에는 지네가 독을 뿜어놓기 때문에 그것을 먹으면 죽는다고 하여

옛날부터 닭고기를 다루는데 각별히 주의했다고 한다. 또

한 산 닭은 지네만 보면 끝까지 싸워 물어 죽여버렸으므로 닭의 화신인 맨드라미를 심으면 지네가 얼씬도 못한다고 믿었다.

장독대나 담 밑에 맨드라미를 심는 민속은 이러한 유감주술(類感呪術)적인 관념에서 생겨난 것이다.

7 8월에 꽃이 피는 맨드라미를 찹쌀반죽에 올려 전철에 지진 떡이 맨드라미화전이다.

맨드라미는 비름과의 1년초 식물로서, 한여름인 7 8월경에 꽃이 피고, 홍색, 자색, 흰색이 주종을 이룬다.

꽃 모양이 마치 수탉의 벼슬처럼 생겼다는 것이 특징이다.


찹쌀은 10시간 이상 불려 소금을 넣고 빻아 둔다.

끓는 물을 넣고 찹쌀가루를 익반죽 한 후 동글납작하게 빚어 준다.

맨드라미 꽃은 물에 담가 씻어 물기를 닦아 놓고, 대추는 돌려깎기를 한 후 채 썰거나 꽃모양으로 썰고,

쑥은 잎만 따로 떼어 놓는다. 번철에 기름을 두르고 떡에 준비한 맨드라미와 대추, 쑥을 올려 화전을 지진다.

완성된 맨드라미 화전에 꿀이나 설탕시럽을 묻혀 낸다.

맨드라미꽃은 배탈이 잦은 여름철에 지사제로 쓰이기도 하기 때문에,

맨드라미 화전이 여름철의 계절음식으로 자리잡은 것이라는 추측을 하기도 한다.

특히 맨드라미는 꽃의 모양이 화려하여 화전을 만들면 시각적으로나 미각적으로 더욱 돋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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