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상현의 카미노 (링반데룽)

바티칸에서 피렌체 생장 피스테라를 거쳐 포르투칼 해안길 5,000km를 걷는다면 본문

까미노 데 산티아고

바티칸에서 피렌체 생장 피스테라를 거쳐 포르투칼 해안길 5,000km를 걷는다면

까미l노 2014. 5. 13. 18:32

이탈리아 로마(교황청 바티칸 크레덴시알 발급)-

패루지아-피렌체-토리노-톨루제-프랑스 루흐드-생장- 국경지대 피레네 산맥-스페인 하카-

팜플로나-로그로노-부르고스-레온-산티아고 콤포스텔라-피스테라-포르투칼 해안--------------5,000KM

 

 

어느 외국인 순례자가 벽에 그려놓은 그림 글씨

등에 진 베낭이 어깨죽지를 아프게 하는데 이는 산행을 할 때는 오르막을 가기 때문에 등을 약간 굽혀서 걷기에

어깨에 전해지는 고통이 덜한 반면 평지를 걸을 때는 허리를 곧추 세워 걷기 때문에 어깨에 아픔이 고스란히 전해지기 때문이다.

 

나도 산티아고 길에서 평상 시 8kg정도의 베낭을 지고 다녔는데 과일을 사는 날엔 예외 없이 어깨가 아프기도 했었다만 

편안한 잠자리와 안락한 의자를 상상하지는 않았다.

 

스페인 남자 마누엘이 걸었던 길

피렌체와 제노바 밀라노를 거친다

 

                                               

 

프랑스 생장을 출발 산티아고를 거쳐 대서양이 바라다 뵈는 피스테라까지 약 1,000km를 걸었다.

 

순례길 중간에 국제 영화제로 유명한 프랑스의 깐느에서 온 아가씨 케푸씬과

순례길 알베르게를 운영했었던 스페인 남성 마누엘과 친구가 되어 마지막까지 여러날을 함께 걸었었다.

프랑스 아가씨 케푸씬은 키가 160 정도에 몸무게가 60 가까이 될 정도였는데 살 찌는 게 싫다고 하면서도 연신 코카콜라를 달고 다닌다.

식사 떄마다 커다란 접시에 양상치와 셀러드를 잛게 뜯어서 깔고는 그 위에 얇게 썬 토마토와 삶은 감자 으깬 것

그리고 삶은 계란 흰자와  치즈 알갱이를 주식으로 삼는다.

 

코카콜라 다이어트 라고 있기는 하더라만 담배는 또 줄창 피는데 잎으로 된 담배가루를 종이에 말아서 침을 발라 피우는 타입이다...^^

 

 

스페인 남자 마누엘 이 친구가 로마의 바티칸에서 순례 여권을 발급 받아 3개월간 3,600KM를 걸어서 이곳까지 왔다면서

가지고 다니던 지도를 보여주던 것이 바로 이 지도이다.

 

그는 수중에 여행 경비를 별로 지니고 다니지 않는 짠돌이 도보여행가였는데 

순전히 수도원에 적은 돈의 기부만 하고 숙식을 해결하면서 여행을 했었는데 코카콜라를 심하게 즐기는 친구였었다.

 

 

순간,

난 이 지도가 탐이 나서 나에게 선물하면 안 되겠냐고 했더니 고개를 흔들면서 안 된다고 한다.

옆에서 케푸씬도 선물해라면서 거든다.

지는 이 나라 사람이니까 쉽게 다시 구할 수 있을텐데 온갖 감언이설로 꼬셔도  도통 요지부동이다.

 

 

두 사람과 함께 산티아고 성당을 거쳐 순례자 협회에서 순례완주 인증서를 받고서 피스테라까지 간 후 서로의 갈 길로 헤어지게 된 날

마누엘이 내가 쓰고 다니던 챙이 말랑말랑한 도이터 모자를 욕심을 내길래 선물로 줬더니 지 머리에 잘도 맞는다.

 

그날 밤 헤어짐을 아쉬워 하면서 잠자리에 들려는데 마누엘이 내 방으로 오더니 슬며시 지도를 선물해 주고 간다...ㅎㅎ

 

내 책상 유리아래에 고이 끼워둔 지도

바티칸에서 이탈리아를 거쳐 프랑스 도시를 몇개 지나고 스페인 서북부 대서양 바다가 보이는 절벽 끝

피니스테레까지 4,500KM(포르투칼 해안 아래까지 5,000km)언젠가는 걸어서 가리라...

 

 

그 곳에서 도보로 걸어서 가장 멀리까지 갈 수 있는 나라의 지명이 바로 대한민국 해남 땅끝이 된다...

 

이제 나는 60이 넘으면 이 길을 다시 걷고 있을 것이고 이번에는 바티칸을 출발하여 이탈리아를 다 걷고 프랑스를 지나 생장으로

그리고 산티아고 길을 걸어 피스테라를 거쳐 포르투칼 해안길을 따라 걸을 것이다.

 

 

 

 

순례자임을 표시하는 가리비 껍데기를 베낭에 달고 걷는다.

 

피스테라를 거처 마지막 묵시아에서 받은 증명서

 

순례자임을 증명하는 순례여권 (크레덴시알)

지나는 곳마다 도장을 찍어준다.

프랑스령 마지막 도시 생장 피드포르 마을의 역 대합실

▲ 첫 알베르게 반드시 한국에서 예약 후 가야만 하는 곳
ⓒ 문상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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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중에 이 길을 가시는 분들 중에 경비 걱정이 없다면 모를까,

가급적이면 이곳을 예약하지 말고 부지런히 지나치라고 권하고 싶다. 생장 피드포르에서 걷기 시작했다면 걷는 거리가 지나치게 짧기도 하고.

 

사람들이 지나가도 별로 놀라는 기색 없이 멀뚱거리며 쳐다보는 양떼들과 소들. 한가롭게 풀을 뜯고 있는 모습이 평화로워 보인다.

천천히 여유롭게 걷는다. 이런 길을 어찌 바삐 그냥 지나칠 수 있겠는가.

 

 

아, 저 산 등성이를 한번 보라. 마치 어미 소의 잔등처럼 부드럽지 않은가.

하늘은 더 없이 높고 푸르다. 양들과 소들이 한가로이 풀을 뜯는 길을 걷는 나, 내일 아침에도 출근 걱정 없이 이 길을 걸을 수 있다. 으아악, 너무 신난다!

 

 

누군가 신고 가던 신발이 헤져 더 이상 신고 갈 수 없어서였을까. 나무 기둥에 신발 한짝이 매달려 있다.

돌무더기로 만든 길 안내 표시들. 내 앞을 지나쳐 걸어가는 순례자들.

 

햇살이 너무 좋아 풀밭에 드러누워 오늘 넘어가야 할 높은 오르막길을 올려다본다.

산티아고를 출발하기 전 가장 보고 싶었던 곳이고 걸어서 지나가 볼 꿈에 부풀었던 가장 좋아하는 곳이기도 한데

 사진에 보이는 저 산맥이 피레네 산 정상이고 목초지로 된 아름다운 길을 걸어서 넘어갈 수 있다. 

 

오르막길을 올라가다 보니 무덤 하나가 나온다. 오래 전에 인터넷에서 사진으로 보았던 무덤이다.

사진을 보면서 저 길을 지나가고 싶다는 생각을 막연히 했는데 지금 그 길 위에 서 있다.

이 분, 무덤 안에서 순례자들과 교감을 나누고 있을까? 고이 잠드소서.

 

해발은 1,500마터 정도이지만 한국의 여타 산에서처럼 등산을 하는 정도는 아니고 그다지 가파르지 않은 오르막길을 천천히 걸어서 넘으면 될 정도이다.

 

순례 코스 가운데 이런 산을 몇번 넘기는 하는데 모두가 비슷한 오솔길이나 이런 목초지로 되어서 누구나 어렵지 않게 걸어 넘을 수 있을 정도이다.

 

 

 

토굴이 보인다. 처음에 순례에 나섰던 사람이 묵었던 곳일까?

임시 숙소가 된 뒤 지나가던 순례자가 자고 갔던 토굴일까? 안을 들여다보니 최근까지 사람이 잤던 흔적이 남아 있다.

불을 피운 것도 같고. 지붕은 어지간한 비바람을 막아줄 것 같다.

비록 초라하지만 이곳에서 하룻밤을 잔다면 산등성이를 지나가는 바람소리나 짐승의 울음소리, 혹은 비라도 내린다면 그 소리가 무척이나 감미롭게 들리지 않을까?

 

개인적으로 산티아고 슨례길 도중에 이런 곳이 있다는 것에 한국인인 나로서는 그렇게 부러울 수가 없었는데

필요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그냥 편하게 이용할 수도 있고 하룻밤 묵었던 사람들 누구나 아무런 흔적을 남기지 않고 깨끗하게 사용하고 지나간다는 사실은

한국의 그렇고 그런 유명 국립공원이나 보존한답시고 철조망 따위와 안내소라고 함부로 세워진 건물들을 생각하면

유네스코에 등재된 아름다운 이곳이 왜 사람들에게 이토록 사랑을 받는지 알 것도 같다...

 

산 정상에 다 오른 뒤 완만한 능선을 걷다가 내려가는 길에 식수대를 만나게 된다.

아주 고즈넉한 숲속 오솔길을 한참 걸으면 나오는 곳이다. 이렇게 높은 곳에 이런 식수대를 마련한 사람들, 복 받을지니.

여기도 순례자를 위한 가리비 조개 문양이 새겨져 있다.

 

거창하게 아름다운 화장실 전국1위니 수도 꼭지 여러게 달린 수돗가에 물은 제대로 나오지도 않는

요란하고 흉물스럽게  만들지 않고도 지나는 사람들을 위한 편의 시설은 얼마든지 만들 수 있는 것을...

이런 상태로도 천년이 넘게 사람들을 위한 반가움이 되어 자리를 지키고 있더라...

 

드디어 스페인 땅이 시작된단다. 나라와 나라 사이인 국경을 통과하는 산을 넘는다고 생각을 했을 때는

사뭇 비장한 느낌이었는데 이렇게 아무런 거리낌 없이 지나갈 수 있다니 신기하기만 하다.

남북으로 갈라져 마음대로 오가지 못하는 우리나라를 생각하니 더 그렇다.

 

드디어 산 아래로 내려가는 길에 섰다. 엄청나게 큰 달팽이 녀석이 겁도 없이 길에 나와 있다.

얼른 숲으로 숨을 것이지, 그러다가 사람들에게 밟히면 어쩌려고. 사진을 찍고 지팡이를 댔더니 금세 몸을 움츠린다.

해치려는 게 아니란다. 숲으로 옮겨주고 다시 걷는다. 오래 오래 살거라.

 

 

▲ 알베르게 순례 첫 숙소인 스페인 땅의 론세스 발레스 공립 알베르게
ⓒ 문상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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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날 걸어서 도착한 첫 숙소는 론세스발레스(이곳 사람들의 발언은 론세바예스 라고도 한다) 

알베르게인데 180 명이 넘게 잘 수 있는 대형 알베르게다. 지붕은 터널처럼 둥글다. 안에는 2층 침대 수십 개가 다닥다닥 붙어 있다.

연인들은 이런 숙소에서도 진한 애정행각을 해서 침대를 삐걱거리게 만드는데 아무도 뭐라 그러는 사람들이 없다...

 

실제 내 경우엔 아랫 침대를 선택하고 걸터 앉아서 짐 정리를 하던 중 바로 앞 침대(간격은 1미터도 채 안 된다)

아랫칸에 프랑스 아가씨가 오더니 일어선 채로 바지를 훌렁 벗는 것이 아닌가...

 

순간, 나는 너무도 놀라 아가씨를 한 번 올려다 본 후 바로 내 눈 앞에 보여지는 아가씨의 그느다란 삼각 팬티를 떄문에 계속 얼굴을 들지 못하고 있었는데

 이 아가씨는 아무렇지도 않게 내게 반갑다는 인사를 하더니 팬티 차림으로 근처를 왔다갔다 하는 게 아닌가...

 

아마도 이 사람들은 그냥 수영장 근처 정도라고도 인식하는 정도인가 시싶기도 하다.

그 후 나도 가끔 바지를 벗고 팬티 차림으로 실내를 왔다 갔다 했었던 적이 있었는데

그러다 갑자기 한국 여성이라도 들어오면 재빨리 바지를 입게 되던데 그건 왜 그런걸까?

 

 

알베르게 정보

순례자 저녁식사 예약 10유로/숙소 6유로(4시 오픈)/ 다른 식당이나 가게 없음/부엌 없음/접수 테이블에 따끈한 차 있음/언덕길 다 내려와 마을을 끼고 돌아 나와 길 건너에 알베르게 있고 맞은 편에 등록하는 협회가 있음/보통 걷는 속도로 도착하려면 9시간 정도 소요되는 코스(아침 일찍 출발해서 피레네 산맥을 넘어오는 게 여러모로 여유가 있음)

 

유명한 성당이 있는데 8시에 미사/마을 광장에 성지 재탈환 기념탑/이곳은 스페인 교회 역사에서 의미가 깊은 곳이라고 함/1212년에 나바라 지역의 왕 산초 엘 푸에르타(Sancho El Fuerte)가 이슬람 군대를 물리치고 기독교 성지 재탈환의 신호탄이 되었다고 함.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인생길 따라 도보여행 카페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1. 프랑스 길(French Way) 구간별 거리

 

클릭하시면 선명하게 보실 수 있습니다.

 

 

 

 

2. 프랑스 길 구글 지도


링크 : https://maps.google.com/maps/ms?ie=UTF8&t=h&oe=UTF8&msa=0&msid=105090530012700804863.00046b707bbc6e261381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