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상현의 카미노 (링반데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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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산청우

구석기시대 戀書

까미l노 2013. 12. 22. 13:19

다른 사람들
 

 

다른 남자들
그들이 잘 하는 것을 아마도 그는 잘 못할 것이고 못 하게 된 것 같다.

세상의 많은 사람들
세상의 수 많은 바보 같은 남자들
그들과 사뭇 달라 오히려 바보 같을지 모를 그

그에게 마구 떼를 쓰고싶다...
맛있는 거 만들어 달라고 억지도 한번 부려보고 싶고  

잠옷 차림으로 턱 괴고 엎드려
요리하는 그대의 뒷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보고 싶고,

자고 일어나 코맹맹이 소리로 커피 달라고 보채고 싶고
수염 깎지 않은 턱에다가 내 볼 부벼보고 싶고

알몸으로 그의 헐렁한 티셔츠만 걸친 채 앞을 왔다 갔다 하면서 유혹도 해보고 싶고
날마다 사다 주는 꽃송이 말려 벽면 가득 채워보고 싶고

채 다 읽지도 못하지만 화장품보다 제목부터 마음에 들어버리는 그가 사 주는 책들
화려보다 수려한 게 나에게 더 어울린다며 고고하고 단아하라고 선물 해준 면으로 된 순백이나 미색의 내 속옷

별 것 넣지도 않았는데 구수한 된장국과 갓 지어 고실고실 윤기 나는 밥과 구수한 누룽지가 기다리는 아침
격한 사랑 후에라도 언제나 나 보다 먼저 잠 들어버리진 않고
달콤한 키스와 팔베개의 머리카락 쓰다듬어 주는 섬세한 그대의 배려

여자는 발을 소중히 해야 한다며 수시로 내 발을 매만져 주며 씻겨 주는 그대의 섬세한 손놀림
가끔은 소리 없이 내 등 뒤로 와서 내 작은 어깨 소중히 감싸안아 주며 귓볼에 전하는 그의 숨결
긴 쉬폰 치마를 좋아하는 그는 시도 때도 없이 내 치마 속으로 얼굴을 숨기기도 해서 나를 부끄럽게 하고 달콤한 황홀에 빠져들게 만든다.

그는 동화처럼 사는 재주만 겨우 남긴 바보가 되어버린 남자다...
동화...
동화처럼 살아가는 소년 같은 중년의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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