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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남성속 식물의 구조(점박이천남성)
천남성이라는 아무 멋진 이름의 들꽃이 있습니다. 천남성은 꽃가루만 잔뜩 묻은 방망이 모양의 육수화서(a) 꽃을 피우는데, 꽃은 불염포라고도 불리우는 포로 둘러싸여 있습니다. 따라서 겉으로 보면 꽃은 잘 보이지도 않고 포의 모습이 두드러집니다.
불염포라는 용어는 일반인에겐 매우 생소한데, 천남성과의 식물들에겐 흔히 볼 수가 있습니다. 사전적 의미로는 ‘육수화서(육수꽃차례)의 꽃을 싸고있는 포’ 정도가 될 것입니다. 식물에서 ‘포’라는 것은 잎의 일종으로 식물의 꽃이나 눈을 하는 것을 일컫습니다. 따라서 불염포는 육수화서 식물의 꽃을 감싸고 있는 잎의 변형된 모양 정도로 해석하면 될 것입니다.
(좌)천남성, (우)둥근잎천남성
처음 천남성의 꽃을 만나면 불염포에 싸여 있는 천남성의 꽃은 보지 못하고 불염포를 보고 꽃이라 생각하게 됩니다. 그리고 그 특이한 모양에 놀라게 되지요. 실제 천남성의 꽃은 방망이 모양으로 볼품이 없지만, 불염포와 어우러진 모습은 볼만하여 관상용으로 재배하기도 합니다. 천남성은 꽃은 꽃가루만 잔뜩 가지고 있고 기능성이 떨어져 보이는데, 그 것은 천남성과의 식물들이 대개 그렇듯이 천남성 역시 불염포가 생식을 목적으로 하는 꽃의 기능을 상당히 많이 보조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천남성과는 다수의 분류군이 방향성 물질을 이용해 부식성 곤충류를 유혹하는 독특한 수분기작을 가집니다. 즉, 꿀 대신 꽃가루를 찾는 파리목의 곤충을 주로 냄새로 유혹하는 것입니다. 이 때 천남성의 불염포는 긴 통모양을 하고 있어, 꽃가루받이 곤충들이 한번 들어오면 꽃가루를 묻히지 않고서는 쉽게 빠져나갈 수 없도록 하는 기능을 하고 있기도 하지만, 열을 가두어 냄새를 유지하고 또한 따뜻한 곳을 찾는 야행성 곤충들을 유혹하는 기능도 가진다고 합니다[1].
큰천남성
이 천남성의 꽃은 이런 기능성을 갖춘 불염포에 덮혀 잘 관찰되진 않지만 성전환하는 식물로 유명합니다. 여러해살이 식물인 천남성은 열매를 맺을 충분한 영양분을 뿌리에 저장하지 못한 초년기에는 주로 수꽃만을 피우게 됩니다. 그러다 해를 넘기면서 덩이뿌리에 충분한 영양분을 축적하게 되면 비로소 암꽃을 피워 열매를 맺게 됩니다. 그리고 겨울을 넘기고 봄에 꽃을 피울 무렵에 다시 성을 결정하게 되는데, 이 때 덩이뿌리에 남은 영양분이 20%이상이면 열매를 맺을 수 있는 암꽃을 피우고 그 이하이면 에너지를 절약할 수 있는 수꽃을 피우거나 아예 꽃을 피우지 않는다고 합니다. 즉 천남성의 성전환은 뿌리에 축적된 영양분의 상태에 의해 결정되는 매우 합리적인 종족번식 방법인 것이지요[2].
둥근잎천남성이 올라오는 모습 : 잎과 꽃이 거의 같이 만들어 짐을 알 수 있다.
천남성이 성전환하는 식물이라고 하니 우리가 흔히 보는 천남성의 꽃들이 사실은 암꽃과 수꽃으로 나뉘어져 있는 셈입니다. 천남성의 암꽃과 수꽃의 구분은 육안으로는 식별이 쉽지 않습니다. 일반 천남성의 불염포는 꽃을 보호하는 역할도 하지만 꽃가루받이 곤충을 안내하고 쉽게 쉽게 탈출하지 못하게 하는 기능을 하는 것도 사실입니다. 일설에는 여기에 더하여 수꽃에는 꽃가루를 묻히고 불염포 아래에 구멍이 있고 암꽃에는 한번 들어온 꽃가루받이 곤충을 가둬 죽일 수 있도록 불염포 아래에 구멍이 없다고 합니다. 즉 불염포의 구멍으로 암꽃과 수꽃을 구분할 수 있다는 주장입니다. 하지만 저는 아직 이 주장에 대한 신뢰성있는 문헌을 발견하지 못하였기 때문에 개인적으로는 신뢰하지 않습니다. 왜냐면 유전자의 다양성이 종의 번영에 아주 중요하기 때문에 불염포의 역할만으로도 충분한 수분이 가능하기에, 찾아온 손님을 살려보내 더 많은 손님을 받는 것이 더 유리하리라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가장 확실한 방법은 꽃을 수직으로 단면을 만들어 화서의 아래부분에 있는 자방을 확인하는 것입니다. 저는 한번도 시도하지 않았지만, 인터넷을 검색하면 그런 사진을 쉽게 발견할 수 있으니 참고로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 산에서는 비교적 흔하게 천남성을 만날 수 있습니다. 사약의 재료로 사용되었다는 천남성의 빠알간 열매도 흔하게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천남성이란 이름으로 대표되는 천남성속 식물들에는 아래와 같이 여러 종이 있고 나름 그 특징이 분명합니다. 그리고 아래 학명을 보면 천남성은 사실은 둥근잎천남성의 한 품종임을 알 수가 있습니다. 둥근잎천남성과 천남성, 점박이천남성과 눌맥이천남성은 유사한 품종으로 넓은 의미에서는 같은 종으로 볼 수 있습니다.
▶ 두루미천남성<Arisaema heterophyllum Blume >
▶ 둥근잎천남성<Arisaema amurense Maxim.>
▷ 천남성<Arisaema amurense for. serratum (Nakai) Kitag.>
▶ 무늬천남성<Arisaema thunbergii Blume>
▶ 섬남성<Arisaema takesimense Nakai>
▶ 섬천남성<Arisaema negishii Makino>
▶ 점박이천남성<Arisaema peninsulae Nakai>
▷ 눌맥이천남성<Arisaema peninsulae for. convolutum (Nakai) Y.S.Kim & S.T.Ko>
▶ 큰천남성<Arisaema ringens (Thunb.) Schott>
위와 같은 천남성속에 속하는 종들을 분류하는 방법에는 여러가지 의견이 있지만, 일반적으로 수용되고 있는 구분법[3,5]을 정리하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둥근잎천남성: 잎은 1~2개(보통 1개)로 5개의 소엽(발육이 불량할 때는 3)으로 난상 피침형 또는 도란상 피침형. 가장자리에 믿믿하다.
천남성: 둥근잎천남성의 품종. 잎은 1~2개(보통 1개)로 5개의 소엽(발육이 불량할 때는 3)으로 난상 피침형 또는 도란상 피침형. 가장자리에 톱니.
큰천남성: 잎은 2개로 소엽은 3개이고 넓은 난형. 표면은 윤채가 있으며, 뒷면은 흰빛이 돈다.
점박이천남성: 잎은 2개이고 소엽은 5-14개로서 육수 화서 끝부분은 원주모양이다.
눌맥이천남성: 점박이천남성의 품종. 잎은 2개이고 소엽은 5-14개로서 육수 화서 끝부분은 곤봉모양이다.
두루미천남성: 잎은 1개이며 엽병은 길고 소엽은 13~19개로 소화경이 길며 화서 연장부는 목을 올린 코브라처럼 길게 높이 솟는다.
무늬천남성: 잎은 1개이며 엽병은 길고 소엽은 9~17개로 소화경은 짧고 화서 연장부는 위로 나와 곧추섰다가 밑으로 처진다.
섬남성: 잎은 2개이고 6~18개의 소엽으로 얼룩무늬가 있으며 화서 끝은 곤봉모양이다.
그러나 섬천남성은 Nakai교수가 이 종류는 한국에 존재하지 않고 일본에만 존재하는 종으로 보고한 바 있으나, 정태현(1957)은 거문도에 존재하는 것으로 보고하였고, 이영노(1968) 역시 추자군도 사수도에 분포하는 것으로 보고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최근 조사[3]에 의하면 발견지에서 발견되지 아니하여 한국에서는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보여진다고 합니다. 원래 없는 것을 있었다고 하였을리는 없으니 섬천남성은 기후 변화나 서식환경의 변화로 우리 땅에서는 사라진 것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천남성이란 현재의 국명은 정태현님에 의한 것입니다. 그 이름의 유래를 보면 천남성과의 식물이 독성이 있지만 약재로도 사용되는데, 천남성의 약성이 극양에 가까워 하늘에서 가장 양기가 강한 남쪽별, 천남성(天南星)에 빗대어 만들어진 이름이라고 합니다. 천남성의 속명 Arisaema는 그리이스어 Arum(식물명)의 일종인 aris와 피를 의미하는 haima의 합성어로 잎에 있는 반점으로 인하여 유래된 이름입니다. 종소명 amurense는 '(중국 동북부)의 아무르강産의'이라는 뜻으로 언산지 또는 발견지를 나타낸다. 품종명 serratum은 라틴어로 '치아 모양의, 거치가 있는'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4].
천남성의 잎은 하나인데, 보통 다섯 개의 소엽으로 이루어집니다. 꽃은 5월에서 7월 사이에 피고 여름이 지날 때면 빨간색 장과로 열매가 익어갑니다. 천남성의 열매는 초오와 더불어 사약의 재료로 이용될 만큼 강한 독성을 지니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역시 효과가 탁월한 한약재로 이용되기도 합니다. 지금이라도 산에 오르면 흔하게 만날 수 있는 천남성은 독초이긴 하지만 매우 특이하고 재미있는 천성을 가진 흥미로운 우리 식물입니다.
[용어 설명]
a. 육수화서 : 작은 꽃들이 모여 곤봉 모양 이루며 피어나는 형태
[참고문헌]
1. 홍석표, 송재천, ‘한국산 앉은부채(Symplocarpus renifolulius Schott ex Miquel, 천남성과)의 수분기작’, Kor. J. Plant. Tax. Vol. 33. No. 2.
2. 에드리언 포사이스, ‘성의 자연사’, 양문출판사, 2009.
3. 고성철, '한국에서의 천남성속(Arisaema)의 분류(Taxonomy Arisaema in Korea)', 한국관속식물종속지, 아카데미서적(2006), p269
4. 네이버 들꽃카페,'둥근잎천남성',들꽃도감, http://cafe.naver.com/wildfiower/book84201/47602
5. 네이버 들꽃카페,'천남성속',들꽃도감, http://cafe.naver.com/wildfiower/book84201/33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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