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상현의 카미노 (링반데룽)
글 쓸 일 책 읽을 일 본문
어지간히도 오래 됐다.
글을 써 본 기억이 책을 읽었던 기억이 말이다...
그게...
사람의 신체에서 가장 멀리 떨어져 있는 것이 손이라고 하더라만
보통은 발이 더 멀리 떨어진 것 같은데 손을 멀리 떨어진 것이라고 하는 이유가
손이라는 기관이 자신의 뜻에 반해 제 멋대로 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라는데...
얼핏 맞는 말인 것 같기도 하다만
달리 생각해 보면 손이 스스로의 인지와 달리 불쑥 불쑥 제 멋대로일 것 같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더 먼 곳에 떨어져 있는 발이라는 기관이 더 그런 것 처럼 발걸음이라는 게
가끔 제 멋대로 길을 선택하고 그러지는 않는 것인지...
인지한 후 움직이게 되고 안 되고의 차이는 그렇다 치고
고생하는 것으로 치면 손이 더 고생을 하는 것 같기도 하고 발이 더 그럴 것 같기도 하다.
하기사 늘 신발 속에 갇혀 왼종일 걸어다니게 하는 발에 비하기야 하겠냐만...
내 경우엔 손은 겨울철 동상으로 늘 고생을 시키는 경우인데 왜서 그런지 정확하게 알아본 적은 없다만
값 비싸고 두툼한 장갑을 끼고 조심스럽게 높은 산에서 행동하지만 장갑 낀 손의 부자연스러움으로 인해
늘 약간의 동상으로 고생을 하곤 하는데 그게 부지불식간에 장갑을 벗어버리는 손의 지 멋대로인 행동인지...
겨울이면 꼭 한차례 소백산을 오르기도 하는데 언제나 손가락 떄문에 반 죽음이다...
정상에서 밥도 먹지 않고 서둘러 하산해야할 만큼 손이 시리다 못해 아려서 서둘러 내려오는 편이다.
당연히 스틱도 사용하기 어렵고 지고 간 카메라는 아예 사진을 담을 생각조차 못하거나
두툼한 장갑을 낀 손가락으로 찍게 되는 괴상한 결과물만 남게 된다.
비브람 중등산화를 신은 발은 울양말을 신었고 계속 걸음을 옮기게 되니
신발 속에서 움직이게 되어 따뜻한 공기층이 형성되어 다소 덜 한 편인지 그렇게 고생을 하지는 않는다만...
그렇게 생각해보면 발 보다는 손이 지 멋대로일 것 같다는 말에 동의를 하게 될 것도 같다.
발은 사람의 의지에 따르면서 움직이게 되고 손은 가끔은 지 멋대로 움직이는 것 같기도 하다...
바로 엊그제(?)가끔은 손글씨를 쓰야겠다고 작심했었는데 케케묵은 대형 원고지 같은 종이들은 어디다 뒀는지도 모르겠고
만년필은 씻어서 새 잉크로 가득 채웠었는데 그게 벌써 일년이라는 시간의 중반이 훨씬 지나간다...
늘 기억하고 있었던 우표값도 어느샌가 그만 놓쳐버렸다.
어떻게 사람이 일년이 다 지나도록 펜 한 번 안 쥐고 책장 한장 펼쳐보지 않고 살 수 있었을까...
물건에 대한 소유와 집착을 버린답시고 마구 버렸던 이유 떄문이라고 변명이 될까?
하긴, 남은 이삿짐들 가운데 그중 무거운 게 책이긴 하다만...
무지 큰 대형 침대
넉넉한 AV 시스템
카메라와 렌즈들
창에 부딪히는 빗소리 들린다
또 비 내린다...
우강아...
참 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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