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상현의 카미노 (링반데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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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인형인줄 알았더니 아가씨네...산티아고 순례기

까미l노 2012. 8. 15. 0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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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문상현의 '카미노 이야기'

[제3일차] 걸은 거리 주비리 - 팜플로나 27km
▲ 팜플로나 가는 길 제 3일차 쿠스 산페르민 축제의 팜플로나 도시
ⓒ 문상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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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아닌 다른 사람을 인정하지 못하고 다르다 혹은 틀리다고 비난하는 짓은 사람이 사람에게 상처를 주는 짓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신의 상처만 아픈 줄 알았지 다른 사람이 주는 상처에 대해서는 아주 무감각하다. 다른 사람에 대해 존중은 못할 망정 인정은 해줬으면 좋겠다.

 

 

산티아고 길을 걷는 동안 내 화두는 ‘인정’이었다. 유럽인들이 보는 한국인 순례자들은 음식이나 생활습관, 역사 등의 모든 문화가 상당히 다르고 이질적인데도 그들은 우리에게 배타적이지 않았다. 길 위에서 만나는 우리를 반갑게 맞이해줬다.

 

 

그 이유가 관광수입을 보태주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고 싶지는 않다. 적어도 내 눈에는 그렇게 보이지 않았으니까. 다만 한국인들이 비싼 항공료를 지불하고 음식과 언어가 달라 힘들텐데 왜 이렇게 많이 산티아고로 오느냐고 묻기는 했지만 그것은 호기심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였다.

 

 

오히려 그들은 음식을 만들어 내게 주기도 하고, 비록 언어는 달라도 한국에는 없을 테니 읽어보라며 비싼 책을 주기도 했다. 그래서 나는 다시 스페인에, 산티아고에 오고 싶다고 그네들에게 말하기도 했다.

 

 

▲ 산길 구불구불 S자 형식의 산길에서
ⓒ 문상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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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발할 때부터 혼자 걷는 사람도 있고, 친구나 가족과 어울려 여럿이 함께 걷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데 걷다보면 아침부터 저녁까지 계속 같이 걷거나, 아니면 종착지인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까지나 피니스테레까지 가는 동안 일행과 보조를 맞춰서 걷기란 참으로 어렵다.

 

 

해서 걷다보면 혼자 남게 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런데, 문제는 아름다운 경치를 만나거나 오래된 고풍스러운 성당 혹은 다리를 보게 되면 혼자 사진을 찍어야 하는 경우가 종종 생긴다. 그런 경우 카메라를 고정할 만한 장소에 놓고 자동설정을 한 뒤 뛰어가서 폼을 잡는데, 그런 사진은 아무래도 마음에 들만한 작품(?)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숲길이 아름다운 곳에서는 혼자 찍을 수 있는 방법이 없어 대신 뒤에서 걸어오던 다른 순례자의 모습을 찍게 된다.

 

길 위에서는 어제 같이 걸었던 사람이 오늘은 내 앞을 걷거나 내일은 내 뒤에서 걷는 경우도 자주 생긴다.

 

각자 하루에 걷고 싶은 거리가 다르고 마음에 드는 마을 숙소도 다르기 때문이다. 또 마음에 드는 마을에서 이런저런 구경을 하거나 쇼핑을 하고, 사진을 찍다보면 동행이 앞서거나 뒤처질 수 있기 마련 아니겠나.

 

 

▲ 오래된 다리 마을 입구 오래된 다리 위
ⓒ 문상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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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닥까지 훤히 들여다보이는 냇물이 물안개를 피우는 숲길을 스페인 친구 하위가 걸어오고 있다. 사진 한 장을 찍고 물속의 송어를 구경하기 바빴던 나. 이런 곳에서 플라이 낚시를 하다가 숲에서 야영을 하면서 머무를 수 있는 그런 여행을 하고 싶어졌다.

 

 

길은 흙길이긴 하지만 흙보다는 낙엽이 많아 낙엽을 계속해서 밟으면서 걸을 수 있다. 마을의 집들의 지붕은 대부분 빨간 기와 같은 것으로 되어 있고, 모든 집의 창에는 덧문이 있고, 다락방 천정에는 유리로 된 채광창이 붙어 있었다.

 

 

걷다가 하늘을 한번 올려다보고 내가 걸어온 길을 뒤돌아보고, 앞으로 걸어가야 할 길을 쳐다본다. 길은 구불구불하게 끝없이 이어져 있고, 갈림길들은 사람들을 만나게 했다가 다시 헤어지게 하곤 했다.

 

저 아래에 보이는 길에서 걷고 있는 순례자에게 가까이 가려면 구불구불한 S자 오솔길을 서너 번은 돌아가면서 걸어야 한다.

 

 

오래된 다리에는 어김없이 푸른 이끼들이 끼어 있고, 큰 돌로 만들어져 있는데 건축에 문외한인 내가 감탄할 정도로 규모가 크고 섬세하다. 기계도 없었을 오랜 옛날에 저 큰 돌들을 어떻게 끼워 맞췄을까?

 

문화재로 보호해도 될 것 같은데 스페인의 시골 마을에는 그냥 사람들이 마을입구에 놓여 있고, 사람들의 일상과 함께 하고 있을 뿐이다.

 

 

 

▲ 프랑스인 알랑 산티아고 길에서 만난 프랑스 친구
ⓒ 문상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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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에서 온 '알랑', 큰 덩치에 소탈한 성격으로 한국 사람들에게 밝은 미소를 보이면서 친절하게 대해주던 고마운 사람이다. 이메일 주소를 알려주며 사진을 꼭 보내달라고 했다. 우리는 상대의 배낭에 서명을 해서 흔적을 남겼다.

 

 

팜플로나, 도시이름이 참 예쁘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실제 와 보니 도시도 제법 큰 편인데다 아름다웠다. 거대한 성곽과 오래된 성당, 그리고 따뜻한 수녀님들이 계시던 숙소. 현대식 거리와 아주 오래된 고풍스러운 성지가 자연스럽게 어울리던 도시였다.

 

 

실제로는 거대한 성벽인데 사진을 높이 찍어서인지 다소 낮게 보이지만 저 성곽도 그 옛날 전쟁이 일어났던 시절에는 난공불락의 성채였을 것 같다. 튼튼하게 돌로 잘 만들었기 때문이다.

 

 

아래에 있는 성과 달리 이곳은 쇠줄로 이어져 성문을 출입할 때 들었다, 내렸다 하는 거대한 쇠발판이 출입구로 만들어져 있었다. 길바닥이며 성벽에 온통 크고 작은 돌들이 촘촘히 박혀 있다. 이런 곳을 매연을 내뿜는 자동차가 다닌다면 금세 허물어지거나 바닥의 돌이 빠지거나 할 것 같다. 그렇다고 자동차가 다니지 않는 것은 아니다. 이 곳에도 자동차는 있었다.

 

 

스페인이나 프랑스는 애연가의 천국인 것 같다. 레스토랑, 바, 어디에서도 담배를 자유롭게 피울 수 있으나, 담배 값은 한국보다 두 배 정도 비싼 것 같다. 이곳의 환율이나 물가에 비교하면 그리 비싼 편이라고 할 수 없을 지도 모르겠다. 값이 비싸서 흡연의 권리도 마음놓고 누리는 것이 아닐까?

 

 

길에 휴지통은 아주 많이 설치되어 있다. 하지만 휴지통이 없는 곳에는 길 위에 담배꽁초가 아무데나 버려져 있다. 새벽에는 청소차량과 청소하는 사람들을 볼 수 있다. 물을 뿌리고 싹싹 깨끗하게 청소를 한다.

 

옛 건물을 보존하기 보다는 활용하기로 한 것인지 아니면 현대식 건물도 저렇게 짓는 것인지, 관공서 건물들도 한결같이 조각품이나 부조물이 붙어져 있어 고풍스럽기 그지없다.

 

 

▲ 광장 광장의 탑
ⓒ 문상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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팜플로나에 들어서면 먼저 현대식 거리가 쭉 이어진다. 도심 한복판을 가로질러 걷다보면 유명한 Puente Magdelena 다리가 나타난다. 이 다리를 건너 오른쪽으로 직진을 하면 성곽으로 통하게 되고 수도원 알베르게로 갈 수 있다. 다리를 건너 왼쪽으로 가면 독일인이 운영하는 아담한 알베르게에 갈 수 있는데, 나는 독일인이 운영하는 알베르게로 갔다.

 

 

이 알베르게는 이층으로 되어 있고, 부엌은 개인 사용이 금지되어 있으며, 아침식사를 제공한다. 저녁은 언덕길로 올라가는 곳에 있는 슈퍼마켓에서 살 수 있다. 음식을 구해와서 사진 옆 마당의 식탁에세 먹을 수 있다. 따끈한 차는 알베르게에 있는 독일여성에게 이야기 하면 준비해준다.

 

 

알베르게의 벽면에는 순례자들을 위한 숙소라는 내용의 글이 가리비 조개문양과 함께 적혀 있다.

 

마당과 알베르게 건물 옆의 식탁에도 예쁜 꽃들이 피어 있다. 샤워실은 깨끗하고 침대 등 모든 것이 잘 만들어져 있는 편이다. 산티아고 안내 책자에는 이 지역의 알베르게 숙박비가 5유로로 표기가 되어 있는데 지금은 6유로씩 받고 있었다.

 

 

 

▲ 스페인 아가씨의 구걸행각 하얗게 분장을 하고 인형처럼 앉아있는 스페인 아가씨
ⓒ 문상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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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의 광장으로 나갔다. 해질 무렵의 늦가을 햇살이 조금 남은 건물 앞에서 이곳 사람들의 광장 문화를 조금 체험해 보기도 하고 골목길을 누비면서 카페와 바를 기웃거리기도 한다.

 

 

낮에는 사람들이 잘 안 보이다가도 5시가 넘으면 어디서 나오는지 다들 카페나 바로 모여든다. 가히 카페 문화가 활성화되어 있다고 할 수 있겠다.

 

 

어떤 아가씨가 날 보고 계속 손짓을 하기에 처음에는 연극 연습을 하는 줄 알고 손사래를 치면서 사양하는 척 했다. 그런데 사실은 구걸을 하는 아가씨였다. 아가씨 앞에 놓인 그릇 속의 동전을 보고 알았다. 주머니에서 동전 몇 개를 꺼내 그릇에 넣고는 사진을 찍어도 되느냐고 물었더니 포즈를 취해준다.

 

 

이 아가씨, 아주 당당하고 밝게 웃는다. 곱게 화장까지 하고 앉아 있었다. 프로라서 그런가?

 

팜플로나에서 터미널을 제대로 찾았더라면 아르곤 길로 갔을 텐데, 언어소통이 되지 않아(영어하는 사람을 찾기 어려웠다) 다음을 기약하면서 새벽에 길을 나섰다. 해발 1700고지인 솜포트를 출발해서 하카를 경유해 레이나까지 갔다 오고 싶었던 것이다.

 

 

 

카미노 정보 - 팜플로나

한여름인 7월 6일부터 14일까지 산 페르민 축제가 열리는 도시.

축제는 7월 6일 자정 팜플로나 시청 광장에서 시작된다. 시청 발코니에서 '산 페르민 만세(Viva San Fermin)' 소리가 울려 퍼지고 거대한 폭죽이 터지면 광장으로 몰려든 군중들은 서로 얼싸안고 춤을 추며 축제의 시작을 기뻐한다고. 이들은 포도주와 샴페인을 밤새도록 마시면서 마을 저녁을 누빈다고.

 

인구 18만인 팜플로나에 축제기간 동안 50만명의 관광객이 몰려드니 축제기간 동안 광장이 공원에서 노숙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한다. 팜플로나는 유럽에서도 유일하게 축제기간 동안 거리에서 자는 것을 허용한다고.

 

약국과 병원, 우체국과 공항이 있는 도시. 유명한 카페 <이루나> - 오징어 튀김과 터르티야로 유명함. 광장에 있으며 헤밍웨이가 즐겨찾던 카페라고 한다.

 

독일인 알베르게 6유로, 아침 제공, 부엌 없음. 시드니 셀던의 소설 <시간의 모래밭>에 등장하는 도시.

 

덧붙이는 글 | 다음의 블로그에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