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상현의 카미노 (링반데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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링반데룽

아픈 청춘을 보내는 아이에게

까미l노 2011. 9. 26. 22:08

 

 

마음이 아픈 아이야~

때론 니 청춘을 가만 둬버려라

흘러가는 대로 혹은 그냥 닥치는 그대로...

 

청춘에 무슨 사용법이라는 게 있겠는가

아프면 아픈대로 파도치면 치는대로 온 몸으로 받으면 될테고

비갠 뒤의 푸른 하늘처럼 눈이 시리면 그냥 거기다 온 몸을 푹 담그면 그만이다.

 

주저하면 청춘이 아니란다.

생각의 벽 안쪽에 갇혀 지내는 것도 청춘은 아니고

괜히 자기 자신을 탓하거나 그도 아니면 남을 탓하는 것도 청춘의 임무가(?) 아니다

 

청춘은 드넓고 텅 빈 운동장 같기도 하고 때론 눈길 줄 데가 많은 번화가 같아서 마음 들 떠 어쩔줄 모르는 소풍날 같지 않으냐...

 

얘야~

가끔 너의 청춘을 돌아볼 때마다 여전히 가슴이 두근거리지 않니?

아무것도 그려지지 않은 하얀 도화지 아무거나 낙서를 해도 괜찮은 도화지

가로 세로로 줄만 그어진 거대한 원고지 같은..청춘 아니더냐...

 

누군들 그렇지 않을 것이며 어디서부터 어떻게 어질러야 할지를 모르는 거대한 도화지 앞에서의 두근거림이 너에게도 있지 않느냐?

두근거림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순결한 감정이며 동시에 인생에 있어서 몇 번 되지 않을 소중한 기회일테니 말이다...

 

그래... 얘야~

이름만큼 고운 아이일 것 같은 아이야~

 

너도 그렇고 니 친구들도 그럴테지...

청춘은 온톤 방해받는 것 투성이며 '하지말라'는 말들로 인헤 제대로 느낄 수도 만날 수도

가질 수도 아무 곳에나 갈 수도 없는 것들 하지만 그럼에도 느껴야 한단다.

만나야 하고 사력을 다해 가져야 하는 그래서 반드시 행복해야 하는 것,

그것이 곧 청춘이란다. 

 

하지만 대부분 우리가 자신이 가지고 있는 걸 잘 느끼지 못하는 것처럼 청춘도 가볍게 여기기 쉽다.

그렇기 때문에 가볍게 소비되고 말며 그것이 얼마나 소중하고 아름다운 것이며 사랑스러운 것인지를 모른다.

 

청춘은 한뼘 차이라고 한다.

모든 것에서 한 뼘 차이로 내가 원했던 것에서 비켜나게 된 것들이

그 한 뼘 차이 떄문에 대부분의 결과가 좋지 않은 것이다

 

그러므로 지금까지의 모든 청춘은 실패했다.

세상 선배들의 모든 청춘이 그랬다.

하지만 그건 청춘이 실패를 겪을까봐 아무것도 저질러보지 못한 이들의 후회일 뿐,

실패를 겪으면 창피할까봐 그 실패로 인해 또 다시 막막해질까봐 매순간 뒷걸음질을 했기 때문이다.

돌아보면 무엇이든 어느 때건 가능한 일 투성이었다는 것을, 그것이 얼마나 멋진 일이었던가를 세상 선배들은 몰랐다.

 

그러면서 바보처럼 중얼거린다..'십 년만 젊었더라면...십 년 전으로만 돌이킬 수 있다면...' 하지만

그 십 년은 되돌려지지도 않을 뿐더러 만약 아무렇게나 지나쳐버린 십년 전으로 되돌아간다 해도 그 청춘을 성공으로 돌이킬 수는 없다.

 

어쩐지 심성이 착해서 니 청춘이 더 아플 것 같은 아이 지은아~

 

청춘은 예민하되 복잡하지는 않다.

그렇다고 대단하지도 않다.

그냥 언뜻언뜻 휩쓸려가는 것이며 중단할 수 없는 것이며 누구도 막아설 수 없는 것이다.

청춘은 다른 것으로는 안 되는 것이다.

다른 것으로는 대신할 수 없는 것이다.

넘어지는 일도 많을 것이며 어쩌면 울 일도 많을 것이고 억울한 일도 많을 것이다.

 

그러니 문 앞에 서서 이 문 안에 무엇이 있을지 무슨 일이 생길 것인지를 고민하면서 시간을 써버리면 안 된다.

 

그냥 설렘의 기운으로 힘껏 문을 열면 된다.

그때 쏟아지는 봄빛과 봄기운과 봄 햇살을 양팔 벌려 힘껏 껴안을 수 있다면 그것이 청춘이다.

그래서 청춘을 봄이라 한다.

 

이병률의 산문집 '끌림'을 읽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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