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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풀의 생태

까미l노 2011. 7. 31. 02:24
 















  식물 이름에 동물의 특정부위를 지칭하는 식물들이 많다. 개불알풀, 노루귀, 노루오줌, 범꼬리, 쥐꼬리망초, 쥐손이풀 등이 동물의 특정부위를 닮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들이다. 위의 사진속 주인공들은 모두 개불알풀(Veronica)속 식물들로 열매의 모양이 개의 불알과 닮았다고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겨울이라도 논두렁이나 밭두렁의 양지녁엔 갈색잎을 달고 있는 개불알풀이 한겨울의 한파속에서도 굿굿하게 자신의 생명을 유지해 나간다.

 

두 눈 크게 뜨고 잎 사이 사이를 자세히 살펴보면 코딱지만한 분홍색 꽃이 방긋 방긋 웃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2월 한파도 채 물러가기 전에 이렇게 대견하게 꽃을 피우다니 경이롭기까지 하다. 개불알풀은 5mm정도 크기의 분홍색 꽃을 피우고, 큰개불알풀은 10mm정도의 청색 꽃을 피운다. '개불알풀'을 '봄까지꽃'이라고도 하는데, 봄까지만 피고 여름이 오기전에 서둘러 열매를 맺는다는 뜻으로 '봄까지꽃'이라고 했다는 이야기가 있다. 어찌된 연유인지 '봄까지꽃'이 '봄까치꽃'으로 개명되어 유통되어 지더니 지금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봄까치꽃'으로 알고 있고 또 그렇게 쓰고 있다.

 

봄이 오면 봄 소식을 까치가 가장 먼저 알려준다고 하면서 너도 나도 '봄까치꽃'으로 식물 이름을 올리고 있다. '봄까지꽃'이 어떻게 '봄까치꽃'으로 개명되었는지는 지금으로서는 알 도리가 없다. 아마도 '봄까지'를 '봄까치'로 잘못올리면서 이름이 그렇게 유통되지 않았을까 짐작만 할 따름이다. 이른 봄 풀섶에 코딱지만한 분홍색 꽃은 "내가 개불알풀이니 이름 좀 똑바로 불러 주세요"라고 애원한다. 그래 나만이라도 니 이름 똑바로 불러줄 것이니 섭섭하게 생각하지 말렴. 저 작디 작은 분홍색 꽃을 개불알풀이라고 불러주자.

 

청색의 지름이 10mm정도되는 좀 큰 꽃을 큰개불알풀이라고 불러주자. 꼭 '봄까치꽃'이라고 불러주고 싶다면 저 작은 분홍색 꽃을 '봄까치꽃'으로 불러주자. 그런데 저 분홍색 꽃을 '봄까지꽃'으로 불러야 할지 '봄까치꽃'으로 불러야 할지 아직도 했갈린다. 이제는 '큰개불알풀'을 '봄까치꽃'으로 부르는 실수는 더 이상 하지 말자. 자꾸 그렇게 부르면 무식하다고 할꺼다..

 

 
  그러면 인문학을 한 사람이 '큰개불알풀'을 '봄까치꽃'으로 인식하고 그것을 가지고 시나 글을 썼다면 어떻게 할까? 고민인데 그것은 각자 알아서 판단하기 바란다. 이해인 시인의 '봄까치꽃'이라는 시가 있는데 이 시도 내용을 가만히 음미해 보면 큰개불알풀을 대상으로 해 놓고 작시했음을 알 수 있다. 이렇듯이 많은 사람들에게 큰개불알풀이 봄까치꽃으로 잘못 알려져 마치 실질적으로 큰개불알풀이 봄까치꽃인 양 회자되어지고 있는데, 이제 좀 바로 알고 저 작은 분홍색 꽃이 섭섭하지 않게 '개불알풀' 혹은 '봄까지꽃'으로 그 이름을 바로 불러주자. 

 

 
  동속 식물로 선개불알풀과 눈개불알풀도 있다. 이 두 식물은 그 특징을 재대로 잡아 잘 지은 이름같아 보인다. 두 종 모두 꽃의 크기는 지름이 5mm정도로 아주 작고, 꽃 색은 연한 청색을 띤다. 선개불알풀은 말 그대로 줄기가 직립하여 서 있으며, 줄기 아랫쪽 잎은 삼각상 난형으로 대생하며, 위쪽 잎은 약간 길쭉하고 그 끝이 둔하고 호생하며 양면에 선모가 있으나 줄기에는 선모가 없어 매끈하다. 열매가 거꿀심장형이라고 해 놓았는데 다르게 해석하면 역시 개불알처럼 생겼다고 볼 수 있다.

 

이와 유사한 눈개불알풀이라는 식물도 있는데 이름 그대로 식물체가 옆으로 뻗으면서 자라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잎은 원형에 가까우며 3~5개의 거치가 있고 줄기와 잎 앞뒷면에는 털이 많다. 그리고 꽃받침의 가장자리에는 긴 털이 줄지어 나 있는 것도 좀 특징적이다. 잎의 형태와 꽃받침 가장자리의 털, 이것으로 선개불알풀과의 차이를 알 수 있다.

 

이 눈개불알풀도 선개불알풀과 마찬가지로 꽃이 너무 작아서 눈을 크게 뜨고 자세히 봐야만 보이는 꽃이다. 선개불알풀과 눈개불알풀은 꽃은 비슷한데 잎에서 확연하게 차이가 난다는 사실을 위 사진을 통해서도 알 수 있다. 개불알풀을 제외한 큰개불알풀, 선개불알풀, 눈개불알풀은 모두 유럽쪽에 고향을 둔 귀화식물이다. 귀화식물이라고 해서 무작정 배척하거나 미워할 이유는 없다. 그들도 이 땅에 터를 잡아 지금의 자손을 퍼뜨리기까지 수많은 고통과 한의 세월을 보냈을 터이니, 그들에게도 가끔씩은 사랑스런 눈으로 그들을 보듬어 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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