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의수많은 오름 중 정상에 화구호를 갖고 있는 특색있는 오름은 손가락으로 꼽을 만큼 많지 않다. 물영아리, 물찻오름, 물장오름, 사라오름 등이 있는데 그중 언제 어느때 찾아도 풍부한 수량을 자랑하는 오름이 바로 물찻오름이다. 또 물찻은 오름 근처까지 임도가 나있어 차량진입도 비교적 순조로울 뿐만 아니라 간단한 산행코스로 적당한 곳이다.표고 717m, 비고는 150m가 넘는 물찻오름은 온통 나무로 뒤덮여 있는 숲산이어서 그 실체가 드러나지 않는다. 거의가 낙엽수림이고 동쪽 벼랑진 곳에 더러 상록수가 자라고 있다. 숲으로 덮여 검게 보인다 해서 검은오름으로도 불리니 헷갈리지 말도록... 어원적 해석으로 ‘검은’은 신(神)이란 뜻의 고조선시대의 ‘곰, 감, 검’에 뿌리를 두는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다시 말하면 검은 오름은 신령스러운 산이란 뜻이 된다. 참고로 검은오름이란 이름의 오름은 여기말고 또 있다. 그러니 오름이 위치한 곳이 어딘지 정도는 정확히 확인할 필요가 있다.물찻에 오르려면 제주시에서 서귀포방향으로 5.16도로(11번 도로)를 타고 가다 교래리 입구에서 교래리 방향으로 좌회전 후 800m쯤 직진한다. 우측으로 시멘트 포장된 좁은 임도가 개설되어 있는데 그 길따라 5분이상 쭉 달리면 오름 정상의 남쪽에 도착한다. 여기서부터 15분 정도만 걸어가면 신비스러운 분위기의 화구호를 만날 수 있다. 그러나 이 도로는 폭이 좁고 노면이 울퉁불퉁 고르지 못해 마주오는 차량이 있을 경우 낭패를 당할 경우도 생긴다. 가능한 도로 중간쯤 여유있는 공한지에 차를 세워두고 가볍게 산행하는 셈 치고 걸어가는 게 좋을 것 같다. 만약 임도 중간에서부터 걷기 시작했다면 넉넉잡아 1시간 30분 정도면 물찻오름 표지석이 세워진 입구에 다다를 수 있다. |
주변에서 흔히 봐왔던 나무, 듣도 보도 못한 나무, 잎새를 떨군 깡마른 체형의 쓸쓸한 나무, 제주에서만 볼 수 있는 귀한(?) 야생화 등 다양한 종류의 키 큰 수목과 식물들이 길 양옆을 가득 메우고 있어 걷는 내내 지루할 틈이 없다. 나무마다 이름표가 달려 있어 따로 식물도감이 필요없는 그야말로 자연학습이다. 확실히 제주는 겨울에도 영하로 내려가는 일 없이 따뜻한 기온을 유지한다. 그러나 산은 다르다. 오름이라고 예외는 아니다. 한라산 지척에 위치한 물찻은 한겨울 산행을 계획할 경우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털모자, 목도리, 장갑, 등산화, 두터운 잠바...따끈한 차까지 준비한다면 더할나위 없겠다. 오름 오르는 길은 무척 평탄하다. 낙엽이 쌓인 입구의 흙길이 푹신푹신할 정도로 부드럽다.그런 숲속의 오솔길이 정상까지 이어진다고 생각하면 된다. 단지 중간중간 나타나는 가파른 길도 구간이 짧아 위험하지 않으며 걸리적거리는 게 없어서 걷기엔 좋다. 꼬마들도 신이난 듯 앞장서서 잘 걸어다니므로 가족이 함께 하면 더욱 좋겠다.
"산위의 분화구는 바깥둘레 1천m 가량의 깔대기형으로 검푸르게 물이 담긴 못이 움푹 들어앉아 있다. 기생화산 중 이 산정호에 언제부터 인지 붕어들이 살고 있다. 몇 안되는 화구호의 하나이며 그 중에서도 가장 물이 흥건해 연중 넘실거린다. 호심의 깊이가 어느 만큼인지는 알 수 없으나 투명한 물 자체에서는 원래 빛이 없을 터이고 보면 바닥까지 들여다 보이지 않는 것은 꽤 수심이 있음을 짐작케 하며 산위에 펼쳐진 하늘의 빛을 담았고 주위에 에워싼 숲의 빛을 머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빛깔은 철따라 미묘한 변화를 빚어내면서 잔잔히 마음을 사로잡는다.무어라 형용키 어려운 그것은 잊지 못해 찾아오는 자에게만 감지되는 야릇한 기운이다." -오름나그네 중 |
이 산정호에 언제부터 인지 붕어들이 살고 있다. 실제로 본 적은 없지만 일부 몰상식한 사람들이 여기까지 낚시대를 들고 오는 것을 보면 정말 살기는 사는 모양이다. 인간의 추한 행태가 이곳까지 파고 들었다고 생각하니 씁쓸하기만 하다. ■참고:오름나그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