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상현의 카미노 (링반데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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링반데룽

허기

까미l노 2011. 3. 26. 10:31

드디어는 내가 아부지 나이가 되었구나,

원수 같고 복수 하고 싶은 그런 마움은 아니다만

세상 누구보다도 싫었던 당신...

 

나도 이제 당신을 그토록 싫어했던 그때 그 나이가 되었습니다.

 

끼니를 걸러야 해서는 아니고 고교 시절부터 집을 떠난 생활을 많이 해서인지

가끔 식사 때를 건너 뛰는 소질이(?)있는지라 요즘도 자주 건너 뛰곤 한다.

 

소싯적이 잘 먹고 풍요한 삶이 아니어서 성인이 되고난 후엔 세끼 밥은 꼭 챙겨먹자 주의였거늘.

언제부터였는지 아침을 먹지 않고 있었다.

 

그놈의 체중 한 번 불려볼려고 세끼 식사와 헬스며 밤중에 잔뜩 먹고 그냥 자기까지를 수 년...

한국인의 표준 체중이라나 ..

좌우당간 키에서 정확하게 10kg 모자란 상태로 요지부동

 

하루 세끼 못 찾아먹으면 큰 일 생기는 줄 알았다가

옛적 아버지 그 나이가 되고 부터 예사로 팽개쳐버렸다. 

 

어릴적 꿈 가운데 한가지가 따뜻한 집밥 차려주는 고운 아내에게 장가 드는 것도 있었는데

이젠 그마저도 허허로운 실소로 남겨두네...

 

그랬는데 간밤엔 왜 그랬을까?

밤 열 두시경 밖으로 기어나가 간짜장을 먹고 들어왔으니...

저녁을 먹었는데 허기가 생기는 게 하도 신기해서 한 번 더 먹어봤다.

 

어른이 되어서는...

아니 요즘에 와서 부쩍 배고픔이 다시 생기곤 한다.

참 기분 좋은 현상이고  배가 조금씩 고파지면 기분까지 상쾌해져서 그 상태를 즐기곤 하다가 때를 놓치곤 한다만...

 

다른사람들 그 누구보다 운동을 자주 하는 편인지라 소화가 잘 안 되느니 하는 그런 것은 없는데

왜 배가 좀처럼 고파지지 않는 것인지...

그래서 따뜻한 집밥이 내 앞엔 잘 안 놓여지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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