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반적으로 한국에서 가장 기(氣)가 센 산은 계룡산으로 알려져 있다.
-
계룡산은 조선 태조 이성계의 스승인 무학대사가 최고의 명당으로 꼽아 조선 도읍으로 정하려고 했던 산이며,
-
한때 무속인들이 계룡산의 기를 받으러 전국에서 모여들기도 했다.
그러나 풍수지리에서 기가 센 산으로는 단연 영암 월출산을 꼽는다. -
조선시대 지리학자이자 풍수가인 이중환은 <택리지>에서 월출산을 ‘화승조천(火乘朝天)의 지세’라고 했다.
-
-
‘아침 하늘에 불꽃처럼 기를 내뿜는 기상’이라는 말이다.
-
아침 하늘에 불꽃처럼 기를 내뿜으면 어느 정도일까? 가히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의 기다.
또 있다. <동국여지승람>에선 영암이란 지명이 ‘3개의 신령스런 바위가 있는 지역’이란 뜻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
신령스런 바위가 있다는 얘기는 ‘영험한 기가 많이 흐른다’는 의미와도 통한다.
-
- ▲ (위) 월출산 정상에서 바라본 영암. 화승조천 지세의 월출산 암봉과 드넓은 영암평야 가운데 영암읍내가 둥지같이 자리 잡고 있다. (아래) 월출산 암봉에서 나오는 기를 받으며 걷는 길인 기찬묏길을 올 7월 초 처음으로 개방해 새로운 걷는 길로 인기를 끌고 있다.
조용헌은 자신의 책 <사주명리학 이야기>에서 다음과 같이 적고 있다.- ‘조선시대 남자들이 모이는 사랑채에서는 <정감록>이 가장 인기 있는 책이었고,
- 여자들이 거처하는 안방에서는 <토정비결>이 가장 인기였다는 이야기는 바로 풍수도참과 사주팔자에 대한 대중의 관심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 풍수에서는 산의 형체를 오행의 형태로 설명한다.
- 종교인들이 기도를 하면 기도발이 잘 받는 산을 화체(火體)의 산이라 한다.
- 불꽃처럼 끝이 뾰쪽뾰쪽한 산이 화체의 산으로 영암 월출산이 대표적이다.’
‘화승조천의 지세’나 ‘화체의 산’은 육산(肉山)에서는 불가능하다. - 맥반석으로 된 화강암 바위산이라야만 가능하다.
- 실제 기가 얼마나 센지 영암군에서 수맥전문가나 풍수학자를 동원해서 조사했다고 한다.
- 구체적인 자료는 없지만 눈에 보일 정도로 기가 느껴졌다고 한다.
그러면 기란 무엇일까? 왜 사람들이 그 기를 받으려고 부산하게 움직일까?
몇 가지 재미있는 얘기가 있다. 관선군수 시절 부군수가 새벽에 1000번 월출산에 오르면 군수로 승진한다는 말이 돌았다. - 실제로 1000번은 아니더라도 100번 올라 산악회에서 기념패를 받은 군수가 있다고 한다.
- 현 김일태 군수도 매일 월출산 언저리를 밟는다. 그가 직접 만든 ‘기찬묏길’을 걷는다는 사실만으로도 흡족할 뿐 아니라
- 주민들의 사정을 파악하고 더욱 친하게 된다고 강조했다. 주변에서 김 군수도 최소 3개월에 한 번씩 천황봉에 오른다고 했다.
-
- ▲ (좌) 대나무와 참나무 사이로 놓인 돌포장길을 따라 걷고 있다. 기찬묏길은 돌길, 벽돌길, 흙길, 나무데크길, 자갈 같은 작은 돌길 등 다양한 길로 조성돼 있다. (우) 남부지방에서 드문 적송 군락지가 길 양옆에 있는 기찬묏길은 또 하나의 볼거리다. 이 구간은 벽돌길로 조성했다.
월출산에는 각종 기이한 바위들이 즐비하다.- 남자가 여자의 허리를 끌어안고 뜨겁게 포옹하는 듯한 사랑바위, 남성의 생식기같이 생긴 남근바위,
- 바로 건너편에는 여근바위 등 기의 본질과 관련된 바위가 많다. 보지 않고 듣기만 해도 기가 넘치는 느낌이다.
사람들이 기를 구할 때는 대부분 출세를 원하거나 후손을 바랄 때다. 출세나 자식은 에너지의 충만으로 해결된다.- 우뚝 솟은 각종 바위는 기가 솟는 듯한(실제 솟게 하는지도 모른다) 느낌을 주기에 충분하다.
- 특히 청춘남녀에게 뜨거운 사랑을 주기엔 부족함이 없다. 이 모든 것이 월출산의 힘이고, 기의 힘이다.
월출산이 주는 그 힘과 아름다움은 예로부터 많은 문인의 작품과 칭송의 대상이 돼왔다. - 고려시대 시인 김극기는 “월출산의 많은 기이한 모습을 실컷 들었거니와 그늘지면 개이고 더우면 그늘지는,
- 추위와 더위가 서로 알맞은 산이로다”라고 예찬했다. 조선시대 김시습도 “남쪽 고을의 제일가는 그림 같은 산이 있으니,
- 그곳의 달은 청천에서 뜨지 않고 이 산으로 오르더라”고 노래했다. 윤선도도 <산중신곡>에서 구름 걸친 월출산을 신선이 노는 ‘선경’으로 표현했다.
영암군은 이 넘쳐흐르는 기를 어떻게 활용할까 장기간 고민에 빠졌다. - 지역 출신 석학들을 초청해 싱크탱크를 만들어 이미지 메이킹 연석회의도 여러 번 열었다.
- 그 결과 몇 개 개념으로 정리했다.
- 왕인 박사·도선 국사 등을 배출한 유서 깊은 역사와 전통의 정기(精氣), 월출산 자연환경에서 느끼는 신기(神氣),
- 가야금 산조 등을 태동시킨 문화의 창조적 역량을 지닌 생기(生氣), 대불자유무역지역 등 동북아 물류거점으로의 활기(活氣) 등으로 개념화했다.
- 이 추상적 개념을 관광자원으로 구체화하는 작업이 필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