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상현의 카미노 (링반데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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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레퓌스의 벤치

물빛 ... 마종기

까미l노 2010. 10. 7. 02:31

물빛 ... 마종기


내가 죽어서 물이 된다는 것을 생각하면
가끔 쓸쓸해 집니다


산골짝 도랑물에 섞여 흘러내릴 때
그 작은 물소리를 들으면서
누가 내 목소리를 알아들을까요


냇물에 섞인 나는 물이 되었다고 해도
처음에는 깨끗하지 않겠지요

 


흐르면서 또 흐르면서,
생전에 지은 죄를 조금씩 씻어내고,
생전에 맺혀있던 여한도 씻어내고
외로웠던 저녁, 슬펐던 앙금들을
한 개씩 씻어내다보면,
결국에는 욕심 다 벗은 깨끗한 물이 될까요

정말로 깨끗한 물이 될 수 있다면
그때는 내가 당신을 부르겠습니다

당신은 그 물 속에
당신을 비춰 보여 주세요
내 목소리를 귀담아 들어주세요

나는 허왕스러운 몸짓을 털어버리고 웃으면서
당신과 오래 같이 살고 싶었다고
고백하겠습니다


당신은 그제서야 처음으로
내 온몸과 마음을 함께 가지게 될 것입니다

누가 누구를 송두리째 가진다는 뜻을 알 것 같습니까
부디 당신은 그 물을 떠서 손도 씻고 목도 축이세요


당신의 피곤했던 한 세월의 목마름도
조금은 가셔지겠지요


그러면 나는 당신의 몸 안에서 당신이 될 것입니다
그리고 나는 내가 죽어서 물이 된 것이
전혀 쓸쓸한 일이 아닌 것을 비로소 알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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