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상현의 카미노 (링반데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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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금 마루금

사라져가는 1800년 전의 옛길

까미l노 2010. 9. 6. 20:10

 

우리나라에도 꽤 많은 문화유산이나 유적 그리고 유네스코에 등록된 산이 더러 있다.

그런데 죄다 복원된 것들 위주이고 그나마 산이란 곳은 백두대간이 허리가 두 동강 난 곳들이 수두룩하다.

 

한국 방문의 해니 뭐니 관광객 수가 줄었느니 어쩌니들 하는데(외국으로 가는 한국인 관광객이 더 많더라만)

한국인인 내가 봐도 외국인이 한국에 와서 구경할(?)곳이 과연 몇군데나 있을까 싶기도 하다.

 

일전 내가 가본 스페인에 유네스코가 지정한 옛길이 있는데

이 길을 걷기위해 세계 여러나라에서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무수히 많은 사람들이 그 나라를 찾고 그 길을 걷기위해 간다.(당연히 관광수입도 많겠지만)

심지어는 시한부 선고를 받은 사람들도 마지막 남은 생을 걸으면서 행복을 느끼기 위한 순례를 하는 사람들도 있고

종교적 목적이 아닌 그저 걷는 게 좋고 그 길이 아름다워서 찾아가는데 한국에서 가는 사람들이 세계 2위를 할 정도이다.

 

그 길은 복원도 하지를 않았고 그 무엇도 꾸미지를 않는다.

다만 그 길을 걷는 사람들을 위한 안전,식사,숙박 등만  저렴하게 제공할 뿐이다.

성당은 사람들에게 오라고 붙잡는 일도 없고 찾아가면 적은 기부금에 숙식을  제공하기도 한다.

천 년도 더 오래된 성당에서 말이다...

 

 

 

오라고 하지 않아도 찾아가는 문화를 가진 나라...

구경거리라고 하기에는 너무도 황송한 그 나라의 옛문화와 오래된 성당 그리고  마을 사람들의 그대로인 생활모습들

 

우리나라에도 그들에게 보여줄 옛문화는 넘쳐난다.

단지 찾아갈 수도 찾아가도 보잘 것 없게 만들어버려서 실망을 안겨주게 되겠지만...

 

천 년도 훨씬 전의 사람들이 걸어넘던 옛 고개

민초들의 생활이 고스란히 베어있었던 옛길들 걸어 넘어가다보면

굳이 애써 알리지 않아도 옛사람들의 생활방식이나 애환을 알 수 있거늘

그런 길들을 죄 다 포장을 하고 하루종일 중요한(?)일 없을 차량 통행조차 뜸한 곳까지 도로를 만들어 버리니 누가 한국읠 방문하겠는가...

 

물론 나도 그곳 산골 시골 마을에 거주하는 사람이면 포장을 원하기도 하겠지...

하지만 애초 사람이 살지도 않았을 옛길 중턱에 사람들을 살게하고 축사며 과수원을 만들게 허락하고 그리고는 종내 도로도 개설해주고

그러니 한국의 옛문화는 매양 복원해서 관람료 뜯어가는 절 같은 것 위주일 수 밖에...

 

어느 마을 어느 주민 한사람도 자기네 마을의 옛길을 보존하겠다고 포장을 반대하는 사람이 있다는 말은 못들었다.

내 아이들에게 물려줄 유산은 무엇일까... 광화문 복원과 옛 조선 궁궐들? 눈으로 직점 확인해볼 방법조차 없는 진기하다는 국보급 보물들?

 

 

 

 

그도 아니면  모조리 새로 복원한다는  무슨 무슨 궁 따위 뿐이고...

정작 보고 싶을 오래된 문화는 보호랍시고 제대로 볼 수도 없을 것이다...

 

부산이든 서을이든 어느 한 곳을 출발하여 옛사람들이 넘어다니던 고개같은 게 우리나라 전 구간을 이어지게 남아있다면

외국인들이 한국을 방문하여 그 길을 걷거나 자전거 또는 중간 곳곳을 차로 근처만 가게 하여도 한국의 옛문화를 깊숙히 알 수 있게 되지 않을까...

 

1800년 전에 만들어진 우리나라 최초의 길 하늘재

문경에서 출발한 말구리재(말이 넘어져서 마전령이라고 함)를 넘어 하늘재로 이어지던

경상도 사람들이 넘어 충청도 땅으로 가서 장도 보고 한양으로 가던 길 

 

그 길은 겨우 2.5km 의 숲길로만 남았을 뿐이다.

먼저 문경 땅 말구리재를 걸어서 넘었다.

가좌리를(가좌목) 출발해서 말구리재 정상까지의 옛길은 이미 넓직한 왕복 2차선 아스팔트로 만들어지고 있는 중이었다.

 

거리가 많이 단축이 되어지기는 하겠다만 과연 이곳에 포장도로를 만들어야만 할 딱히 중요한 일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마을 사람들의 편의성을 무시하자는 것은 아니다)

하동의 회남재 옛길도 청학동 넘어가는 정상까지 포장을 해뒀었는데 하루 종일 차 한 대 지나가지 않는 곳이다.

나처럼 옛길이나 심심해서 호기심으로 넘어가는 자동차 외에는 없었다.

 

다행히 맞은 편 청학동 쪽은 환경단체의 반대로 흙길 그대로 남겨져 있었다만...

 

 

 

택시 기사들은 환경단체를 향해  볼맨 소리를 하고...

 

이번 카미노 도보여행을 마지막으로 말구리재를 찾는 문화 탐방객은 더 이상 없을 것 같다.

아스팔트 길이 되어버리면 옛날 사람들이 걸어넘던 말구리재는 흔적도 없어져 버릴테니...

이미 그 동네 사람들도 말구리재라는 옛길 이름을 모르기도 하고...

 

우리가 마지막으로 반쯤 남은 말구리재 옛길을 숲속 오솔길 걷기로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말구라재를 넘으니 온통 아스팔트로 포장된 길이 삼분의 이 이상이었고 그 포장도로를 걸어 하늘재 입구에 다랐던 것이다.

 

그런데 희안한 사실은 이런식으로 옛길을 없애면서 자동차 왕래도 별 없는 포장도로를 만들고 백두대간을 허물어 허리를 가로지르고 하면서

보존을 한답시고 출입을 금지하는 길은 또 왜그리 많은지 입구에는 지키는 사람들이 좀처럼 없는데

반대편 도착지점에는 어디 숨어 있었는지 국립공원 지킴이라는 범칙금 사냥꾼들이 기다리고 있다.

 

전국의 엤길들을 찾아다녀 보았다.

그나마 남아있는 길들은 사륜구동이라는 괴물 자동차들이 다니게 하여 길을 파괴하고

관심도 없어서 아예 어지간한 일반인들은 지나갈 수 없도록 방치를 하여 숲으로 변해 길을 찾을 수 없게 된 곳들이다.(낫이나 칼을 들고 길을 만들어 찾아야할 정도)

 

요즘 전국에 걷기열풍이 불어 몇몇 지자체들이 앞다투어 길을 반든다고 난리들인데 있는 길들이나 잘 보존했으면 얼마나 다행이랴...

 

예산이 어쩌고 저쩌고 타령들 할테지만(새로 만들면 돈 남기기 쉽다지 아마)

우리가 찾아갔던 여러 길들을 낫이나 톱 한개만 있어도 훌륭한 우리 옛길을 다 복원할 수 있겠던데

산티아고 순례길처럼 우리나라의 옛길들을 찾아내고 복원해도  1000km 정도는 족히 만들 수 있을 것 같다.

 

산티아고 길 꿑의 대서양 절벽에는 별 다른 조형물이 없다. 등대와 등산화 조각만 있을 뿐...

사람들은 그 길을 다 걷고 대서양을 바라보고 하염없이 앉아 바다에 떨어지는 해를 보곤 한다.

 

하늘재의 입구와 끝은 천 년의 세월을 지나온 조그마한 느낌 같은 것도 찾아볼 수가 없었다.

애국하고 또 애국해서 나라를 사랑하고 싶은데 국기에 대한 맹세를 안 하면 믿지않을 그런 모습으로 남아있을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