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상현의 카미노 (링반데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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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레퓌스의 벤치

사람 하나 만나고 싶다

까미l노 2010. 7. 6. 15:54


  
사람 하나 만나고 싶다 / 백창우  
1
사람 하나 만나고 싶다 
어둑한 겨울을 거슬러 성큼성큼 해를 찾아가는 
눈 맑은 사람 하나 만나고 싶다 
가슴속에 고운 씨앗 한 개 품고 있는 
가슴 저 깊은 곳에 빛나는 칼 하나 마련해둔 
그대는 지금 어느 들을 걷고 있는가 
멀리 개 짖는 소리 그치지 않고 
어둠은 삼삼오오 몰려다니는데 
살아 있는 것들은 다 어딜 갔는지 
아아, 살고 싶다 
그대 앞에 늘 깨어 있고 싶다 
2 
나는 
나를 살고 있는 건지 
누군가 내 자리에 버티고 서서 
자꾸만 떠밀어내는 것 같다 
무엇일까 
그게 무엇일까 
깜깜어둠 아래 나는 점점 작아지고 
길 떠난 내 노래들은 
아직 돌아오지 않는데 
언제쯤이면 내 마음속 별 하나 
그 빛을 찾게 될까 
그립다 
날마다 푸른 별처럼 타오르는 
가슴 따뜻한 사람 하나 만나고 싶다 
3
가슴 
다 망가지기 전에 
세상에 물들어 
통째로 
무너져내리기 전에 
첫 아침 맑은 바람 몰고 다니는 
고운 사람 하나 
만나고 싶다 
4 
이렇듯 하루하루 사는 게 힘겹고 
자꾸만 마음의 문 굳게 닫고 싶어질 땐 
내가 아주 작아 보일 
큰 사람 하나 만나고 싶습니다 
망가진 가슴에 
다시 도랑 하나 흐르게 할 
그런, 고운 사람의 노래 
듣고 싶습니다 
5 
내겐 
변변한 노래 하나 없지만 
민들레 꽃씨처럼, 낮은 자리에 내려앉아 
봄날 환히 피어날 고운 시 하나 없지만 
아침이면 늘 새롭게 눈 뜨는 그리움이 있어
아직은 그런 대로 살 만합니다 
추운 세상, 곳곳에 어둠 들어차고 
사람들은 서둘러 불을 끄는데 
그대, 깨어 있는 이여 
한밤중에도 잠들지 못하고 무엇을 꿈꾸는지요 
보고 싶습니다 
향기로운 차 한잔 달여 마시며 
사람 내음에 흠뻑 취하고 싶습니다 

음악, Swan(백조) / 신영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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