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상현의 카미노 (링반데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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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레퓌스의 벤치

혼자 여행을 간다는 것

까미l노 2009. 4. 20. 04:35

혼자 여행을 간다는 것,
  그것은 자기 자신에게 끊임없이
  '너,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니' 라고 묻는 일이다.

  '너 여기서 무얼 할거니' '너 언제 움직일 거니'
  '너 이제 어디로 갈 거니' '너 어떻게 돌아갈 거니' 라는

  질문에 대해 대답하는 일이다.
  내가 생각한 것을
  아무에게도 이야기하지 않는 일이다.

  즐거움도 우울함도 놀라움도
  온전히 나 혼자 끌어안는 일이다.
  아무것도 선택하지 않고 아무 것도 결정하지 않으면
  한 발자국도 움직일 수 없는 것,
  그것이 '혼자 여행을 간다'는 것이다.

  내 마음의 목소리를 듣게 되는 것,
  그 목소리에 따라 선택하고 결정할 수 있는 것,
  자신이 택한 길의 풍경을 진심으로 만나게 되는 것,
  그 풍경의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아주 먼 옛날, 누군가의 목소리를 감지하는 것.
  그리고 그것에 감사하는 것.

  혼자가 아니었다면,
  나는 모네와, 모네의 정원과 모네의 수련에
  그토록 감사하지 못했을 것이다.

  사람들은 묻는다.
  혼자 떠난 여행은 너에게 무엇을 남겨주었냐고.

  나는 그냥 웃는다.
  그건 나와 내 마음, 둘 만의 비밀이니까.


  황경신님의 그림같은 세상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