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상현의 카미노 (링반데룽)
떠나기 전 본문
1. 영성 - 가톨릭 순례자들에게
2. 서류 - 한국인 여행자라면 반드시
3. 여행자료 - 아는 것과 사로잡히는 것 사이에서
4. 디지털기기 - 기록으로서의 사진의 힘
5. 의류 - 등산가는 마음으로
6. 위생용품 - 의외로 신경 쓰이는
7. 의약품 - 유비무환
8. 식품 - 보수적인 미각을 위해
9. 문방구류 -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보물
10. 장비 - 현대적인 순례자가 되기 위해
11. 기타 - 그러고도 남은 것들
1. 영성 - 가톨릭 순례자들에게
특히 다국어 미사통상문을 가지고 있으면 미사의 흐름을 알 수 있어 좋습니다.
무엇보다 ‘하나이며 보편된 교회’를 절감할 수 있어 뜻 깊습니다.
10개 국어 미사통상문을 명동성당 성물점에서 천 원 대에 구입했습니다.
성서는 언제나 힘이 됩니다만, 특히 ‘라바날 델 카미노’에서 유용했습니다.
순례자들이 들어찬 성당 안에서 한국어로 말씀을 읽는 기회는 흔치 않지요.
말씀 전례를 알아듣지 못하고 보낸 것이 참 아쉽습니다.
가톨릭의 말씀은 언제 어디서나 같기 때문에 한국에서 여행할 시기의 매일미사,
혹은 오늘의 말씀을 챙겨 가면 미사시간이 더욱 의미있겠지요!
2. 서류 - 한국인 여행자라면 반드시
필수; 여권,항공권,보험증권(복사본장)숙박예약서,유레일 패스,신용카드(비상용 1장 더),
현금기능 체크카드(visa와 Cirrus 두종류로 준비),카드번호 따로 적은 기록,증명사진 몇장,
비상연락처 기록,현지연락처(대사관,경찰서,응급싱 등) 거래금융기관 보험사등
산티아고 은행에서 체크카드와 관련하여 은행 측과 급하게 연락할 일이 생길 수 있습니다.
그 외의 연락처는 사용하지 않지만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두는 것은 나쁘지 않겠죠.
순례만 계획하신다면 유레일은 전혀 필요 없는 물건입니다.
스페인은 버스 서비스가 저렴하고 편리합니다.
유럽여행을 함께 계획한다면 유레일 구입하고,
한국에서 계획한 여행에 딱 맞춰 준비해 가는 것이 아니라면 계획은 자주 바뀌고 무용지물에 가까워
금전적 손해를 볼 수도 있습니다(구간에 스페인이 없습니다).
저가항공은 잘만 이용하면 무엇보다 편리하고 값싼 여객수단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환불이 되지 않고 이/착륙 시간이 새벽 혹은 한 밤중이 많은 경우가 있으므로 일정이 확정된 구간에 대해서만 예약을 권합니다.
여행은 언제나 상상 밖의 일들이 벌어지니까요!
숙소 등을 한국에서 철두철미하게 예약하는 방식에 대하여,
첫 여행들의 불안한 마음에 최대한 확실성을 더하기 위해 가능한 많은 예약을 하고 갑니다만
다음 여행을 준비한다면 첫 도착지와 마지막 출발지의 예약 외에는 하지 않을 것입니다.
물론 시기와 지역에 따른 다양한 변수가 있습니다만
여행자 정보센터와 현지인들 등의 도움을 받는다면 숙소를 찾는 것이 어렵지는 않을 것입니다.
물론 가끔 그 도움이 낯선 곳에 떨어진 여행자 등쳐먹기 식이 되는 경우도 있겠습니다만….
모험이냐 안전이냐, 개인의 선택이겠지요.
3. 여행자료 - 아는 것과 사로잡히는 것 사이에서
처음 닿는 지역에 대한 기본적인 정보 정도는 준비하는 것이 좋겠지요.
모든 책이 어느 정도의 도움을 주겠지만 세세한 정보가 담긴 여행 실용서보다
현지의 문화, 역사 등을 개괄하는 책이 더욱 큰 도움을 주었다고 생각합니다.
‘아는 만큼’ 보이는 것은 무시할 수 없습니다. 물론 그 ‘앎’에 가려져 보지 못하는 것들이 생길 수도 있겠지만요.
철두철미한 정보는 여행의 놀라움을 가로막고, 무계획 무정보는 낯선 곳의 위험성을 높일 것입니다.
그 중간의 어떤 점을 찾는 것이 중요하겠지요?
대체로 여행자가 한국에서 생활하던 방식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방향으로 여행지에서도 행동하게 된다고 생각합니다.
순례에 대해, 카미노 프랑세즈를 걸을려면
출발지인 생장피드포르(SJPP)에서 받았던 세 장의 정보지
(고도표, 숙소정보, SJPP-론세스발레스 간의 상세표)에 모든 것을 의지합니다.
순례자들과 현지에서 구할 수 있는 정보에 대부분 의지하여 걸을 수 있습니다
돌아보면 그것이 더 즐거운 순례가 될 수 있었던 이유가 될 수도 있으니까요...
더 이상의 것을 알지 못하면에 기대할 수도 없기 때문입니다.
가끔 순례자들이 가이드북을 뚫어지게 쳐다보며 ‘이쯤이면 마을이 나와야 하는데’,
혹은 ‘여기에서 어떤 것을 볼 수 있다는데’하며 푸념을 늘어놓곤 합니다.
그 대상이 책인지, 길인지는 알 수 없습니다.
그러나 책은 그것이 쓰여진 순간의 길을 담아놓은 기록이며, 길은 지금 이 순간에도 끊임없이 변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순례자는 길을 걷습니다.
책이 맞는지 틀리는지를 확인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길잡이로서 가이드북을 이용하는 것은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독일 순례자들이 애용하는 빨간 책(작고 가벼운 데다 정보가 상세함)의 영어본을 서점에서 구입하신다면
좋은 정보들을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특히 프랑스 길 외의 덜 알려진 길을 걸을 때에는 가이드북이 필수적일 수 있습니다.
만약 다시 길 위에 오른다면, 현지에 대한 실제적인 정보만을 추려 출발한 후
출발지의 순례자 친구들 사무소에서 순례길 전반에 대한 정보를 얻거나,
서점에서 가장 가볍고 최신의 (가능하다면 철두철미한 독일 사람들이 쓴!) 책 한 권을 사서 출발하는 것이 좋습니다.
마지막으로, 홀로 떠나는 여행은 고독에 익숙한 한 마리 늑대에게도 때로 주체할 수 없는 외로움이 됩니다.
가족사진, 가끔 여행의 소식을 전할 수 있는 연락처는 가뭄의 단비가 될 수 있습니다.
4. 디지털기기 - 기록으로서의 사진의 힘
기록장치(SD카드) 여유분과 베터리
어떤 순례자는 팔뚝만한 카메라를 들고 다녔고,
또 어떤 순례자는 카메라마저도 길을 방해한다며 맨 몸으로 다니기도 했습니다.
카메라는 한국에 와서 길을 돌아보는 유용한 자료 중 하나였습니다.
특히 순례 가운데 자신이 어떤 피사체에 주로 눈을 두고 있었느냐를 선명히 알 수 있습니다.
곧 자신의 관심영역을 온전히 비추는 것이 사진입니다.
더불어 모든 여행이 그렇듯 순례 역시 길에서 만난 친구들과 사진을 찍고, 한국에 돌아와 그것들을 주고받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카메라의 화소 수에 따라, 그리고 설정화질에 따라 다르지만
가끔 카드 사진을 CD백업해주는 곳을 만날 수 있습니다.
‘카스트로헤리츠(Castrojeriz)'의 사설 숙소에서 서비스를 받을 수 있습니다. 이런 곳을 이용해도 좋을 것입니다.
작고, 화질이 뚜렷한 카메라였으면 하고 약간 후회하였습니다.
불필요: PDA,MP3 크래들,충전지,충전기,멀티아답터 등
유럽 순례자들은 많은 경우 휴대전화를 가지고 있습니다.
로밍서비스를 받는 한국 분들도 만날 수 있고,
‘길 위에서 벨이 울리는 것은 진정한 순례가 아니다!’며 열변을 토하던 근본주의(?)순례자를 만나기도 하지만 어느 정도는 유용하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먼 곳에서 떠난 순례자들은요.
손바닥 만한 수동기능이 되는 카메라 한 대와 전화카드 한 장으로 충분할 것 같군요.
5. 의류 - 등산가는 마음으로
기능성 의류가 빛을 발하는 곳이 바로 이곳입니다.
땀 배출이 빠르고 무엇보다 간편한 세탁과 빨리 마르는 점이 아주 매력적입니다.
순례지인 스페인의 여름은 건조하고 햇빛이 강렬하여 긴팔이 오히려 견디기 수월합니다.
6월~7월의 경우 아침/저녁으로는 긴 팔에 겉옷을 입고도 추울 정도의 날씨였습니다.
감기를 예방하기 위해 바람막이 류의 겉옷은 유용합니다.
속옷은 세 벌 정도를 가져가면 매일 빨래하며 입기에 좋습니다. 굳이 기능성 제품을 살 필요는 없었습니다.
속옷 자체가 얇은 면이라 금방 마르거든요.
등산화는 순례의 쾌적함을 좌우하는 요소입니다.
전문점에 가시면 베테랑 판매자 분께서 친절하게 알려주실 것입니다.
더불어 양말도 중요합니다. 발목 위로 등산화가 닿는 부분을 감싸는 두툼한 등산용 양말이 유용합니다.
다만 빨래를 했을 때 가장 늦게 마릅니다. 가끔은 채 마르지 않아 배낭 뒤에 매달고 걸어야 할 때도 있습니다.
숙소에 도착한 후 특히 샤워할 때, 그리고 주변을 돌아다닐 때 신을 물이 잘 빠지는 슬리퍼 하나는 있어야겠지요.
맨발로 돌바닥을 걸어 다니는 것은 무리입니다. 모자 역시 필수품입니다.
저는 한국에서 아주머니들께서 많이 쓰시는 검게 코팅된 투명 캡을 가져갔는데 모자를 썼을 때 하늘을 볼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판초우의와 우산 가운데 무엇이 나을 것인가,
많은 이야기가 있지만 판초우의를 선택하는 것이 좋습니다.
여름에는 거의 비가 오지 않았으나, 약한 비는 그대로 맞고 걸어도 문제가 없습니다.
빗줄기가 거세지면 판초우의를 쓰게 되는데, 많은 도움이 됩니다.
무엇보다 순례 중에 숙소 매트리스의 청결부분에 대하여 걱정되는 경우 우의를 펼쳐 매트리스를 감싸면
상대적으로 쾌적한 잠자리를 만들 수 있습니다.
또한 잔디밭이나 길 가의 좋은 풍경을 만났을 때 우의를 깔개삼아 펴고 휴식을 즐기기에도 좋습니다.
물론 사용 후 꼼꼼히 살피고 햇빛에 말리는 것은 필수입니다.
청바지는 무겁고 세탁이 수월치 않으며 입고 오랜 시간 걷기에 편하지 않은 옷입니다.
면 재질의 티셔츠는 많은 땀을 흘리는 순례자들에게는 착용감이 좋지 않습니다.
게다가 매일 옷을 빨아야 하는 상황에서 헤지기 쉬운 옷입니다.
더불어 빨래 후에 상대적으로 더디 마르는 등 이점이 없었습니다.
사진을 보니 어떤 스페인 순례자는 산티아고 순례자의 상징인 망토와 모자를 걸치고 순례를 하더군요.
또 다른 일본 순례자는 마치 사무라이같은 복장을 하고 순례길 위에 서 있더랍니다.
6. 위생용품 - 의외로 신경 쓰이는
한국에서 고형 세숫비누를 가져갈 수도 있는데 그러나 물기가 묻은 후 물렁물렁해지고 미끄러워 간수하기가 신경 쓰입니다.
작은 통에 든 액체의 샤워젤로 샤워와 세수, 샴푸까지 모두 해결거능
목욕할 때에 그날 빨 옷들을 바닥에 두고
발로 밟으면서 샤워하면 빨래와 샤워를 간단히 해결할 수 있습니다.
스포츠타월은 순례의 필수용품 가운데 하나입니다!
일반 수건 크기의 아주 얇은 극세사의 천으로 등산용품점에서는
전문용품이라는 이름으로 고가에 판매하고 있으나 저는 동대문시장을 방황하다 1,500원에 구입하였습니다.
샤워 후에는 속성으로 온 몸의 물기를 흡수하고 걸을 때에는 땀을 닦는데 유용합니다.
가끔 보송보송한 면수건이 아쉬울 때도 있습니다만….
빨래비누, 속옷용의 순한 것으로 모든 빨래가능
숙소에 빨래터(?)와 빨랫줄이 잘 마련되어있어 세탁 걱정은 하지 않으셔도 될 것입니다.
외국사람들은 플라스틱에 든 액체형 세제를 옷에 묻혀 빨기도 합니다. 현지에서 구입할 수 있습니다.
지퍼백 역시 아주 유용합니다.
얇은 비닐보다 저항력이 있고 밀봉할 수 있어 용품들을 종류별로 분류해 담기에 알맞습니다.
옷부터 기념품에 이르기까지 모두 구분한 후
크기 별로 다른 지퍼백에 넣어 밀봉한 후 가방에 넣었습니다.
특히 옷의 경우 부피가 줄어들고 물기로부터도 안전하여 아주 편리하였습니다.
여분으로 몇 장 챙겨가시면 긴 순례 가운데 낡은 백을 버리고 사용할 수 있을 것입니다.
물론 모두 현지 상점에서 구하실 수 있습니다.
손톱깎이는 가장 작은 것으로 준비하시면 좋습니다.
면봉은 샤워 후 귀 소제를 하기 편리합니다. 몇 개 정도 챙겨가시면 유용할 것입니다.
선크림! 스페인의 태양은 과연 무시무시했습니다.
200ml 안쪽의 것을 가져가시면 충분히 사용하실 것으로 생각합니다.
때마다 덧발라 주세요. (개인차가 있습니다만) 발라도, 탑니다. 그러나 바르지 않으면, 익습니다.
스킨의 경우 100ml 물약통에 하나를 담아가 아껴쓴 덕에 반 쯤 남겨왔습니다. 로션은 조금 큰 샘플을 사용하였습니다.
여성의 경우,
생리대 등은 현지에도 충분합니다. 한국에서 약간 준비하신 후 현지에서 구입하여 사용하시면 짐을 덜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두말할 것 없이 패드 타입보다는 탐폰 식이 걷기에 수월합니다.
TSS등의 독성쇼크가 염려되신다면 적당하게 혼합하여 사용하시는 것이 좋겠습니다.
더불어 면도기는 여성에게도 가끔 필요할 때가 있지요.
여름에도 한국의 겨울처럼 살갗이 바싹 마르는 기후라 작은 핸드크림 등이 유용할 것 같습니다.
현지에서는 약국에서 파는 알로에로 만든 젤을 많이 사서 바릅니다. 보습 등에 효과가 좋기 때문입니다.
단기간의 여행에서는 샤워, 샴푸 샘플을 챙겨가는 것이 유용하나
순례처럼 장기전이 될 때에는 이런 것들은 오히려 정신 사납게 짐을 흐트러뜨리는 것들이 되었습니다.
가루비누 역시 마찬가지의 의미에서 유용하지 않습니다.
거의 매일 빨래하기 때문에 가루비누처럼 강력한 세제를 사용할 필요도 없었다고 생각합니다.
스포츠타월 한 장, 작은 샤워젤 한 병과 샤워타월, 굳은 빨래비누 한 장, 손톱깎이, 면봉 몇 개,
선크림, 스킨과 로션 작은 병 하나, 여성용품 약간과 지퍼백과 비닐 여분 정도를 챙겨가겠습니다.
7. 의약품 - 유비무환
특정 상표명을 언급하게 되었습니다만 맨소래담 류의 마사지 크림은 순례의 필수품 가운데 하나입니다.
잠들기 전 배낭에 지친 목과 어깨, 발목 등에 바르면 곧 톡 쏘는 향과 뻐근한 통증이 느껴집니다.
더불어 (개인적인 신념에 가깝습니다만) 멘톨이 가진 향기가 침대벌레, 벼룩 등을 멀리 하는 효과가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중간에 분실하여 현지에서 엇비슷한 것을 구할 수 있는데,
같은 멘톨 성분의 중국산으로 의원의 모습이 그려진 퍽 의심스러운 물건입니다.
반창고는 혹시 생길지 모를 물집과 기타 상처를 보호하기 위해,
모기 쫓는 밀크는 혹시 있을지 모르는 침대벌레를 막기 위해 침낭에 바르기 위해,
기타 소화제, 지사제, 변비약, 진통제 등은 현지 약국에서 구입하기에 쉽지 않은 것들이라 챙깁니다.
반드시 맨소래담! 그리고 모든 약들을 약간씩만.
8. 식품 - 보수적인 미각을 위해
사람이 사는 곳에는 음식도 충분합니다. 특시 허기에 굶주린 순례자들의 길 위에 식품류는 차고 넘칩니다.
그러나 한국사람들이라면…. 해외여행자들의 경험을 통해 몇 가지를 챙겨갑니다.
대체로 짐인 경우가 많고 현지에도 해 먹을 만한 것들이 많습니다.
특히 쌀의 경우 한국과 동일한 품종을 작은 마을 상점에서도 구입할 수 있습니다.
부엌 사용이 편리한 순례자 숙소에서 조리하기 가볍고 편한,
평소 즐기시던 것들을 약간 챙겨 가시면 순례 가운데의 재미일 것이라 생각합니다.
한국 수준의 매운 맛을 가진 음식을 찾지 못해 그 알싸한 맛을 아주 그리워할 수도 있습니다:)
숙소 내의 부엌 설비가 괜찮은 편입니다만 개인 컵 하나를 가지고 다니면 유용하게 쓰이는 경우가 있습니다.
아침으로 우유에 미수를 타 먹는 그릇으로 사용하는 등 다양하게 이용할 수 있습니다.
스푼, 포크, 나이프에 티스푼까지 출국 비행기에서 한 벌을 챙겨간 것은 저의 순례 가운데 아주 잘한 일 하나였습니다.
물론 식기가 완비된 경우가 많지만 때로 이런 연장들을 꺼내 써야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플라스틱 재질로 가볍고 세척이 수월해 쓰기에 좋았습니다.
스위스 아미 나이프는 출국 시에는 별로 중요하지 않고 현지에서 구입가능
칼을 절박하게 필요로 하는 위기상황은 좀처럼 안 생기겠지만
나이프로 빵과 토마토를 썰어 길바닥에서 샌드위치 같은 것을 만들어 먹을 수는 있습니다.
생각보다 현지의 부엌설비가 아주 우수하고,
게다가 한국과 똑같은 품종의 쌀을 언제나 구할 수 있어 마음만 먹으면
매 끼니를 한국식 백반으로 할 수도 있었을 것 같습니다.
라면스프보다는 국물을 내는 멸치 등의 가루스틱을 몇 개 챙겨갔다면 집에서와 엇비슷한 분위기를 낼 수 있었을 것 같습니다.
다음 순례에는?
라면스프 대신 멸치가루 같은 자연재료의 국물 맛 내는 가루 스틱과 작은 간장 통 하나, 고추장 튜브를 가져갑니다.
더불어 출국 비행기에서 한 벌의 스푼, 포크, 나이프 역시 잊지 않고 챙깁니다:) 아미나이프 역시 혹시 모르니 챙겨둬야겠군요.
9. 문방구류 -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보물
례를 마치고 남은 보물 몇 가지를 꼽으라고 할 때, 버릴 수 없는 것이 기록입니다.
하루하루를 계획하고 돌아보며 순례를 무사히 마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더불어 그 때의 생생한 기억을 더듬어보기에 기록만큼 유용한 것이 없었습니다.
물론 일종의 기록중독자(?)에 가까워 중요도가 높은 이유일지도 모릅니다만,
평소에 무엇인가 쓰는 일을 귀찮게 여기셨던 분이라도 작은 공책 한 권 정도 챙겨 가시면 재미있는 경험을 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쓰다 모자란 것들은 (모든 것이 그렇듯)현지에서 조달이 가능합니다.
아주 가끔 스카치테이프는 쓸모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펜은 저의 경우 중간에 갖고 있던 것이 닳아서
‘펜 하나 사겠다고’ 사방을 휘저어야 하는 난감한 상황에 처힙니다.
펜의 경우는 가볍고 휴대하기 편하니 하나 정도는 여분을 챙겨놓는 것이 좋겠습니다.
포스트잇은 한 뭉텅이를 전부 들고 갔다가 거의 남겨왔습니다.
적당히 약간분량만 챙겨 노트에 붙여두면 친구들에게 작은 메모를 남기거나 하는 등으로 사용할 수 있을 것입니다.
메모장은 스페인어가 통하지 않는 경우 그림,
단순한 단어 등으로 의사소통을 하거나 중요한 정보들을 메모하기 위한 것으로 유용합니다. 그
리 크지 않은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가이드 북 없이 온라인 정보를 추려 파일로 만들어 가져가기도 하는데
어찌 보면 위험하기까지 한 무모한 시도일 수도 있습니다. 참고만 해 주세요).
순례기간이 생각보다 길어지고 다른 여행지에 대한 흥미가 시들해진 이유도 됩니다.
한국에서 정보를 추리는 것도 순례의 그림을 그리는 중요한 과정입니다.
그러나 그것에만 매달릴 필요는 없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가볍고 뜯어지지 않는 튼튼한 작은 노트 한 권, 펜 두 자루, 스카치 테이프 롤,
포스트잇 약간, 작은 메모장 한 개 정도를 준비하겠습니다.
10. 장비 - 현대적인 순례자가 되기 위해
등산이나 여행 경험이 없는 초보 순례자들을 가장 골치 아프게 하는 것이 장비 부문입니다.
특히 배낭과 등산화, 침낭은 외부활동을 즐기지 않는 사람들은 평생 만져본 적도 없는 것이기까지 합니다(제가 그랬습니다).
택시 서비스를 이용하여 맨 몸으로 걷지 않는 이상
하루의 반나절 이상은 몸과 같이 짊어지고 목적지까지 가야 하므로 여러 모로 신경을 쓰는 것을 권장합니다.
카미노는 (프랑스 길의 경우) 마을을 따라 걸으므로 구간마다 끼니 때 식품보급이 용이하고
한 달 정도의 긴 시간 걸을 짐을 최소화하여 꾸려야 하는 특색이 있으므로 텐트부터
코펠, 모든 음식을 짊어져야 하는 등산과는 조금 다른 구성으로 짐을 챙기게 됩니다.
자기 몸무게의 10%를 넘는 배낭은 무게감이 느껴지기 시작한다는 것과,
여성의 경우 대체로 35-45리터 내외,
남성의 경우 50-60L정도의 배낭을 평균적으로 구입한다는 정보를 기본으로 삼았습니다.
저는 40리터 전후의 외부 포켓이 적당히 달리고 오랜 시간 매어도 허리에 무리가 가지 않는 배낭을 목표로 하였습니다
다양한 구입 경로가 있으므로 저의 구입과정은 참고로 삼아주세요.
순례를 다녀오신 전문가 분들의 장비와 등산 커뮤니티의 장비 이야기 등을 통해
몇 가지 브랜드를 걸러낸 후 직접 동대문과 남대문의 등산용품 점에 가서 브랜드 별로 눈에 띄는 가방들을 메어보며 감을 확인했습니다.
느낌으로 조금 무거우나 중심이 확실하여 허리를 받쳐주는 모 브랜드에 점수를 줍니다.
그곳에서 찾아볼 수 있는 상품종류가 적고 가격대가 제 예산 이상이라고 판단
온라인 중고 등산용품 거래 사이트를 통해 적정한 가격대의 매물을 찾습니다.
브랜드의 온라인 소매 사이트를 통해 해당 모델의 세부 상품내역을 검색한 결과 제게 적합하다는
(40리터 수준의 외부 포켓이 있는) 결론.
중고 등산용품 거래 사이트는 http://www.okmountain.com/ 을 이용
공동침대를 사용하는 카미노에서 침낭은 단순히 추위보호 차원이 아닌
이불 대용이자 자칫 물릴 수 있는 침대벌레로부터 몸을 보호하기 위한 것입니다.
대체로 숙소와 침대의 청결도는 평균 이상입니다만
가끔 침낭을 사용함에도 불구하고 침대벌레에 물리는 경우가 많이 있었습니다.
여러 사람들이 벌레에 물려 온 몸에 두드러기가 나는 소동을 겪기도 합니다.
많은 한국 순례자들은 적어도 한 번 이상 침대벌레에 물린 경험을 가지고 있습니다.
어쨌든, 여름에도, 침낭은 필수입니다.
여름에는 가장 가벼운 침낭을 구입하는 것이 목표
프랑스 길은 북부 스페인에 위치하고 있어 한여름에도 실내에 들어가면 제법 서늘합니다.
어떤 해의 여름은 이상기후까지 겹쳐 조금 추위를 타기도 했습니다.
숙소마다 담요를 비치해 두는 곳도 있습니다만 턱없이 부족합니다.
숙소 내에서 빨래를 하고 세탁물을 너는 데에는 큰 불편이 없습니다. 빨랫줄 등이 잘 마련되어 있습니다.
세탁물을 집어둘 집게 혹은 옷핀을 하루 걸치는 옷가지 수 정도로 준비하면
거센 바람에 옷이 날려가는 수모를 겪지 않을 것입니다.
가끔 비가 오거나 빨랫줄이 없을 때를 대비하여 가벼운 쇠로 구부린 옷걸이를 몇 개 넣어 가시면 도움이 될 것입니다.
반짇고리는 발에 물집이 생겼을 때 바늘에 실을 꿰어 터뜨릴 수 있습니다.
도보여행가들 사이에서는 워낙 유명한 것이라, 다만 사용하시게 될 때는 꼭 불로 달구어 소독하는 것을 잊지 마세요.
매일 손빨래로 해어진 옷을 꿰맬 때에도 유용했습니다.
여권, 현금 등의 가장 중요한 물품들은 샤워할 때에도 항상 곁에 소지하는 등 주의를 기울이고
나날이 급증하는 순례자들에 비례하여 최근 심상치 않게 도난사고가 들려오는 경우가 있습니다.
미리 조심하여 손해 볼 것이 없기 때문에 느슨한 가방에 안심할 겸 자물쇠를 채워두는 것은 과잉행동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작은 마을보다는 대도시, 관광지 등에서 불상사가 일어나는 경우가 많으므로 특히 인파가 몰리는 지역에서 조심하세요.
그러나 유럽을 배낭여행하는 아시아 여행자들의 치를 떨게 만드는 스페인의 악명 높은 소매치기와 강도는
순ㄻ켸길에서는 아직 없는 것 같습니다.
유명 여행지에서 한 눈에 띄는 아시아 여행자들을 노리는 범행이 많이 일어난다고 들었습니다.
그러나 도시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개발이 더딘 스페인 북부는 아직 빈부격차가 크지 않아
도시, 마을 내의 긴장도가 높지 않다는 현지인의 이야기를 참고해주세요. 스페인, 그렇게 나쁜 나라가 아니었어요...:)
주의를 놓지 않되 불안에 떨지는 마실 것을!
귀마개는 하나 정도 챙겨 가면 그 효과는 미미할지라도
공동침상의 무시무시한 코골이로부터 밤을 지켜주는 고마운 솜뭉치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작고 잘 흘러내려 쉽게 잃어버리는 것이 문제이긴 합니다만….
복대는 필수라는 설명을 듣고 허리에 매는 형태로 구입하여
여권부터 시작하여 모든 가장 중요한 서류들의 원본을 넣어두었습니다.
정작 첫 날 복대를 풀어보니 땀에 절어서 얇은 종이들은 너덜너덜해 지니 참고
중요한 물건들을 한 곳에 보관하여 두는 것으로는 의미가 있습니다.
구입하실 때에는 꼭 방수가 되는 것으로 하시길.
머리띠는 고정하는데 많은 도움이 됩니다.
순례 갈 � 한국 국기모양의 작은 뱃지 같은 것을 선물하면 작고 유용합니다.
한국의 풍경을 담은 엽서도 얇고 가지고 다니기 편할 것 같습니다.
창의력과 아이디어로 (가볍고) 다양한 선물을 약간 준비해가시면 고마운 마음을 전하는 특별한 방식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침낭, 반짇고리, 자물쇠 두 개,
귀마개 머리띠 빨래집게 여섯 개와 옷핀 여러 개 복대도 잊지 않고요:)
11. 기타 - 그러고도 남은 것들
전화카드는 공항에서 구매 가능
특히 스페인에서 한국으로 통화하는데 가격경쟁력이 있는 전화카드 회사가 몇 군데 있습니다.
미리 선불하신 후 챙겨 가시면 현지의 거의 모든 전화에서는 언제나 연결될 수 있습니다.
더불어 순례길의 소도시 수준 이상의 지역에는 ‘Locutorio(로쿠또리오)’라고 해서 PC방을 겸하는 전화방이 있습니다.
대체로 제3세계(?)의 이주노동자들을 위해 칸막이 안에 전화가 설치된 방이 늘어선 상점으로 가격편차가 큽니다만
분당 0.2~0.5유로 사이 정도에 통화를 할 수 있습니다.
공중전화보다 오랜 시간 여유를 가지고 이야기를 하고 싶으실 때에 찾아가시면 도움을 받으실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인터넷을 사용할 수도 있는데 대체로 1시간에 1유로 내외로 숙소에 설치된 PC에 비하여 저렴합니다.
웬만한 도시에서 도서관을 들렀고, 그곳에서 PC를 사용할 수 있습니다.
원래 시민들이 회원가입을 하고 사용하는 곳인데 직원들이 불쌍하게(?)여겼는지 짧은 시간 사용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곳들이 많습니다.
12. 정리
어떤 물건을 들고 1초 이상 고민하는 순간 가져가지 않을 것에 포함된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더불어 스페인과 순례길 역시 사람들이 사는 곳이므로 부족하거나 필요한 것들은 현지조달이 가능합니다.
새 배낭과 침낭, 캐리어, 비키니수영복 등 다양한 물건들을 구매할 수 있습니다(가격이 싸다고는 할 수 없을 것입니다만).
실제로 이 모든 짐들을 배낭에 꾸리실 때에는 가장 가벼운 것들 - 침낭, 옷 등 - 을 아랫부분에 깔아
무게를 막아주신 후 윗부분에 무거운 짐들을 균형 있게 넣어주는 것이 오랜 시간 짐을 짊어질 수 있는 방법입니다.
배낭의 평면도 등을 그려 물건들의 위치를 익히는 것도 좋은 방법일 것입니다.
맨 아래에 침낭과 지퍼백으로 돌돌 말아 부피를 줄인 옷을 깔고
사이사이에 판초와 가볍고 작은 짐들을 끼워넣은 후 보조 백에 각 카테고리 별로 짐들을 분류한 후 무게가 가벼운 순으로 아래에
모든 짐들은 1차적으로 작은 지퍼백에 넣은 후 얇은 보조백에 넣습니다.
책이나 납작하고 단단한 것들은 등에 밀착시키고 위생도구, 식품류 등을 넣은 후 디지털기기 등
무거운 것들과 손이 자주 가는 것들을 옆가방에 넣는 것으로 짐을 마무리했습니다.
한 달 정도를 매일 짐을 풀고 싸다 보면 곧 안방 들여다보듯 익숙하게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순례자 여권, 요 녀석은 길 위에서 하나 챙기시길...
그럼, Buen Cami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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