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상현의 카미노 (링반데룽)

동강 트레킹 본문

부엔 까미노

동강 트레킹

까미l노 2007. 11. 22. 00:51
이렇게 추적추적 비 내리시고

긴 주름치마 입은 당신같은

고운 봄날이 혹여 다시오거들랑

언제 한번 당신을 초대하고 싶은 곳이 있습니다.



연둣빛 이파리들이 떨어지는 빗방울에

잘 맞춘 박자처럼 연신 고개를 끄덕입니다.



아하~

이것 한번 보세요.

길섶으로 채이는 풀자락 아래서

퐁당퐁당 물속으로 뛰어드는 개구리의 놀란모습 못보신지 오래지요...



드문드문 핀 돌배 꽃이며

눈부시게 흰 싸리 꽃도 잘 아실테지요.



진분홍 철쭉들이 길옆으로 흐드러지게 피었고

작아서 정겨웁게 느껴지는 유순한 물줄기가

물안개 몽실몽실 피어대니 마음은 외려 더 넉넉하게 다가옵니다.



청옥산에서 내려서 쉬엄쉬엄 휘돌아 내리는

이 물줄기가 이름도 참 예쁘지요?

미탄에서 한탄리를 거쳐 오면서 기화천이 됩니다.



동강으로 흘러들면서 한줄기의 물이

두 이름으로도 불리우면서 앞서불리는 이름이 창리천이고

뒤이어 부르는 이름이 기화천이랍니다.



귓때기 시려운 겨울엔

메마른 갈대와 나뭇가지에

하얀 상고대가 절경으로 피어나는 곳이기도 하지요.



이맘때의 여느봄 날풀리면 산그늘은 짙은 초록빛이고

풍경에 녹아드는 플라이 낚시꾼들의

한가로운 그림이 도란도란 흐르는 물따라

흘러내려간 줄을 사르고 또 다시 풀어내려서

둥글둥글 우아한 곡선을 만드는 모습이 수채화 같습니다.



영화 보셨나요..."흐르는 강물처럼" 에서

브레드피터 라는 외국 영화배우의 모습처럼

강물도 부서지는 물빛도 연초록 숲그늘 지는 것 조차 닮고섰습니다.



허허허...소스락 거리는 듯한 작은 기척들

아니 물 속에서야 대단한 아우성일테지요...



이맘때쯤이면 옛적 시골에서 어김없이 보여지던 놈들

작은 몸집에 무거우리만치 다닥다닥 알을 매단

가재 녀석들의 물먼지 일면서 달아나는 모습들을 보셨는지요...



30년도 더 오랜 기억의 순간을

요즘에사 다시 만날 수 있다는건

당신을 만났을때의 그 설레임마냥

쉬 감탄할일 없이사는 요지음엔 분명 대단한 감동이네요...



물비린내랑 비릿한 풀냄새가

새 빗물을 타고 상큼하게 코를 찌릅니다.



세상 미물 가운데

그토록 민감하게 구는 녀석들이 새우류라던데

그중에서도 더 민감한 놈들이 이 가재라는 놈이랍니다.



선듯할 정도로 차가운 물결이

놓아준 가재와 함께 내 발가락 사이를 훑고 내려갑니다.



기화천은 동강과 만나게 되면서

진탄나루라고 불리우는 이름의 지명을 가집니다.



내리는 비가 아니시라면

흙먼지 폴폴 뒤따라오는 강을 따라

비포장길을 얼마간 터덜터덜 달리면

그 또한 이름 고운 문희마을이라는 곳이 나오지요.



급한 언덕배기에 두룬산방이라고

동강의 물줄기가 굽이쳐 휘돌아 나가는 비경이

한눈에 내려다 보이는 참 멋진 잠잘 곳이 있습니다.



언제 한번 당신을 이곳으로 유혹하렵니다.

두룬산방에서 내려다뵈는 동강의 모습은

상류 황새여울에서 휘돌아 진탄나루까지 내려오면서

굽이굽이 고운 에울살이를 만들지만 겨우 그림이라고 밖에

표현 할 길 없는 제 글력이 한심할 밖에요...



언제 당신에게 미려한 송어의 나신과

화려한 국화무늬를 가진 쏘가리의

퍼득거리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습니다.

물 속에 들어선 당신의 뽀얀 알종아리를 훔쳐보면서 말이지요...


2002년 이른 봄 동강여행중에...

'부엔 까미노' 카테고리의 다른 글

주왕산2  (0) 2007.11.22
한강 발원지를 찾아 태백 검룡소 가는 길  (0) 2007.11.22
청량리 역  (0) 2007.11.22
백령도 가는 길  (0) 2007.11.22
여행  (0) 2007.11.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