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상현의 카미노 (링반데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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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미노 데 산티아고

참을 수 없는 산티아고의 유혹

까미l노 2008. 8. 14. 11:47

사실,

그 길 산티아고가 나를 유혹해서인지

내가 산티아고를 간절하게 갈망하는 것인지 얼핏 분간은 서지 않는다

 

이미 지난 5월에 그 길 위에 서 있었을텐데 

마음에 설레임만 구겨넣은 채 이렇게 그냥 서울에 머물렀으니...

 

무엇일까

내가 산티아고 순례길을 걸을려고 하는 이유는

 

그냥 단순히 60여 일 간을 휴대폰을 끈 채 살 수 있다는

속박(?) 같은 것에서 마음껏 벗어날 수 있다는 편안함 �문일까

 

주어진 환경에서 오는 피할 수 없는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의 공통된 그 어떤 종류이건

필연적으로 받을 수 밖에 없는 구속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그런 단순함 �문이 맞을까

 

아무런 준비도...

하물며 배낭을 꾸리는 행위도

그 속에 가지고 갈 준비물 옷가지 등에도 신경이 쓰이질 않음은...

 

내 성격은 참으로 지랄같고 더러워서

이처럼 먼 그것고 아주 길지도 모를 외국여행길에 나선다면

아예 한달도 더 전에 벌써 배낭을 열 번 스무 번도 더 꾸렸다 풀었다를 반복했을 터인데...

 

그냥 가서 부딪히면 되지 않겠는가

때론 허둥대고 막연한 걱정이나 두려움도 있을테지만  

그러면 또 어떠랴

 

어차피 여행길에서는 구겨진 잠을 청하고 헤진 지도 한 장 달랑 들고서 

당장 오늘밤의 숙소 걱정과 먹거리에 대한 고민 따위는

국내에서의 산행이나 도보여행길에서도 늘 겪는 일 아니던가...

 

걷는다는 짓은 어차피 나란 사람에게는

아무런 준비성이나 사전 정보따위가 그닥 소중했던 적이 없었으니까

비행기를 타고 어디서든 내리기만 하면 그 다음부터는 더듬거리기 시작하는 것이 여행 아니겠는가...

 

우선은 산티아고가 길고 길어서 너무 좋다

그 길 산티아고 순례길은 끝나고 나서도 또 다시 어디로든 이어서 걸을 수 있어서 미치도록 �다

꽤오래 아끼면서 야금야금 걸어 먹을 수 있어서 저으기 안심이 된다

 

이 땅 어느 길에서도 긴 길은 있을 수 있겠지만

평화롭게 걸을 수 있는 길은 아예 없거나 간혹 만나게 되는

지금은 잊혀져 없어져 가는  옛길이나 흙길도 지나치게 짧아서 늘 허기진다....

 

느릿느릿 아주 게으르게 하릴 없는 거지의

한끼 배고픔과 비바람 피할 잠자리를 얻고난 후의 만족만 된다면 

맛있는 음식에 비록 문외한인 사람이지만 여느 미식가처럼 그렇게 그 길을 맛있게 음미하면서 걷고싶다... 

 

언제나 내 여행은 애써 돌아올 계획이 준비되지 않은 채 였었다

가기 전에 미리 돌아올 예정을 정하고 떠나면 여행길 내내

거의 다 놀아버려 끝나가는 방학을 안타까워할  아이들처럼 남은 날짜만 헤아리게 될까봐서다...

 

사람이 사는 곳

무엇이든 입에 넣어서 최소한의 허기는 면할 수 있을테고

순례자들의 천국이고 로망이라는 곳일진데 비바람 피할 처마 한군데 없으랴...

 

간다 간다

나는 간다

버틸 수 있을만큼 버티면서 걷다가

정히 똥 싸는 게 불편해질 때 쯤이면 못이기고 돌아오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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