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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상현의 카미노 (링반데룽)
순수하지 못한 의도 본문
화장실에서 똥을 싸면서 책을 뒤적거린다
요즈음의 책에 대한 내 관심사는 오직 여행 산문집 뿐이다.
늘 화장실에 갈 때면 담배와 책 한권을 들고 가는데...
모레면 500여km 의 국토 순례길에 나선다.
길을 가는 내내 내 머릿속을 가득 채울 것은 산티아고에 대한 상념만 가득할 것임에...
이래 사나 저래 죽으나 매한가지인데
앉아서 대가리 끙끙거릴 게 아니라 한바탕 쉬원하게 똥 사듯 그렇게 먼 길에 서고 시푸다...si bal...
뜬금없기는 하다...
세찬 소나기 내리 퍼붓는 여름날 하오 일 조차 손에 잡히지 않으니
그냥 백수처럼 집구석에 틀어박혀 자책궁상만하다 갑자기 그래...산티아고나 가자..그랬으니..
언젠가 갈 거라고 막연히 품은 생각이었다가
올해 5월1일에 갈 준비를 하다가 그만 생뚱맞게 서울로 이사를 온 건
이 무슨 갈랫길을 들어선 지랄이었던지...
지금 ..그만 당장이라도 떠나고 싶어진다...
국토순례를 끝내고 오면 아둥바둥거릴 것 같다...
그 길에서 이런 소나기를 맞을 수 있다면
피레네 산맥을 이 땅과는 또 사뭇 다른 드넓은 산군에서 안개 속에 묻혀 바라볼 수 있다면
그냥 다음의 생에 대한 것들은 아무 느낌이 없어도 괜찮을 듯 하다...지금은 아무..걱정도 두려움 조차도 없이 하고시푸다...
내 운명은 어차피 내 스스로인가...
오늘은 다른 날보다 더 스스로가 초라하고 못난 위인 가트다...
아마...
9월이 오면 나는 그예 산티아고 길에 서 있을 것 가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