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상현의 카미노 (링반데룽)

국토순례 #17 "아직도 이별은 익숙해지지 않는 데" 본문

하늘금 마루금

국토순례 #17 "아직도 이별은 익숙해지지 않는 데"

까미l노 2007. 12. 27. 01:59
 

"해도 해도 전혀 익숙해지지 않는 이별을 또 하던 날에"

 

날 씨 : 땀 흘리던 날

 

오늘 걸은 거리 24km (누적거리  485km)

걸음 수 약 34.000 보 (누적걸음 약 697,000 보) 

 

허겁지겁 길을 파 먹었지만 결국엔 체하게 되어서이지 해는 저물고

부석사 입구에서 아쉬운 발걸음을 돌리게 된다.

 

무량수전 배흘림 기둥에 언제나 기대어 서 보게 될런지

혼자 다시 또 와야할 곳으로 남겨 두고 발걸음을 돌린다.

 

당일 하루 거리로 영주 마구령을 도저히 넘어 갈 방도가 떠오르지 않아

태백으로 돌아서 가기 위해 봉화로 발길을 향하고 한낮의 흘렸던 땀은 아랑곳 않은 채

어두워지기 시작하자 손은 시려 오고 날은 저물고 쉴 곳은 쉬 찾기지 않는다.

 

겨우 봉화 터미널 근처에다 숙소를 정하고 지친 하루가 고달퍼

그냥 널부러지고 싶기도 하지만 누가 대신해줄 사람 없을 빨래를 하고...

 

다음날 갑자기 일행 한사람이 고향으로 가야할 일이 생기게 되고

내 국토순례 일정은 또 다시 방향수정에 들어가고...

 

이별...

하도 많이 해서 이제는 그만 익숙해지기라도 하련만 언제 해도

익숙해지지 않는 이놈의 이별은 그 마음이 아픈 것이든 슬픈 것이 됐든

크고 작은 것을 별 구별 없이 마음이 참 쓸쓸하다...

 

다시 만나기야 할 터이겠지만 길에서 헤어짐이란

이 또한 묘한 아픔으로 한참 속앓이로 남아서 내내 내 걷는 길을 따라온다...

 

 

 

 한국의 아름다운 길 100선이라는 표지가 있기는 한데

이 아름다운 길을 어쩌자고 차량이 편하게도 다닐 수 있도록

드넓고 쉬원하게 뚫어놓아 버렸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

 

새재 들어서기 전 부터 있었던 옛 영남대로 길이

조금 이어져 있다가 현대식 도로에 끊어져서 그냥 기념으로만 남아있었고...

 

 

 

 

 사람보다 더 정겹고 반가운 목장승들

여기에 있는 장성들은 서양에서 온 혼혈장승인지 피부가 참 뽀얗다...

 

저 가운데 시카먼스 장승이 카미노 장승이고...

해바라기 하듯 장승에 기대어 잠시 쉬어간다.

 

지금쯤 사막의 꿈은 집으로 도착했을까...

아, 나도 집에서 누가 기다리며 손짓이라도 해 준다면 그냥 돌아가고 시퍼진다...

 

 

 

 

 

 

 곳곳에 흔적처럼 이어져 있는 옛길에 언제쯤  내린 눈인지 아직 그대로 남아있다.

사람들은 쉬원하게 뚫린 새로 난 문경새재 관문로 찻길 같은 곳으로만 다니게 되고...

 

난 옛길이 보이기만 하면 우선 들어서서 걸어본다.

아, 지금 나도 과거를 본다면 틀림 없이 장원급제를 할 것 같은데...

왜냐하면 어사가 금의환향 � 쓰는 그 어사화 모자가 멋 있으니까...

 

 

 

 

 

 

 당시의 전쟁을 떠올리게 해주는 이진터라는 곳...

일본노무 개쉐이들...아래 소나무도 송진 뽑는다고 나무 껍질 볏겨놓은 것 하고...

좌지우간 일본노무 쉐이들 나뿐나라 넘들인 것만은 확실하다...

 

 

 

 그 오랜 세월동안 월매나 쓰라리고 아팠을꼬...

어릴적 송진을 뽑힌 상처가 아물은 채

아직도 부스럼처럼 남아있는 모습을 하고선 늙은 아자씨 소나무 옷은 조금 벗겨졌지만

건강하게 오래오래 뿌리 내리고 그 자리에 있으시기를... 

 

 

 

저 시대에도 점잖지(^^)않은 개그양반  시인묵객이 살았을까... 

요즘에야 저런 시가 나올 수도 있겠지만 당시로서는 가히 파격적이랄 수 있을만한 글이다.

 

 

 

 

 각 지방마다 꼭 전해져 내려오는 이리랑이 문경새재에도 있네...

 

 

 

 내가 아주 반가워했었던 장소가 나타나고...

그 시대에는 저 바위 아래 굴에서 아기도 낳았단다.

 

요즘엔 산길에서 하루 비박하고 가기에는 더 없이 훌륭한 막영지이다...

올라가봤더니 수북히 낙엽이 덮혀있어서 포근하게 잠 잘 수 있을 것 같은 곳이었는데...

 

 

 

 

 

헉...

이것이 무엇에 쓰이는 물건인고?

양반체면에 꼭대기 뚜껑 부위는 조금 짤라서 찍었는데 그래도 좀 거시기하네...

전국의 엄마들이  가장 많이 사 간다는데  글쎄올시다... 

 

 

 

 

 

 

 

 

 드가지 마이소~ 라고 입간판이 있길래 한번 들어가봐쓰...

 

 


구구리 바위라는 데 구구리놈이 얼마나 컸던지

다른 동물들도 잡아먹었다는 전설도 내려온다네...

 이 녀석이 바로 구구리라는 넘인데...




백두대간 이화령 조령 지점인 문경새재

 

 

 



조령원터 라는 곳

이렇게 마당도 있고 돌로 만들어진 담을 하고 살면...

 

 

 

 



처음으로 뚜껑을 벗어봐쓰...

 

 

 





 과거보러 가던 길에 시루떡과 정한수  올리고

촛불 켜고 장원급제 하게 해 달라고 빌었던 책바위

 

나야 워낙 공부를 못했었기에 장원급제는 안 빌었고

다만 내 배낭이나 잘 묵고 잘 살게 해 달라고 아예 그 아래 벌러덩 드러누워 버렸다...

 

'인생길 따라 도보여행' 깃발과 '통일염원을 담은

'남북 사랑의 국토 대장정' 깃발만 배낭에 깃발로 꽂힌 채 무언가를 빌고 있네...

 

 

 



무신 상념 중인고?






 

 

살아가면서도 하곤 했던 이별 그넘을 길 위에서도 잦게 하게되니

왼종일 걸어서 아파지는 다리보다  가슴앓이가 더 다스리기 애렵다...

 

서울로 간다...

동강으로 들어가는 길 애둘러서...

 

안녕..나랑 이별하려는 세상의 모든 것들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