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상현의 카미노 (링반데룽)
죽은 영혼의 휘파람 새 소리 본문
츠근타...참말로 측은하다...
숲 치유센터 주변 계곡에서 살던 녀석인가 싶은데 눈 내리는 한겨울
동면하던 놈이었는지 아니면 겨울도 모르고 돌아다니던 놈이었는지 딴에는 추위를 피한답시고
치유센터 사무실 문 틈 아래로 기어들어 왔었나 보다...
추위를 피해 따뜻한(?) 곳으로 피신했으면 잘 버텨 살아 가기나 할 것이지
그대로 얼어 죽을 건 또 뭐람...
사람이 계속 머무는 곳이었으면 살 수도 있었을텐데
밤엔 사무실 안이 난방을 하지 않으니 견딜 수가 있었으랴...
무환자 나무 열매를 잔뜩 주워와서 껍질을 까고 씻어서 말리는데
염주를 만들기도 하는 돌맹이처럼 단단한 이 열매 속에도 애벌레라는 녀석이 구멍을 파고 들어가 집 삼아서 살고 있더라...
하기사 단단하기로 둘 째 가라면 서러워할 밤송이 껍질도 파고 들어가 사는 놈들이니 오죽하랴,
오 갈 곳 없고 배 고파지면 이놈들 깎고 다듬어 곱게 만들어 내다 팔아야 하리라...
사람들 어떤인는 이녀석을 보고선 예쁘기도 하고 징그럼기도 하다 그럴테지?
물에서는 유혈목이란 놈한테 많이 잡아 먹히기도 한다.
사무실 바닥을 기다가 그대로 얼어죽은 놈들이 태반인데
그중 한 놈이 조금 꿈틀대길래 조심스럽게 옮겨 햇살 따뜻한 창가에 내려 놓았다.
마치 햇살바라기 하며 졸고있는 강아지마냥 보이긴 했는데 지금쯤은 그냥 얼어죽었을 것 같다...젠장...
사람들은 산 위로 야금야금 갉아 먹으면서 살겠다고 올라 가면서 새로운 터전을 만들고
사람들에게 좇겨 점점 더 산 위로 피하다가 먹을 게 없어 마을로 내려오는 놈들
그놈들이 뭘 알아서 구별이나 하랴,
밭의 채소며 곡식이며 먹을 수 있는 것들 눈에 띄면 닥치는대로 먹어둬야 할테지...
얼어 죽었을까 아니면 차에 치이거나 사람에게 놀라 도망가다가 다리라도 다쳐 그랬던 것일까?
숲에서 길가에서 죽어 사멸 되어가던 노루의 뿔을 가져온 직원에게서 한쪽을 얻었다...
하얗게 사라지면서 뼈만 남은 채 길가에 버려졌던 영혼
영혼이라는게 있는지 없는지 모르겠지만 있다면 사람에게만 있는 것일까?
이미 삶을 다했지만 죽은 노루에게 미안해 하면서 깎고 다듬어서 피리를 만들었다.
노루에게도 영혼이 있다면 살아서 아름다운 휘파람 소리로 다시 살아가렴,
.
어차피 미안하다고 했던 참
짜투리도 허투로 버리지 않고 조그만 목걸이로 다시 태어나게 만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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