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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걷기 좋은 숲길" 숲의 정령들이 보낸 그림편지 #9 본문

모산청우

"한국의 걷기 좋은 숲길" 숲의 정령들이 보낸 그림편지 #9

까미l노 2015. 6. 26. 16:38

 

 

품종 개량한 철쭉에 벌레혹이 달렸다.

마치 참하고 토실한 열매처럼 떡하니 잎사귀 하나 붙들어 데롱거린다.

 

동물에게도 독이 있는 포악한 육식 동물이 있고 아무런 공격적인 무기조차 없는 유순하고 약한 동물이 있는가 하면

나무와 들풀들 중에도 독이 있어서 함부로 먹거나 건드렸다간 혼쭐이 나는 게 있거나

그 흔한 가시 같은 것도 하나 없이 짓밟히고 쓰러지는 것들이 있다.

 

사람들은 그런 독 없는 것들만 좋아하고 이름도 고상하게(?) 지어서 부른다.

아이러니 하게도 그런 것들의 이름 앞에 '개' 자를 붙여 하찮시 해오다가 요즘엔 약성분이 훌륭하다면서 귀한 대접을 한다.

 

몸에 좋다고 이상한 동물들을 다 잡아 먹더니 이젠 들풀들이며 각종 나무들을 마구 파헤쳐 없어지니

이제서야 멸종위기 동식물이랍시고 보호한다고 지랄들이다.

 

 

 

자리 잘 잡았구나...

그곳엔 치열한 자리다툼도 몹쓸 인간들의 해침도 없을 곳이니 세상에 있는 거기가 니 집이네...

 

너를 낳은 것은 너희 부모일테지만 그곳에 살기로 한 것은 니 자유 의지였으니 니는 참 행복하겠다.

니 비록 지금은 이름모를 들풀이겠지만 아무려면 어떠니 그깟 인간들이 지어주는 이름따위 없으면 어떠랴,

 

 

 

오래 살지 못하고 곧 사라지는 오래 살지 않는 풀밭의 버섯들

나무에 기생하며 분해를 하는 버섯들은 꽤 오래 살 수도 있어 인간들의 공격이 있을 수 있어 위험하지만

너희들이야 아무도 거들떠 보잖은 맛 없는(?)버섯이라 행복할거야...

 

 

작년 가을 숲 속이라 아무도 찾지 않아 저절로 영글어 벌어지며 부게에 못이겨 떨어져 내린 밤송이에서

마치 콩나물 대가리 올라오듯 쏘옥 하고 싹을 틔운 밤나무 싹

 

예뿌다 참 예뿌다 기특하다

잘 키워줄께,

 

 

 

아침 출근하면 숲 속을 한바퀴 돌아본다.

오늘 아침에도 어김없이 숲 속 곳곳을 멧돼지 녀석이 주둥이로 흙을 마구 파헤쳐 놓은 흔적이 보인다.

 

처음엔 이녀석들이 왜 이리 땅을 파헤치는가 궁금했었고 약한 나무 뿌리나 약초 같은 걸 캐내 먹는줄만 알았었는데

최근에서야 단백질 섭취 때문인줄 알았다.

 

밤나무 아래에서 서식하는 밤나무나방의 애벌레들을 노리고 흙을 주둥이로 파헤치고 다녔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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