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상현의 카미노 (링반데룽)

'습관성 유혹' 숲에서 보내는 그림엽서 본문

모산청우

'습관성 유혹' 숲에서 보내는 그림엽서

까미l노 2015. 4. 22. 22:38

 

 

결코 동의 할 수도 없고 절대 하고 싶지도 않은 여자들의 말

남자들은 사랑하지 않아도 아무하고라도 섹스를 할 수 있다는 말,

 

사내들을 뭉떵거려 싸잡아 이상하게 만드는 것 같아서도 동의 하기가 싫기도 하지만

도대체 그 말의 대상은 왜 남자여야만 하는지...

 

남자가 섹스를 하는 대상은 여자가 아니던가?

사랑을 하지 않는 사람과도 가능한 섹스를 하는 남자의 상대는 여자가 아니란 말인가...

자신을 결코 사랑 하지 않는 남자와 섹스를 하는 그 여자들은 화성에서 온 것인가?

 

인간도 동물이고 생식기를 가진 생리적으로(?)행동이 가능 하다는 것에 누가 부정을 하겠냐만

절대라고는 말 하지 않는 이유는 불가능하다거나 그러지 않다 라는 따위의 항변이나 할려는 건 아니다.

 

그럴 수도 있을테고 이 나라의 남성들 음주와 유흥문화의 습성 탓 아니겠는가...

사랑하지 않는 여자와 섹스를 해본 경험은 나도 있었기에 구차한 변명이나 나는 아니다 라고 쏙 빠질려는 건 아니다만

사랑이 긴가 민가의(?)단계였었기에 사랑하지도 않는이라는 매김은 다소 억울하기도 하다...

 

남자인 내가 사랑이 확실하지도 않은 여자와 섹스를 했었으니 그 여자 역시 똑 같은 건 아닌가...

 

 

 

사랑하지 않은 사람과는 섹스를 하지 않는다 라고 하고 싶지만 조그만 전과가(?)있으니 어물쩍 넘어가면서

종교에서 말하는 것처럼 마음의 간음이라는 말이 있는 걸로 아는데 오히려 내 죄는 내가 알렸다고 

세상의 모든(?)여자를 습관처럼 유혹하려고 했었고 몇 번의 마음으로 한 간음이 있었으니 뭐, 그다지 나 잘났소 라고 하진 않겠다.

 

그래도 변명이 가능하다면 사랑하는 사람이 있을 때는 앞 뒤 돌아봐지지가 않았던 것이

시시 때때 호시탐탐 내 여자를 넘 보기도 바빴었으니 사랑 없는 섹스니 마음의 간음이나 할 여유조차 없었음이니...

 

 

혼자일 때 가까워지려는(?)사람이 생기면 즉시 습관성 유혹의 잔머리에 발동이 걸린다.

뭐, 유혹이라는 표현을 굳이 한 것은 나와 사랑 같은 관계를 전제로 정한 만남이 아니었을지도 모를 경우에도 그러했었기 때문이다.

 

상대방의 속마음을 속속들이 알 수는 없기에 나를 좋아해줄지 아닐지 채 알 수도 없는 상태에서도

내가 유혹하려는 할 수도 있는 대상이다 라는 판단이 되어지면 습관적으로 그러했었고

그러면서 곧 바로 마음속의 간음도 서슴지 않았다...

 

 

 

 

마음 속의 간음이 되어버린 것은 상대방과의 맺어짐이 채 정해지기도 전에 남자들의 속성인지 모르겠으나

언제나 한걸음 앞서가려는 호기심과 성급한 탓이었다는 것을 부인 하지 않겠다.

 

맺어지지 않았던 사람에게 마음으로 간음을 상상해서 미안하다는 말은 하지 못했다.

혹시 상대방도 나를 상상으로나마 간음을 했을지도 모르는 일이고...

 

 

나는 늘 그렇게 꿈 꾸었다.

마음 속의 간음을 하는 상대방에게서 이제나 저제나 나에게 뽀뽀해 줄까요? 라는 말을 불쑥 하거나

키쓰해도 되나요? 라는 말을 서슴없이 던지면서도 부끄러워 얼굴은 붉어지는 모습을 하는 상상을...

 

남자는 짖궂은 동물일 수 밖에 없지 않은가?

불을 켜고 싶고 훔쳐 보고 싶고 얼굴 빨개지게 만들고 싶고 뭐, 그런 것...

 

 

어차피 여자들로부터 영원히 철 들지 않는 것이 남자들이라는 말을 듣는 걸 뭐,

신기하지?

아래 위로 상당한 나이 차가 있는 여자랑 사랑을 해도 모든 남자들은 다 철이 없다는 소릴 듣는다는 거...

 

 

작년에 따지 않은 무화과가 그대로 달려있는데 올봄 새로 열매가 나오기 시작한다.

그대로 두면 언제까지 달려있을 것인가?

 

혹시 저 무화가 수컷이 아닐까?

아직 철이 덜 들어서 부모가 세상 밖으로 내보내지 않는가 보다...

 

 

꽃 진 자리에 다시 꽃은 피고 떨어진 열매 자리에 다시 새 열매가 나는 것을...

인간이 늘 따먹던 버릇에 길 들여져서일까?

 

그냥 둔 자리에 새로운 열매가 나올 수 없어 제각기 다른 곳을 비집고 나온다.

고맙게도 나무의 열매들은 인간이 따 먹어주면 이듬 해 다시 더 많은 열매를 그 자리에 맺혀준다...

 

 

 

불지마라...

불지마,

바람도 불지말고 입으로도 불지마라...

 

서둘러 간다.

참 바삐도 떠나고 싶은가 보다.

 

봄인데...

이제 막 온 들녘 지천에 서로들 자리하여 서둘러 피기 시작하는데

언제 피었다가 벌써도 씨 맺어져버렸을까?

 

이맘 때면 동네 어귀 담장 돌담들 아래 키 작은 민들레 슬픈 계절이 바로 봄이다...

 

 

대나무를 쪼갰다.

들꽃을 심었다.

태어난지 며칠 되지않은 소나무를 옮겨 심어봤다.

 

올봄 유난히 설치는 어름덩굴도 심었다.

제비꽃도 심었고 이끼도 덮어본다.

 

어디서 날아왔을까?

심은 적도 없는데 큰 화분 한귀퉁이에 색깔도 특이한 사랑초가 기생초처럼 슬금슬금 피어나기 시작하더니 금새 한바구니 가득찼다.

 

들꽃들은 참 다양도 하지?

생긴 것도 다양하고 색깔도 다양하고 태어났다 떠나는 것도 빠르거나 늦거나 오래 머물거나 금방 떠나 버리거나...

 

사람들처럼 틀리다고 절대 서로 탓하지도 않거니와 잘난 놈은 꽃집에서 화분에서 못난 놈은 못난대로 흙바닥에 엎드리거나

아스팔트 갈라진 틈에서도 남의 집 지붕에서도 편하게 살다가 아무도 원망 않고 소리 없이 떠난다

 

약속도 기약도 없이 다음 해는 어디에서 볼 수 있을지 아무도 알 바 없고 떠나는 들꽃들도 다음 해 이 자리에 다시 올 수 있을지를 모른다.

 

 

제비꽃 고사리 어름덩굴 더덕 애벌레 도롱이 오죽 이끼들이 한곳에서 같이 살아간다...

흙 속에서는 제각기 살아낼 자리다툼이 있는지 모르겠으나 결코 작고 힘 없는 하나를 공격하거나  내쫒지도 않는다.

인간의 눈에는 더 없이 평화로운 모습으로 공평하게 살아간다.

 

 

가운데 우뚝 섰다.

털까지 몽실한 모습이 꼭 수컷의 그것처럼 보인다만 소나무의 암꽃은 저렇게 행복한 언제나 여성상위다.

 

그 아래 수컷들이 올망졸망 보여 붙었다.

제 스스로 움직이지는 못하니 형제끼리는 사랑을 할 수가 없게 부모가 그렇게 만들었던 것이다.

 

그래서 한국인이 좋아하는 소나무는 사람보다 낫다...

 

 

이렇게 태어나서 한 겨울을 동계 합숙 훈련이라도 하듯 어미품에 매달려 한 살을 지나고 두살이 되는 해 비로소 세상 밖으로 떠나게 된다.

신기하지?

척박한 곳에서 버티는 소나무는 생긴 것도 못생겼지만 솔방울을 무수히 많이 달고 있다.

 

살아낼려니 자손이라도 많이 번창하려는 몸짓이다.

봄엔 소나무 아래엘 가 보면 갓 태어난 애기 소나무들로 빽빽하다.

 

지금 송홧가루가 온 세상을 노랗게 물들이면서 날아다니고 있다.

형제끼리는 사랑을 해서는 안 되니까 멀리 멀리 날아가서 제 짝을 찾아야 하는 날갯짓이다...

 

 

 

가운데 저렇게 우뚝 솟은 여자가 옷을 다 벗어 온 천지로 송홧가루 되어

다른 소나무로 날아가 아래에 올망졸망 매달려 사는 수컷들에게 달라붙어야 하는 것이다.

 

솔방울들은 비가 내리지 않는 맑은 햇살 바른 날을 골라 날개를 활짝 벌려 제각기 씨앗들을 떨어지게 하거나 날려 보내는 것이다.

그러다가 비라도 내리면 금새 날개를 바짝 오므려 씨앗이 상하지 않도록 제 자손들을 보호하는 것이다.

 

비 오는 날 숲에 가면 솔방울들은 죄다 오므리고 있는 것이다.

 

 

 

숲 속의 애벌래화

새로운 미술의 한 장르로 자리 잡았다.

 

얇은 나뭇잎 속을 갉아먹고 돌아다니는 애벌레들의 흔적그림

사람의 기술로는 제 아무리 미세한 칼로도 한장의 나뭇잎 속에다 저런 그림을 그릴 수 있겠는가?

 

 

 

얼마나 오랫동안 숲 속에 버려져 있었던 것일까?

살려고 발버둥치면서 촉수를 뻗어 나가려던 것이 어쩌다 인간이 버린 소주병 속으로 들어가버렸누?

 

그 속에서도 수분을 보충하고 햇빛도 받아 제 나름의 광합성도 하고 그리 살아가는 것이 신기할 뿐이로고...

 

에잇!!!

나무아멘...

 

 

 

 

 

 

당신은 나를 울려 놓고 / 김정한


당신은 나를 울려 놓고
왜 우느냐고 물었습니다
난 당신을 사랑해서 운다고 말하고 싶었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한참 후에 또 당신은 나를 울려 놓고
왜 우느냐고 물었습니다
하지만 난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았습니다
그 이유는 당신의 사랑을 확신 할 수 없었으니까요

어느날 또 당신은 나를 울려 놓고
왜 자꾸 우느냐고 물었습니다
그리곤 손수건을 꺼내
말없이 울고 있는 나를 꼬옥 안아 주며
내 눈물을 닦아 주었습니다

그제서야 당신은
내가 우는 의미를 알았던 것입니다
당신을 사랑해서 너무 아파서 울고
당신을 사랑해서 너무 기뻐서 우는
눈물이라는 것을

당신은 오랜 시간이 흐른 후에야
알게 된 것입니다

나를 울려 놓고 늘 왜 우느냐고 묻는 당신
모른척하며 우는 날 꼬옥 안아주는 당신
나를 아프게 해서 미안하다는 당신

오늘도 난 당신때문에 웁니다
당신을 만나서 울고
당신을 못 만나서 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