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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산청우

소심한 복수 내 이름은 '그녀의 속옷 꽃'

까미l노 2015. 4. 4. 13:01

청순가련해서 소심한 복수를 꿈 꾸는 식물들의 복수는...

 

그래,

내 몸뚱아리를 다 잘라내고 꽃잎도 달콤한 열매도 맛있게 먹어도 괜찮아,,

 

나를 뿌리 째 먹어도 내 껍질을 벗겨도 나의 꽃잎을 먹어도 좋은데 내 열매만큼은 제발 씹어먹지는 마... 

나에게 자주 찾아오는 새들을 보렴,

 

날아가면서 날갯짓으로 제 흔적을 지우고 가는 새들처럼 

열매는 따 먹어도 씨앗은 그대로 배설하여 다른 곳에서 다시 태어나게 해주는 고마움을 니들도 좀 배우지 않으련? 

 

니들이 내 열매를 씹어 먹으면 나는 니 몸 속에서 독이 되어서 돌아 다니는 복수를 할테야...



 

못생긴 철쭉 따위?

예쁘다고 뽐 내는 진달래가?

그런 말도 못 들어봤구나?

 

내 이름은 '그녀의 속옷꽃'이야...

 

그래서 원래는 하도 참하게 생겨서 '참꽃'으로 부르기도 해,

자수로 수 놓은 예쁜 그녀의 속옷 처럼 말이야...

 

세상의 모든 머물러 살아가는 생명들은 스스로는 사랑을 할 수가 없어

벌과 나비라는 매개체의 힘을 빌어 오로지 종족 번식 본능으로는 살아간다.

얼핏 생각하면 물려받은 생명에 대한 철저한 책임감으로 살아가는 것인가도 시푸다.

 

하지만 식물들과는 달리 스스로 사랑하며 살아가는 움직이는 생명들은

이제는 물려받은 책임감도(?)심지어는 암수라는 구별조차 모호해져 가기도 하고

이런 사랑은 필요(?)없이 저런(?)사랑만 있으면 된다며 살아가려는 경우도 점점 많아지는데 인간에게만 있는 것일까?

 

어쩌자고?

뭘 어쩌자는 것은 아니다...

 

수컷 없는 게 더 편해 필요치 않아 하며 살아가고

암컷이 없는 채로도 살아가지는 그런 동물들이 모여 사는 곳에서 나도 그럭저럭 살고 있으니 뭐라 그러랴...

 

그러면서도 사랑은 필요하다 그러고

사랑만은 살아남아 있어져야만 되는 거라네...

 

 

서둘러 모가지 분질러 떨어지는 이유가 꽃 진 자리에 서둘러 열매 맺을려는 줄로만 알았다.

활짝 피고도 모자라 여전히 매달려 있는 꽃은 모성 본능이 강한 줄로만 알았다.

 

그런데 화무십일홍 아니래도 그 꽃은 초라하기만 해 보인다,

꽃도 떠날 때가 언제인가를 알고서 떠난다는 것을 알았다...

 

물에 떨어져 흘러가는 저 꽃은 제가 떠날 때가 언제인가를 알고 떠나기에 저렇게 아름다운 것이라는 걸 알았다... 

 

 

봄비 소리 없이 내리길래...

멍청하게 아무런 생각조차 없이 보슬비 부슬 거리는 숲을 바라보다 그만 깜빡 졸았었다.

 

밤에 잠이 모자라거나 잠깐 자고 깨면 늘상 그랬던 것처럼

이놈의 분기탱천이 사그러들지를 않아 줘 팰 수도 없는 노릇이라 주머니에 손 넣은 채 슬그머니 숲으로 들어갔다.

 

삭이러 들어갔다가 그녀의 분홍 속옷을 봤으니 더 미치고 환장할 뻔 했지 뭐,

사람들은 참 신기해져 간다.

 

마음 먹은대로 움직이지만 동물이라고 할 수 없게된 것이 종족 본능도 필요 없어진 사람도 생기고

남자가 필요 없다는 여자들 여자가 없어도 살 수 있다는 남자들

그렇다고 굳이 요지경이라고들 하지도 않는데 어지간한 놀라움 따위에는 면역이 생겨서 그런 것일까?

 

머물러 사는 숲의 식물에게도 암수 한쌍인 것들이 있고

지느러미로 헤엄을 치면서 제 흔적을 지우고 살아가는 물고기들 중에도 암수 한몸인 것들이 있는 것 처럼

머잖은 미래에는 사람도 암수동체형 인간이 생기거나 만들어지는(?) 것은 아닐까?

 

안 그러면 인간은 점점 줄어들텐데...

그렇다고 내가 뭐 걱정할 이유까지는 없지만 궁금은해서 말이야...

 

 

Now And Forever / Gheohe Zamfir

 

가막살 나무의 꽃은 제 모습이 예쁘고 아름답지만 꽃 크기가 너무 작아

벌도 나비도 제대로 알아보지 못해 날아들지 않는 것을 알고서 아예 크고 환한 꽃을 또 피웠다.

 

아참참,

얘는 가막살 나무고 가막살이라고 이름이 지어진 들풀(꽃)도 있단다.

 

그런데 미안하다고 그런다.

왜? 뭐가 미안한데? 라고 물었더니 울타리 둘레에 피운 조금 큰 꽃들은 꽃술이 없는 가짜 꽃이라고 그랬다.

 

저도 예쁘고 아름다운 것 같은데 크기가 너무 작아 벌도 나비도 알아보지를 못해

저를 잘 발견해서 날아와 달라고 담벼락에다 큰 꽃을 피우고 기다리는 거란다...

 

이상도 하지?

왜 한국인은 소나무를 끔찍히 사랑하고 보호하는 걸까?

 

피부가 참 곱다는 표현을 하면 이상한 걸까?

비록 매끄럽고 뽀사시한 여성의 피부스럽지는 않지만 껍질의 무늬가 참 곱다 라고 하고 싶거든...

 

 

어때?

이마큼 생겼으면 예쁘다고 해도 되는 거 아니니?

 

나무에 피는 꽃 중에 나 만큼 예쁜 애 봤니?

 

 

 

꽃이 예쁘니?

사람이 예쁘니?

 

누가 사람이 꽃 보다 아름답다 그랬니?

꽃 보다 사람이 더 아름다운 거 맞니?

 

행여 꽃을 꺾은 사람이라는둥 그딴 말은 하지 말아라,

꺾어도 되는 꽃은 없고 꽃으로도 때리지 말라고 한다만 저 꽃은 지금 우수수 지고 있는 벚꽃의 큰 몸뚱아리에서 자란 맹아지란다...

 

숲 속의 지독한 살고잽이 서어나무에도 새 순이 나오고 있다.

머물러 사는 생명들의 숲에도 생존경쟁으로 치열한 싸움이 일어나고 있다.

 

다 죽고 떠나도 살아남아 있게될 나무가 있다는데 그게 이 서어나무래...

 

종류도 많은 제비꽃들이 오늘 보라색이랑 흰색 두가지가 올라왓다.

남산 제비꽃이랑 오랑캐가 쳐들어 오는 시기에 핀다고 오랑캐 꽃으로 부르기도 했단다.

 

저 아이들은 꽃은 모두 쌍둥이들처럼 닮았는데 잘 보면 다르고 예쁜데 자세히 보면 더 예쁘게 보이고 다 다르게 생겼다.

잎이 다 제각각 다르게 생겼고 봄에 나물 만들어 먹기도 한다.

 

 

 

 

제비꽃은 색깔로 구분을 할 수 있는데 흰색과 보라색 두가지 뿐이라서

다 구분은 어렵고 꽃 아래 잎을 보면 모양이 다 제각각이라는 것을 알 수가 있다.

 

 

 

 

 

 

 

 

이거 누구도 꺾지 말고 오래도록 그대로 좀 살아있게 내버려 뒀으면 시푸다...

도심 근처에서는 꼭다리가 벌써 잘려졌을텐데 숲 속에서는 아직은 잘 버텨내고 있으니 기특하다 그래야 한다.

 

두릅은 도심에서는 오늘 아침에 손가락 반마디만큼 올라오면 누군가 먼저 발견한 사람이 싹뚝 잘라간다.

그러고 다음날 아침에 다시 그 자리에 손가락 반의 반 마디가 싹을 내밀면 또 누가 싹뚝 잘라 간다...

 

시장에 가면 천 원만 줘도 다 자란 두릅 한 송이는 줄텐데

두릅이 다음 생에서는 움직이는 가시를 달고 살아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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