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상현의 카미노 (링반데룽)
며느리밑씻개 본문
덩굴성의 한해살이풀이다. 모가 진 줄기는 길이 2m에 달하며 가지를 많이 치는데 갈고리와 같은 잔가시를 지니고 다른 물체로 기어오른다. 긴 자루를 가진 잎은 마디마다 서로 어긋나게 자리한다.
잎은 세모꼴로 생겼으며 모진 부분은 모두 뾰족하다. 잎의 가장자리는 밋밋하고 뒷면의 주가 되는 잎맥 아래쪽에는 잎자루와 더불어 작은 가시를 가지고 있다. 잎겨드랑이에는 둥근꼴의 작은 받침잎이 자리한다.
가지 끝에 여러 송이의 꽃잎을 가지지 않는 작은 꽃이 둥글게 뭉쳐 핀다. 꽃의 지름은 3mm 안팎이고 빛깔은 분홍빛이다.
밭 가장자리에 난 환삼덩굴 사이로 삐쭉 나와 있는 것을 들춰내면서 "요게 바로 며느리밑씻개야" 하고 설명한다. 맨손으로 끄집어내려다 여지없이 손등을 긁혀버리고 말았다. 뜨거운 여름 날 땀을 훔쳐가면서 밭일을 하다가 무심결에 풀에 상처를 입으면 땀이 밴 피부는 어느 때 보다 쓰리다.
옛날엔 산에 가거나 밭일을 하다가 굳이 화장실을 찾아가지 않는다. 어둑할 무렵이나 사람이 없는 곳에서는 밭처럼 좋은 화장실이 없기 때문이다. 풀내음도 좋고 엉덩이를 살짝 간질이는 풀들의 느낌도 좋다.
옆에 있는 풀을 뜯어서 밑 닦이로 쓰면 더없이 행복하다. 시어머니와 며느리 사이가 그리 곱지 않던 옛날, 시어머니가 풀을 베어 화장실에 가져다 놓았다. 평소에는 며느리가 할 일이지만 그날따라 시어머니가 기분 좋게 풀을 베어 가져다 놓았다. 며느리는 여느 때처럼 화장실에 들어갔다.
이어서 며느리가 나오는데 엉덩이는 엉거주춤, 얼굴은 잔뜩 굳어져 있다. 미운 며느리 약 올리려고 시어머니가 잎이 까칠하고 살이 긁히는 풀을 베어다 놓은 것이다. 며느리는 그것도 모르고 밑을 닦았던 터. 그래서 이 까칠한 풀은 '며느리밑씻개'라는 이름을 갖게 되었다. 며느리를 밑 닦이로 놀리고 싶은 마음을 표현한 게 좀 험하다 싶지만 며느리밑씻개의 모양을 보면 미움 속에 다져지는 정감이 배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