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상현의 카미노 (링반데룽)
30년 전 스물여섯 살 나의 열정은... 본문
스물여섯 그해 가을 군 제대 후 처음 발령받아 간 경남 진영의 한 여자고등학교
평생(?)희망이었던 여자고등학교에서 음악선생님이 되어보려던 꿈(?)을 실현한 곳이기도 하다
낭만도 추억도 꿈도 많았고 행복했었지만 다시 경험(?)하라면 글쎄...
잠시동안은 망설여질 것 같다.
여고생들은 너무 무서워!~
본관 3층 제일 왼쪽 끝 음악실에서 운동장의 농구 골대를 한바퀴 돌아 오는 선착순을 가장 싫어하던 녀석들
바지 앞 지퍼가 열린 것을 모른 채 계속 어깨를 부딪히며 알려주던 녀석에게 눈치도 없이 어허 니녀석이 같이 늙어간다고 이럴거냐면서 혼내던 기억
운동장에 엎드려 뻗쳐를 시켜놓고 신고있던 실내화로 첫녀석의 엉덩이를 떄리다가 찰싹 달라붙는 듯 했던 그 요상한 소리에 놀라 도망쳤던 기억
진주까지 통근하기엔 거리가 멀어 생활관에서 숙식을 했었는데 몇몇 농땡이 녀석들이 수업을 땡땡이 치고 생활관 내 방에서 숨어 놀다가 교장샘에게 들킨 후
총각이었던 내가 염려스러운지 걱정어린 주의를 주던 훈육샘의 이야기를 듣고 매일 밤이면
생활관 포도밭 울타리를 넘어 진영역의 철길을 가로질러 종다방 이라는 곳에서 밤 열두시까지 시간을 때우다가 들어오곤 했었다.
매일 저녁이면 다방에 와서 커피 한 잔을 시켜놓고 신문만 뚫어져라 읽다가 가곤 하던 무뚝뚝을 넘어 차가워 보이던 남자에게 반했다던 탁모 라는 인천 아가씨
늘 치근덕대는 남자들과 달리 말 한 마디 없이 신문만 보던 내게 반해서 어느날 " 저 커피 한 잔 사 주시면 안돼요?" 라고 하길래
언제나 남자들이 커피 아니라 비싼 차를 사줄려고 하던데 왜 나에게 커피를 사 달라고 하느냐고 물었더니 호기심이랬다.
그 당시엔 인식이 그닥 좋지 않았던 다방이라는 곳에서 일을 하기는 했었지만 참한 아가씨인지라
잠시 그 아가씨에게 흔들리기도 했었는데 그 당시의 내 허황된(?) 미래의 꿈 떄문에 그 아가씨로는 만족을 할 수가 없었을게다
인천에서 제과점을 하다가 실패하고 도망왔다 라고 들었던 기억이다.
당시 사귀었던 여자 친구가 간호사 발령을 받아 그곳 진영읍의 병원으로 왔다던데(주사기도 피도 무서워 하던 여자였는데...^^)
군 입대 전 헤어진 여자라서 찾아가 보지는 못했다만 친구인지 애인인지 분간이 되지 않았던 때 생일을 맞은 그 친구에게
엘칸토(^^)라는 구두점에서 예쁜 샌들을 사줬는데 신발을 사주면 도망 간다던데? 라면서 웃던 기억이 난다.
한동안 연락이 뜸하던 어느날 밤엔가 갑자기 찾아와서 달콤한 밤을 보냈었는데
집에서 강제로 선을 보게 한다는 것이었다...
그것으로 그 친구와는 영 이별이 되고 말았다.
진영여고에 있을 때 그 동네 병원에서 근무하는 걸 알고서도 왜 찾아가지를 못했었던 건지 지금도 알달쏭쏭하다....
매일 저녁 철길 넘어 다방으로 피했던 것은 훈육주임의 남편에 대한 경험담을 듣고서인데
그분께서 결혼 전 남편이 진해의 모여고에서 국어샘으로 근무하던 시절 학급의 반장이 담임샘을 짝사랑 했었는데 어느날 시험지를 채점해야할 일이 생겨
반의 모범생 몇몇에게 채점을 맡겨 두고 볼일을 보고 밤 늦게 하숙집에 도착했는데(당시엔 통행금지가 있었고 시험지 채점이 과목담당샘의 재량)
방문 자물쇠가 뜯겨져 있었고 도난된 물건은 없었는데 침대 밑에서 학급의 반장이 거의 속옷차림으로 나오더라는 것이다
알고본 즉슨 짝사랑한 국어 샘에게 고백을 할려고 단단히 작심을 하고 침대 밑에 숨어 있었던 것인데
실인지 거짓인지 모르겠지만 국어샘이 겨우겨우 설득을 해서 통행금지가 끝난 후 집으로 데려가서 부모에게 시험지 채점이 늦어서 이렇게 되었노라고
(당시의 선생님은 믿음과 존경의 대상) 그 사태를 겨우 무마시켰다는 것이다.
이야기를 듣고 보니 괜시리 설레인 점도 있었지만 한편으론 겁도 나기도 해서(그때 몇몇 충분히 그런 짓을 할 소지가 있는 놈들 있어서 소심 작렬)
무조건 다방으로 피신 아닌 피신을 갔었던 것인데 이 녀석들 중 한놈이 그에 대한 보복심으로(?)내 방에서 앨범을 훔쳐갔는데
결국 찾지를 못해서 지금도 내게는 추억 어린 젊은날의 사진이 거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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