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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눈이 오름

까미l노 2012. 10. 16. 23:34

 

 

용눈이오름은 수려한 곡선미가 압권이다.

여느 오름과는 완전히 다르게 정상부는 물론 능선과 자락까지 '눈에 거슬리는' 나무가 많지 않고

초지가 드넓게 형성돼 있어 '누워있는' 한 마리 용의 날렵한 몸매가 돋보인다.

 

오름 전체에 방목되는 소들이 풀을 뜯으며 관목화를 차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밑에서 바라보는 오름의 외관도 그렇고 정상부에서도 오름은 관능미를 자랑한다.

서로 다른 높이의 3개의 봉우리로 형성된 정상부 중앙에 알맞게 패여 있는 분화구 3개와

오름 자락에 흩어진 알오름들도 아름다운 곡선을 같이 만들고 있는 용눈이오름이다.

 

용눈이오름은 제주시 구좌읍 종달리 산28번지에 위치해 있다.

송당리 마을 안길을 거쳐 성산으로 이어지는 중산간동로 바로 북쪽에 인접해 있다.

 

용눈이오름은 비고가 88m로 368개 오름 가운데 143번째로 '중위권'이지만 면적은 40만4264㎡로 85번째로 '상위권'에 속하는,

높이에 비해 상대적으로 규모가 큰 오름이다.

오름은 3개의 봉우리가 정상부를 이루는 형태로 북쪽이 가장 높고 남쪽·북서쪽 봉우리 순이다.

 

오름 동쪽으로 터진 말굽형 분화구를 갖고 있을 뿐만 아니라 중앙에는 3개의 분화구가 세쌍둥이처럼 어깨를 맞댄 듯 나란히 형성돼 있다.

용눈이오름은 남서쪽 사면에는 분화구의 모습이 잘 갖춰진 주발형 1개와 중앙이 봉긋한 원추형 1개 등 '알오름'도 2개 딸려 있다.

 

여러 종류의 화구로 이루어진 복합형 화산체다.

이외에도 오름 동쪽 사면에는 화구가 없는 화산체인 용암암설류(熔岩岩屑流·volcanic debris flow)가 산재해 있다.

이는 오름 분출 초기에 형성돼 있던 분화구 외륜의 일부가 용암에 의해 떠밀려 이동돼 형성된 것들이다.

 

용눈이오름명의 어원은 용(龍)이다.

한자로 용와악(龍臥岳)·용와봉(龍臥峰)으로 표기했던 만큼 오름의 형상이 마치 용이 누워 있는 모습과 비슷하다 하여 붙여졌다고 한다.

일부 옛 지도엔 용유악(龍遊岳)이라고 표기된 점을 들어 '오름의 형상이 용이 놀고 있는 모습'이라는 해석도 있다.

 

용눈이오름은 초지형 오름이어서 탐방로 어디서나 주변 경관을 감상할 수 있다.

탐방로는 야자수매트와 흙길·타이어매트 등으로 구성돼 있으며 정상부까지 경사가 가파르지 않아 오르기도 편하다.

중간에 주변을 둘러보며 느긋하게 걸어도 15분이면 정상부 입구다.

 

올라가는 길 정상부 서쪽에서 만나는 '알오름'들이 앙증맞다.

남북으로 나란히 형성된 2개의 알오름 가운데 특히 남쪽 것이 그렇다. 볼기를 손가락으로 꼭 누른 듯 들어간 산정부 분화구가 쏘옥 부드럽게 들어간 모습이다.

북쪽 것은 원추형으로 정상부가 볼록해 남쪽 것과 '한쌍'처럼 보이기도 한다.

 

정상부에선 어느 방향으로 돌아도 좋지만 반시계방향으로 도는 게 일반적이다.

남봉 정상 남쪽엔 한국남부발전의 성산풍력단지가 조성, 풍차들이 쉼 없이 돌고 있다.

풍차의 모습이 자연경관에 다소 거슬리는 것은 사실이지만 '필요악'이다.

 

우리의 삶이 전기 없인 영위할 수 없게 된 상황에서 최선은 아니지만 최악이나 차악이 아님은 확실해보이기 때문이다 

화석연료를 태워 시커먼 연기를 뿜어내는 굴뚝은 물론

향후 천문학적 핵폐기물 처리비용과 현존하는 안전의 문제 등을 안고 있는

원자력발전소의 둥그런 회색 콘크리트 지붕보다는 낫다는 생각이다.

 

용눈이오름 정상은 사방이 확 트여 시원한 경관을 제공한다.

정상에선 손지오름·거미오름·백약이오름·좌보미·궁대악·낭끼오름·대왕산·은월봉·두산봉·성산일출봉·우도·지미봉과

또한 아끈다랑쉬.다랑쉬·돝오름·높은오름 등이 360도 돌아가며 파노라마처럼 이어진다.

 

남봉 정상에서 내리막인 정상부 능선을 타고 가면 오름 중앙부에서 동서로 형성된 '세쌍둥이' 분화구가 다정스레 맞는다.

깊지도 넓지도 않은 분화구가 귀엽다는 생각마저 들게 한다.

그래도 한때는 불기둥 같은 용암을 뿜어냈던 분화구들이다.

 

오르막으로 깔려있는 타이어매트를 타고 조금 올라가면 용눈이오름의 최고봉인 북봉(표고 247.8m)이다.

가까이 아끈다랑쉬와 다랑쉬오름에서 멀리 성산일출봉까지 제주 동부권 풍광이 한 눈에 시원하게 들어온다.

다시 내리막을 타다 올라가면 북서봉 정상이다. 3개 봉우리 가운데 가장 낮은 '막대'다.

정상부 교차점까지 한 바퀴를 다 돌아도 주차장을 출발한지 채 50분이 안됐다.

내리막에 속도를 내지 않더라도 주차장까진 10분, 전체 오름 탐방에 1시간이면 충분한 셈이다.

 

용눈이오름은 10만년 이후 최소한 2차례의 분출을 통해 형성됐으며 정상부의 분화구는 세쌍둥이가 아니라 '4형제'일 것으로 추정된다.

강순석 제주지질연구소장은 "동쪽으로 형성돼 있는 말굽형 분화구와 중심부의 분화구 3개는 시차를 두고 형성된 것"이라며

"말굽형 분화구가 만들어지면서 화구 외륜이 붕괴돼 밀려가 동쪽의 용암암설류가 형성된 뒤 정상부에서 세쌍둥이가 분출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특히 강 소장은 "남서쪽에 있는 알오름 등도 분출의 흔적들로 봐야 한다"며

"서남쪽의 자그마한 분화구는 정상부에서 세쌍둥이 분화구를 만든 뒤 이동(tilting)돼 만들어진 것으로, 엄밀히 얘기하면 4형제 분화구"라고 설명했다.

 

식생적으로 용눈이오름은 오랜 방목 등으로 키가 작은 단초형 식물군락이 잘 발단된 전형적인 오름이다.

방목이 성행하는 오름의 내외사면을 따라 형성된 잔디군락에는 잔디를 비롯,

구슬붕이·벌노랑이·딱지꽃·가락지나물·등심붓꽃·물매화·제주피막이·솜나물·개미탑 등이 혼재돼 자라고 있다.

관목 종류는 오름사면을 따라 듬성듬성 해송이 생육하고 있으며, 청미래덩굴, 국수나무, 멍석딸기 등의 관목이 드물게 보인다.

 

김대신 한라산연구소장은 "암석이 나출된 지역에는

사스레피나무와 고비·딱지꽃·애기풀 등이 자라기도 한다"며

"방목의 결과로 잔디군락 같은 단초형 식물군락이 발달한 덕분에 오름의 부드러운 선이 잘 드러나는 오름"이라고 말했다.

 

김철웅 기자

 

"오름 세계적으로 드문 풍광
예쁘니까 가능한 영상 담아"
●인터뷰/제주 출신 양윤호 감독

"그런 풍광이 세계적으로도 드물기 때문이죠"

제주의 오름을 자신이 연출하는 영화에 '가능한' 담으려는 양윤호 감독(46)의 답이다

 

   
 
  ▲ 양윤호 감독  
 

양 감독은 불을 소재로 한 재난 블록버스터

'리베라 메(2000년)'와 일본내 전설적인 파이터 최배달의 일대기를 그린 영화 '바람의 파이터(2004년)'

 

국내 최초 첩보 드라마 '아이리스(2009년)' 등

스크린과 브라운관을 넘나들며 종횡무진 활약을 펼치는

제주 출신 감독이다.

 

그는 기수들의 우정과 사랑을 그린 영화

'그랑프리(2010년)'에서 용눈이오름과 아부오름을 앵글로 잡은데 이어 세계자연유산 제주를 알리기 위한 최첨단 3D 영상물인 '신들의 섬, 제주(2012년)'의 연출을 맡아 제주의 절경과 함께 용눈이오름과 송악산 등 오름의 영상을 담았다.

 

양 감독은 "대학이던 1992년 신석기시대 영화 촬영 장소 헌팅차 제주에 왔다가 오름을 '재발견'하곤 깜짝 놀랐다"며 "꼭 영화를 찍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그랑프리'는 물론 '신들의 섬, 제주'에도 주저 없이 제주의 오름을 담았다"고 설명했다.

 

"사실 제주의 오름과 같은 풍경이 세계적으로 드물다.

터키도 비슷한 기생화산들이 있지만 삭막하다"는 그는

 "제주는 100m를 조금 넘는 오름 정상만 올라가면 완전히 신천지"라고 강조했다.

 

양 감독은 "옛날 '사부'가 제주도 어린이들의 그림을 보고 깜짝 놀랐다.

 제주도 자연의 색깔이 굉장히 예쁘고 좋지만 매일 보고 자라는 애들이 그걸 모르고 제한적인 색을 썼기 때문인데, 오름도 제주사람들에겐 경우가 아닌가 생각한다"며 간과돼온 오름의 가치를 안타까워했다.

 

끝으로 그는 "제주의 오름이 예쁘니까 기회가 될수록 영상에 담고 싶다"며

 "하지만 곶자왈도 그렇고 너무 많이 찾다 보니까 옛날 맛이 없어지고 있다.

소중하고 한번 훼손되면 회복이 힘든만큼 잘 보전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제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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