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상현의 카미노 (링반데룽)

번뇌(煩惱) 본문

드레퓌스의 벤치

번뇌(煩惱)

까미l노 2012. 7. 20. 00:48

 

번뇌(煩惱)- 법정 스님

 

 

 

보고 싶은 만큼 나도 그러하다네

하지만 두 눈으로 보는 것만이 다는 아니라네

마음으로 보고 영혼으로 감응하는 것으로도

우리는 함께일 수 있다네

 

 

결국 있다는 것은 현실의 내 곁에 존재하지는 않지만

우리는 이미 한 하늘 아래 저 달빛을 마주보며

함께 호흡을 하며 살고 있다네

마음 안에서는 늘 항상 함께라네

그리하여 이 밤에도 나는 한사람에게 글을 띄우네

 

 

그리움을 마주보며 함께 꿈꾸고 있기 때문이라네

두 눈으로 보고 싶다고 욕심을 가지지 마세

내 작은 소유욕으로 상대방이 힘들지 않게

그의 마음을 보살펴 주세

 

 

한 사람이 아닌 이 세상을

이 우주를 끌어안을 수 있는 넉넉함과

큰 믿음을 가지세

타인에게서 이 세상과 아름다운 우주를 얻으려 마세

 

 

내 안의 두 눈과 마음 문을 활짝 열고

내 안의 시간과 공간이 존재하는 내 우주를 들여다보세

그것이 두 눈에 보이는 저 하늘과 같다는 것을

이 우주와 같다는 것을 깨닫게 될 걸세

 

 

그 안에 내 사랑하는 타인도 이미 존재하고 있음이

더 이상 가슴 아파할 것 없다네

내 안에 그가 살고 있음이

내 우주와 그의 우주가 이미 하나이니

타인은 더 이상 타인이 아니라네

 

 

주어도 아낌이 없이 내게 주듯이

보답을 바라지 않는 선한 마음으로

어차피 어차피… 사랑하는 것조차,

그리워하고 기다리고 애태우고

타인에게 건네는 정성까지도

내가 좋아서 하는 일 아니던가

 

 

결국 내 의지에서 나를 위해 하는 것이 아니던가

가지려하면 더 더욱 가질 수 없고

내 안에서 찾으려 노력하면 갖게 되는 것을

마음에 새겨 놓게나

그대에게 관심이 없다 해도

내 사랑에 아무런 답변이 없다 해도

내 얼굴을 바라보기도 싫다 해도

그러다가 나를 잊었다 해도

차라리 나를 잊은 내안의 나를 그리워하세

 

 

 

'누군가 너무나 그리워질 때'중에서...

'드레퓌스의 벤치' 카테고리의 다른 글

우표 한 장 붙여서  (0) 2013.08.31
실망했던 세상  (0) 2012.11.30
정액냄새 화사한 밤꽃 그늘에서  (0) 2012.07.06
오래 사랑한 당신  (0) 2012.06.29
폐허  (0) 2012.03.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