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상현의 카미노 (링반데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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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금 마루금

어리목에서 남벽을 넘어 돈네코로 가다

까미l노 2012. 1. 15. 19:56

민중각 게스트 하우스 5일차

위험하기 짝이 없는 곳이다.

들어갈 때 자유롭게 들어가지만 나와야만 하는 시간이 되면 집에들 가기가 싫게 만들어 만신창이가 되는 무진장 장기수를 양산하게 하는 중독소이다.

 

오늘 한라산 산행을 마치고 돈네코 버스 정류장에서 무료하게 버스를 기다리는데 문자왔숑 소리가 들리길래

또 천만원 되니까 빨리 찾아 가라는 ..아니면 쭉쭈기 빵빵이 하의가 있네 없네 하는 그렇고 그런 문자겠거니 하고 별 기대 없이 확인을 했더니

헉..이럴수가

민중각인데 오늘저녁 식사 같이 하자시는 교도소장님의 무지 반가운 문자다...

 

근처에 보는 사람이 없었길래 망정이지 이 차림에 앗싸~ 하는 폼이었을라니...

집밥이라니...

기억을 더듬어보니 언제가 마지막이었던지 까마득한데(내가 만든 거 말고) 어젯밤도 지새고 아직도 우울모드가 바뀌지를 않는디

대장님 집밥초대 한마디에 그만 만사 오케이로고...

 

이 기분 이대로라면 오늘밤도 탱크 지나가는 소리쯤 그까이 거...

 

중앙로터리에서 버스를 내려 황단보도 신호를 기다려 서 있는데 한방을 같이 쓰는 분이 건너편에서 지나가신다.

 

"보소~"

"젯밤에 나 무지 괴롭혔지요?"

(아침에 주무실 때 나는 늘 먼저 나가니까 아침엔 못 본다)

 

"..."

한참있다 알아보시고는 내가 건너갈 때 까지 기다리신다.

 

"아,예!"

 

"이틀간은 조용하셨는데 어제 가셨던 분이랑 임무교대를 하셨는지 왜 그리 아침까지 계속 코를 심하게 고셨습니까?"

 

" 죄송합니다. 제가 어제는 많이 피곤해서 그랬나 봅니다 괴로우시겠지만 하루만 참으시면 저도 갑니다..."

(물론 우린 길가에서 웃으면서 정답게 이바구 하는 중이다)

 

"에구...그분 삼일 아자씨 삼일 다음에 또 다른 분이 오시면 다시 삼일 시작하게요?"

 

둘이서 길에서 웃다가 그분은 시내 구경하러 가시고 나는 장기수의 요람 민중각으로 오늘 하루의 가출옥을 마치고 무사히 귀소를 했다.

후다닥..무지 바쁘게 움직이는  장기수이자 무쟈게 모범수 카미노

 

사진을 컴퓨터로 옮기면서 세탁기에 오늘 흘린 땀들로 범벅 된 옷가지들을 집어 넣는다.

혹시 늦으면 밥 주시지 않을까시퍼 주머니 검사도 제대로 못했음을 물이 다 차고 난 후에야 알았다.

(휴지며 몇가지가 죽으로 잘 범벅이 되어 나왔음)

 

민중각 카운터

나는 이곳이 민중각의 멋있는 사람들이 모이는 휴게실인줄로만 여태 알고있었다.

 

밥...

밥 주는 사람이야말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사람이라고 예나 지금이나 나중까지도 받들어 총!!!! 하기로 맹심하고 사는 나로서는

오늘 저녁 밥 세그릇을 개눈 감추듯 하게 해주신 사모님의 김치찌개랑 그 머시냐 전복이 숨바꼭질하던 버섯볶음이랑 맬치볶음 나물 등

얼마나 맛있게 먹었고 고마운지요...

한그릇 정도는 더 해치울 수 있었지만 양식 축 내는 사람이라고 다음에 집밥 초대의 기회가 다시는 영영 아니올까봐 꾹 참고 ...

 

 

 

오늘은 어디를 갈까?

새벽마다 나와서 천년식당의 시래기국밥을 오늘도 맛있게 감사히 해치우고(아마 갈 떄 까지 아침은 천년식당의 시락국이겠지) 

월드컵 경기장을 출발하는 셔틀이 공짜라니까 이용하기로 한다.

(이때 까진 서귀포 만만세였다)

 

어리목 입구

기왕에 무료셔틀을 관광객이든 도민이든 누구를 위한다는 것을 할거면 어차피 예산을 지출하여 행 하는 거

단 열사람도 타지 않고 움직이는데 숫자 파악은 철저히도 한다.

홍보를 제대로 하지 못한 결과이고 서귀포시 제주도 나아가 국가적인 낭비로세...

 

윗쪽의 주차장까지는 올라가지도 않고 아예 아랫쪽 주차장에다 내려준다.

내 개인적인 욕심으로라면 어리목구간만 하고 영실과 성판악과 관음사 구간은 왜 안 하는 것인지 전시행정이라는 표현에 대한 궁금증이 조금은 해결된다...

 

 

 

제주올레 5일차 오늘도 환하게 밝은 햇살의 날씨는 기대하기 어려울 것 같다.

어리목 매점에서 잠시 옷매무새를 고치고 게이트랑 아이젠을 착용하는데 쥔장 아줌마인듯한 분께서 나가서 하란다.

매점 장사는 누구 때문에 할 수 있으며 누가 자신의 밥벌이를 가능하게 해 주는지 모르시는 것 같다.

 

인터넷에 고약한 글 올리지는 않겠지만 조금 친절하면 덧나실까?

나 같으면 한봉지 백원도 원가가 채 안될 달달이 커피라도 한잔 주면서 따뜻한 곳에 좀 앉았다 가라고 권했을건데...

그러면 다음부터 내가 어리목 휴게매점 엄청 친절하고 좋은 곳이라고 온 세상에 알려주고 한사람이라도 더 보내줄텐데 아줌마는 바보다!!!!!!!!!!!!!!!!!!!

 

 

지난번에 망원렌즈로 한라산 까마귀를 마음먹고 원없이 찍어봤는데...

도당췌 이눔의 까마귀는 사진으로 보니 영 괜찮지가 않던 것이 그냥 온통 검은색밖에 없으니 괜히 내가 까마귀한테 미안해지더라구...

그래서 오늘은 아예 까마귀 사진은 찍지 않기로 피해버렸다.

 

사람들이 까마귀에게 먹거리를 주면 안 되는데 이눔들이 겁도 내지않고 근처에서 서성거린다.

사람들이 먹을거리를 주니 버릇들이 단단히 들었다.

 

 

운해...

밝은 날이었으면 운해가 없을지 모르겠지만 참 아까운 날씨 탓으로 욕심에 차질 않는다.

구름이 내 근처에 왔다.

아침에 시락국 한그릇 다 안 먹고 좀 남겼더라면 훌쩍 올라타고 날아볼걸...

 

 

또 ...

셀프로 눈밭속으로 뛰어 드갔다...^^

들어갈 때 10초 이내에 폼 잡아야해서 자빠졌다가 후다닥 일어나서 시침 뚝!!!하고 섰다....

 

 

 

 

언젠가 지리산 노고단에서 카페 회원들을 인솔하여 뱀사골로 하산하는 트레킹이 있었는데

버스가 무려 여섯대였다.

 

그 후론 다시는 단체로 가는 행위를 마다하는데 지나가던(우리 일행이 워낙 길게 늘어서서 추월도 안됨)등산객이

도대체 이 무리의 처음과 끝이 어디냐는 물음에 어찌나 창피했던지...

 

단체로 산행을 하시는 분들은 다른 산꾼들에게 늘 미안해 하시고 제발하고 일렬로 가소서~

 

 

해는 안 보이지만 화구벽 아래는 그런대로 시야확보는 잘 된다.

국립공원의 장점은 산행의 안전이 우선시 된다는 것이지만 단점이 너무 많다.

 

남한에서 가장 높은 산인 대피소에서 취사를 할 수가 없게 만들고 컵라면은 하루에 수천개를 판매한다.

국민 먹거리를 어린아이 할 것 없이 라면따위로 해결하게 만들고(물론 안 먹으면 그만이겠지만)

정비만 했다하면 방부제가 섞인 무늬목 나무계단과 돌로 만든 계단은 왜 그리 많이 등산로에다 까는지...

 

돌계단은 하산 시 무릎에 얼마나 안 좋은지 국민 체력저하 운동이다.

무늬목 방부제를 칠한 나무들은 빗물에 씻겨 하천의 식생들을 이상하게 만드는 모습을 환경뉴스에서 고발한 적 있지만 국립공단은 여전히 힘이 쎈가 보다.

(산행로 보호와 허물어짐 방지도 좋지만 더 나은 방법을 고민하는 모습을 보지 못해서 열불 나거든요)

 

 

 

 

 

 

왔던 길 되돌아가는 건 싫어하는 타입인지라 돈네코로 하산길을 잡아서 내려간다.

달달이 커피도 한잔 했겠다 씩씩하게 하산만 하면 되겠다.

 

 

지난 해 이맘 땐 한라산이 온통 폭설이었는데 이번 한라산행은 다소 미흡하다.

설 무렵 성판악이나 관음사에 마지막 발악하는 폭설이 한번 더 있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남벽 통제소에 도착하니 돈네코 충혼탑 정류소에서 서귀포행 버스가 4시18분에 있다고 친절히도 안내를 해주신다.

안 그래도 교통편 때문에 고민을 했었는데 잘 됐다 싶어서 시간을 물어보니 1시가 조금 지났다신다.

종종 걸음으로 하산 고고썅~

 

 

 

중간에 썩은물통이 있었는데 지금은 썩은 이라는 글자를 지워버렸다.

왜 그랬을까?

옛날부터 전해 내려오던 이름일텐데...

 

 

15년 만에 재개방된 돈네코 코스..

다소 서글픈 코스로다.

 

돈네코 산불 감시초소에서부터는 그야말로 지옥길이다.

내리막길에 시멘트로 포장이 되어있으니 그야말로 훼손이 덜 되는 방법인지 자동차를 위한 길인지 헷갈린다.

에구 내 무릎팍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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