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상현의 카미노 (링반데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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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금 마루금

인제군 남면 수산리 자작나무 숲길을 가다

까미l노 2011. 12. 12. 13:51

여행? 시간을 잃어버리기 위해 떠나는 것이라고 누군가 그랬다.

지금 주어진 기회를 미루지 말아야 갈 수 있게 되는 것이 여행이라고...

 

지인들과 또는 가족들과 여럿이 함께 가는 여행을 선호하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혼자 아니면 둘 셋 정도의 아주 친한 사람들끼리만 가는 호젓한 여행

오직 혼자서만 가야 진정한 여행의 참맛을 느낀다는 사람

 

그렇다.

여행은 마음이 맞아야 좋은 추억이 남을 것이겠지...

아무도 나를 알아보는 이 없는 낯 선 나라의 땅 낯선 길에서

멍청하게 맥 놓고 다닐 수 있는

해 저무는 시간이 되지 않으면 마땅히 시계를 볼 이유도 없고

속 시끄러워질 정치 이야기며 뉴스를 알 수 없어도 불안해질 이유가 없는...

 

 

 

 

인제군 남면 수산리 인제 자연학교가 있는 마을 임도를 따라 해발 600여 미터 산으로 올라가는 길

굽이 굽이 오르막에서 하도 더워 모자를 벗어 눈 위에 놓고 사진을 찍었다.

 

노란 뻇지는 스페인 산타이고 순례길을 다녀오면서 가져온 여러 기념품 가운데

죄다 지인들에게 강제 징수를 당하고 유일하게 남아있는 노란 화살표를 따라가는 길의 표시 뺏지이다. 

 

촛대는 산티아고 콤포스텔라 대성당이 있는 골목에서 구한 것이고

놋그릇은 인도 배낭여행 때 원숭이 사원의 인도상인의 끈질긴  구애에(?) 못이겨 사온 것인데

살짝 두드리면 소리의 여운이 아주 오래가는 싱잉보울이라는 것이다.

가끔 촛대에다 촛불을 밝히고 싱잉보울을 울려 그 소리를 듣곤 한다...

 

 

 

대단한(?)기대를 품고 찾아간 인제의 나작나무 숲길

약 60만 그루가 식재되어 있다고 해서 드넓은 벌판에 뺴곡히 서 있는 숲을 상상하고 갔드랬는데...

 

비탈진 곳의 군대군데 수십그루씩 있을 뿐이고 그마저도 휘어지거나 부러지고 아직은 어린나무들 뿐,

수산리 마을 입구 입간판에 자작나무 사진 찍는 곳 1,2 라는 안내판이 무색할 지경이었다...

 

 

자작나무 내 인생--정끝별

 

 

속 싶은 기침을 오래하더니

무엇이 터졌을까

명치끝에 누르스름한 멍이 베어나왔다

 

 

길가에 벌(罰)처럼 선 자작나무

저 속에서는 무엇이 터졌길래 저리 흰빛이 배어 나오는걸까

잎과 꽃 세상 모든 색들 다 버리고

헤 달 별 세상 모든 빛들 제 속에 묻어놓고

뼈만 솟은 저 서린 몸

 

 

신경줄까지 드러넨 저 헝큰 마음

언 땅에 껴 깔리는 그림자 소슬히 세워가며

제 멍을 완성해 가는 겨울나무

 

숯덩이가 된 폐가(肺家)하나 품고 있다

까치 한 마리 오래오래 맴돌고 있다

 

 

그나마 이런 곳 몇군데만 찾을 수 있었을 뿐 자작나무 숲길 이라는 이름은 아니었다...

 

 

 

 

 

 

 

너가 나를 자작나무라 부를 때---김왕노

 

 

 

너가 나를 자작나무라 부르고 떠난 후

난 자작나무가 되었다

 

 

누군가를 그 무엇이라 불러준다는 것이

얼마나 힘들고 때로는 위험한 것인가를 알지만

자작나무니 풀꽃으로 부르기 위해

제 영혼의 입술을 가다듬고

셀 수 없이 익혔을 아름다운 발성법

 

누구나 애절하게 한 사람을 그 무엇이라 부르고 싶거나 부르지만

한 사람은 부르는 소리 전혀 들리지 않는 곳으로 흘러가거나

세상 건너편에 서 있다

 

 

우리가 서로를 그 무엇이라 불러준다면

우리는 기꺼이 그 무엇이 되어 어둑한 골목에

환한 외등이나 꽃으로 밤새 타오르며 기다리자

새벽이 오는 발소리를 그렇게 기다리자

 

네가 나를 자작나무라 불러주었듯

너를 별이라 불러 주었을 때 캄캄한 자작나무 숲 위로

네가 별로 떠올라 휘날리면 나만의 별이라 고집하지 않겠다

 

 

 

네가 나를 자작나무라 부를 떄 난 나작나무가 되었다

 

 

눈장난 하던 연인(?)

그의 옷과 모자 색깔등이 몇그루 황량하던 숲에 눈이 소복히 쌓여 동화 같은 그림이 되었다.

 

 

사진에 살짝 장난을(?)해 보았다.

사람들과 하얀 준 주변의 풍광들이 한데 어우러져 꽤 고운 그림이다.

 

 

발목까지 쌓인 눈 때문에 쉬 걷지를 못하여 앞서간 사람들의 발자국만 따라가게 되는데

멀리서 보면 그 또한 하나의 동화같은 울긋불긋한 옷차림과 하얀 눈 떄문에 예쁜 만화그림이 된다.

 

강원도 인제군 남면 수산리는 서울-춘천간 고속도로를 타고 동홍천 나들목을 빠져나가

약 30여분간 더 달리면 수산리 인제 자연학교가 있는 마을 입구로 진입하게 된다.

 

차를 버리고 마을을 통과하게 되면 본갹적으로 임도가 나타나는데 길이 아름답다거나 주변 풍광은 권할만한 것들이 없어보였다.

임도의 특성상 산을 굽이굽이 휘돌아 가는 신작로 이거나 시멘트 포장길인데

날씨가 맑은 날에는 주변 산군들의 하늘금은 잘 보일 것 같다.

 

600미터 정도의 높이를 모퉁이를 여러번 돌아 능선 정상에서 다시 하산길을 따르게 되고 마을 마을로 내려가거나

다시 반대편 산을 향해 임도를 따라 오르면 또 한 굽이의 산 능선 정상(어론리)에 섰다가 하산하게 되면 차가 달리는 도로를 만나게 된다.

어론교가 있는 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