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상현의 카미노 (링반데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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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의 나마스떼

인도의 다질링 게스트 하우스 방명록

까미l노 2011. 9. 26. 00:15

 

 

 

반말로 쓰겠다.

난 작달막한 키에 짧은 머리의 한국여자다.

 

약 사개월 동안 인도를 쏘다니다 다질링에 들어왔지.

잘생긴 이 집의 주인은 참 친절한 사람이다.

 

처음 도착하던 날 머리가 아프다고 얼굴을 찡그리고 앉아 있었더니 이 친구가 갑자기 2루피를 들고 나가잖아.

아, 그래서 어딜 가느냐고 물으니까 두통약을 사러 간다는 거였어 결국은 사양했지만

이러한 작은 친절조차도 떠돌이인 내겐 얼마나 정겹고 고맙게 느껴지던지.

 

당신은 혼자니? 여자? 아님 남자?

내가 재미있는 얘기 하나 해 줄께.

네팔에 들어갔을 때의 일인데 어느 영국 남자애와 사랑에 빠질 뻔한 적이 있었어

그는 마약 중독자처럼 보였는데 영국에서도 매일 하시시를 피운다고 말했어

 

그 점이 마음에 걸리면서도 자꾸만 그 녀석이 섹시하게 보이는거야.

긴 콧날 긴 금발 긴 손톱 그리고 2미터가 넘는 신장 모두가 긴 녀석이었어

게다가 자기 인생에 필요할 것 같지 않아 대학 진학을 포기했다는 말도 너무 근사하게 둘렸던 거 있지.

 

그래도 난  보수적인 교육을 받고 자란 한국의 여자가 아니겠니?

어찌해야 좋을지 몰라 고민에 빠져 있는데 아버지처럼 부드럽고 멋지게 보이는 멕시코 남자가

내 상태를 용케도 진단하고 이렇게 충고하더라구,

 

-너는 한국 사람이다.너는 네 나라의 전통과 관습을 지킬 필요가 있다.

이곳엔 광적으로 교미를 탐하는 서양 여행자들이 많지만 그런 것 떄문에 자신의 가치관이 흔들려서는 안 된다.-

 

뭐 대충 그런 말이었지.그의 말이 끝났을 때 나는 캄캄한 동굴에서 빠져 나오는 기분이었다.

어때,재미있니?

그렇다고 난 촌스럽게 앞뒤가 꽉꽉 막힌 그런 여자는 아니야.

여행이란 정말로 깊은 병이지.

이번이 첫 여행이지만 한국으로 돌아가기도 전에 벌써 다시 나올 생각을 하고 있으니 말이야.

 

그리고 너도 전역을 돌아볼 마음이라면 남인도의 마하발리푸람이란 곳을 권하고 싶다.

콜카타에서 어느 한국 남자를 만났는데 그곳이 너무 아름다우워 한 달을 체류했다는 거야.

카주라호나 코나라크보다 더 아름다운 조각 작품이 있는 곳이란다.

 

그리고 라자스탄 주의 명물 우다이푸르는 만약 혼자서라면 가지 않는 게 좋아,

왜냐하면 로맨틱이라는 칼에 찔려 영원히 숨쉬지 못하게 될지도 모르니까.

 

더 쓰고 싶지만 저쪽에 앉은 멋진 인간 하나가 신문을 읽으며 내게 자꾸만 눈길을 던지고 있어서 여기서 마쳐야 되겠어.

괜찮은 녀석 같으면 잠시 접수하는 거지 뭐,

 

임헌갑--'떠나는 자만이 인도를 꿈 꿀 수 있다'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