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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레퓌스의 벤치

나 목에 겨자빛 실크스카프 메고

까미l노 2011. 8. 11. 12:12

 


 
나 목에 겨자빛 실크스카프 메고 / 황정순
나 늙으면 당신과 살아보고 싶어
가능 하다면 꽃밭이 있고 
가까운 거리에 숲이 있으면 좋겠어
개울물 소리 졸졸거리면 더 좋을 거야
잠 없는 나 당신 간지럽혀 깨워 
아직 안개 걷히지 않은 아침 길
풀섶에 달린 이슬 담을 병들고 산책 해야지
삐걱거리는 허리 주욱 펴 보이며 
내가 당신 하나 두울~ 체조시킬 거야
햇살이 조금 퍼지기 시작하겠지
우리의 가는 머리카락이 은빛으로 반짝일 때
나는 당신의 이마에 오래 입맞춤하고 싶어
사람들이 봐도 하나도 부끄럽지 않아
아주 부드러운 죽으로 
우리의 아침 식사를 준비할 거야
이를테면 쇠고기 꼭꼭 다져넣고
파릇한 야채 띄워 야채죽으로 하지
깔깔한 입안이 솜사탕 문 듯 할거야
이 때 나직이 모짜르트를 올려 놓아야지
아주 연한 헤즐렛을 내리고 
꽃무늬 박힌 찻잔 두 개에 가득 담아
이제 잉크 냄새 나는 신문을 볼 거야
코에 걸린 안경 너머 당신의 눈빛을 읽겠지
해가 높이 오르고 
창 깊숙이 들던 햇빛 물러설 즈음
당신의 무릎을 베고 오래오래 낮잠도 자야지
아이처럼 자장가도 부탁해 볼까
눈을 감고 다가가야지
서툴지 않게 당신 코와 맞닿을 수 있어
강아지처럼 부벼 볼거야
그래 보고 싶었거든
어쩌면 그 때는 창밖의 많은 것들
세상의 분주한 것들
우리를 닮아 아주 조용하고 아주 평화로울 거야
나 늙으면 당신과 살아보고 싶어
당신의 굽은 등에 기대 울고 싶어
장작불 같던 가슴 그 불씨 
사그러들게 하느라 참 힘들었노라
이별이 무서워 사랑한다 말하지 못했노라
그 때 나
왜 그렇게 어리석었을까 말할 거야
겨울엔  
당신의 마른 가슴 덥힐 스웨터를 뜰 거야
백화점에 가서 잿빛 모자 두개 사서 하나씩 쓰고 
강변 찻집으로 나가 볼 거야
눈이 내릴까.. 
봄엔 당신 연베이지빛 점퍼 입고 
나 목에 겨자빛 실크 스카프 메고 
이른 아침 조조 영화를 보러 갈까
감미로운 드라마 같은영화..  
가을엔 희끗한 머리 곱게 빗고 
헤이즐럿 보온병에 담아 들고 
낙엽 밟으러 가야지.. 
젊었을땐 하지 못했던 사진 한번 찍을까 ? 
예쁜액자에 넣어 창가에 놓아두어야지.. 
그리고 그리고 서점엘 가는 거야
책을 한아름 사서 들고 서재로 가는 거야 
그렇게 아름답게 늙어가고 싶어 !!
나 늙으면 그렇게 그렇게 
당신과 살아보고 싶어 !! 

 

Bebu Silvetti

남미 부에노스 아이레스에서 태어난 베브는 6살때부터 클래식에 기초를 단단히

쌓아올렸습니다 그러나 성년이 된 21세에 스페인으로 가서 음악공부를 더하고

재즈의 몇몇그룹에서 음악생활을 시작합니다 스페인에서의 음악활동에

초기 음악생활을 보낸 그는 70년대초 맥시코로 와서 피아노 연주자로 작곡자로
음악인의 경험을 쌓아갑니다 그리고 다시 스페인에 돌아가 처녀앨범을 내고

내적 실력의 경험을 다진후 다시 무대를 맥시코로 옮겨 본격적인

음악활동을 하다가 생을 일찍마감합니다


Bebu Silvetti 음악은 아주 감미로우며 무겁지 않은 가볍고 정감있는 터치의
재즈 음악이 그의 음악적 바탕이라고 합니다만 클래식의 탄탄한

바탕을 이루고 있답니다

 

..........Bebu Silvetti - Dulce Amor

..........Bebu silvetti - Voyage of no return

..........Bebu silvetti - Spring ra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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