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일몰과 애틋한 전설로 잘 알려진 수월봉.수월봉과 견주어 결코 모자라지 않는 괜찮은 오름이 있으니 바로 근처에 자리잡은 당산봉이다. 제주도 서쪽 끝자락, 북제주군 한경면 고산리와 용수리에 걸친 해안에 바다를 뚫고 나온 이 오름은 마을 어디에서나 눈에 들어오는 큼직한 덩치가 보기에도 든든하다. 드러누우면 포근히 감싸안을 것 같은 황금빛 억새동산은 그야말로 겨울에만 느낄 수 있는 독특한 정취다. 표고 148m, 비고 118m인 당산봉은 과거 차귀당이 있어 ‘당오름’이라고도 불리지만 보통은 당산봉으로 통한다. 당산봉 주변은 이름난 명승지와 볼거리로 가득하다. 북녘자락은 절부암으로 이름난 용수리 포구, 남록은 고산리의 당거리, 널따란 평야 너머 남서쪽엔 노꼬물의 전설어린 수월봉, 깎아지른 서쪽 벼랑 밑엔 차귀도와 자구내 포구 등 유명 관광지에선 볼 수 없는 제주의 밑바닥 정서를 확인할 수 있는 독특한 비경이라고 할 수 있겠다. 대표적 제주오름 소개서인 ‘오름 나그네’에 이 오름을 표현한 구절이 나온다. “산모양을 표현하여 선인독서(仙仁讀書) 노승타고(老僧打鼓) 백로하전(白鷺下田)이라 했다. 풍수설에서 온 것인 듯 한데 남쪽에서 바라보면 신선이 앉아 책을 읽는 형상이고 동쪽에서는 노승이 북을 두드리는 형상, 북쪽으로는 백로가 날개를 펴서 논밭에 내려앉는 형상이라는 것이다.”참으로 풍부한 상상력의 발현이다. 진실로 믿기지 않으면서도 그렇게 생각하고 당산봉을 바라보니 그렇게 보이는 것은 무슨 사연일까. |
오름을 오를때는 마음으로 이해하고 몸으로 직접 느끼자. 오름을 다니다 보면 몇몇 특출한 외형의 오름을 제외하면 별반 크게 다르지 않은게 사실이다. 완만한 곡선이 반원을 그리듯 둥글둥글 한게 겹치듯 이어지는 모습이 대부분 새로울게 없을 듯도 하다. 그러나 눈에 보이는 전부가 다는 아니다. 각각의 오름은 지역민들과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이름 하나, 표현 하나, 전설 하나에 특별한 애정과 사연이 담겨져 있다. 오름을 오를때는 머리보다는 마음으로 이해하고 몸으로 직접 느끼는 자세가 중요하다. 전체적으로 본 당산봉의 산세는 동-남사면은 둥그스름하면서도 가파르며 곳곳에 암층이 드러나 있고 서사면은 바다로 내리지르는 암벽, 북사면은 말굽형 분화구가 크게 열려 그 서쪽 등성이는 해안 따라 동쪽 등성이는 일주도로 따라 북으로 뻗어 내린다. 용수리쪽은 앞가슴, 고산리쪽은 뒷등인 셈이다. 한껏 휘어진 활짱 모양의 등줄기는 위로 오를수록 가늘어지면서 안팎의 경사도 급해지고 군데군데 버짐무늬 투성이의 바위들을 만난다.정상인 남쪽 봉우리에 삼각점이 있고 속칭 망오름인 서쪽 봉우리엔 예전에 봉수대가 있어 북으로 판포봉수, 남동으로 모슬봉수와 교신했었다. 분화구 안의 알오름(화구악), 북서쪽 깎아지른 벼랑의 저승굴(해식동굴), 제석제를 지내던 제석머리, 일주도로변 밭모퉁이의 차귀당도 당산봉만의 이야기거리다. 차귀당은 원래 어엿한 당집이 있었는데 숙종 28년 목사 이형상이 섬안의 모든 당을 불태워 버렸을때 함께 없어졌다. 차귀당은 사귀신을 섬기는 당으로서 당집 곳곳에 뱀들이 서리어 있으며 제사때 나타나지 않는 것을 상서로이 생각했다고 한다. <참고:오름나그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