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상현의 카미노 (링반데룽)
가끔 비 오는 간이역에서 은사시 나무가 되고 싶다 본문
가끔 비오는 간이역에서 은사시나무가 되고싶다.
詩:이정하
하루종일 가슴 설레였던 오늘
내 슬픈 사랑은 어디쯤 오고있는지
우리들 슬픈 사랑의 종착역은 어디있는 것인지
나는 역 대합실 출구 앞에서
소리질러 그대의 이름을 불러봅니다
그러면 그대도 덩달아
나의 이름을 부르며 나타날 것 같았습니다
그러나 그대는 오지 않았습니다.
가끔은 비오는 간이역에서
은사시나무가 되고 싶었던 그대
햇볕은 싫습니다
그대가 오는 길목을 오래 바라볼 수 없으므로
비에 젖으며 난 가끔은
비오는 간이역에서 은사시나무가 되고 싶었습니다
비에 젖을수록 오히려 생기 넘치는 은사시나무
그 은사시나무의 푸르름으로 그대의 가슴에
거의 간직되고 싶었습니다
우리에겐 약속이 없었습니다
서로의 눈빛만 응시하다
돌아서고 나면 잊어야했습니다
그러나 하루만 지나도
어김없이 기다려지는 그대와의 해후
어서 오세요, 그대
비오는 날이라도 상관없어요
아무런 연락없이 갑자기 오실 땐
햇볕 좋은 날보다 비오는 날이 제격이지요
그대의 젖은 어깨, 그대의 지친 마음을
기대게 해 주는 은사시나무
내 사랑는 소나기였으나
당신의 사랑은 가랑비였습니다
그땐 몰랐었죠
한때 소나긴 피하면 되나 가랑비는 결코 피해갈 수 없슴을
비오는 간이역 그리고 젖은 기적 소리
스쳐지나가는 급행열차는 싫습니다
누가 누군지 분간할 수 없을 정도로 빨리 지나가버려
차창 너머 그대와 닮은 사람 하나 찾을 수 없는 까닭입니다
비에 젖으며 난 가끔은 비오는 간이역에서
그대처럼 더디게 오는 완행열차
그 열차를 기다리는 은사시나무가 되고 싶었습니다
Goodbye Moscow / Francis Goy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