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상현의 카미노 (링반데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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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레퓌스의 벤치

상한 영혼을 위하여

까미l노 2009. 9. 21. 02:12

상한 영혼을 위하여 / 고정희  
상한 갈대라도 하늘 아래선 
한 계절 넉넉히 흔들리거니 
뿌리 깊으면야 
밑둥 잘리어도 새 순은 돋거니 
충분히 흔들리자 상한 영혼이여 
충분히 흔들리며 고통에게로 가자 
뿌리 없이 흔들리는 부평초잎이라도 
물 고이면 꽃은 피거니 
이 세상 어디서나 개울은 흐르고 
이 세상 어디서나 등불은 켜지듯 
가자 고통이여 살 맞대고 가자 
외롭기로 작정하면 어딘들 못 가랴 
가기로 목숨 걸면 지는 해가 문제랴  
고통과 설움의 땅 훨훨 지나서 
뿌리 깊은 벌판에 서자 
두 팔로 막아도 바람은 불듯 
영원한 눈물이란 없느니라 
영원한 비탄이란 없느니라   
캄캄한 밤이라도 하늘 아래선 
마주잡을 손 하나 오고 있거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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