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상현의 카미노 (링반데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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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레퓌스의 벤치

상처6 / 마종기

까미l노 2009. 5. 1. 11:02

상처6 / 마종기


집 없는 새가 되라고 했니?
오래 머물 곳 없어야 가벼워지고
가벼워져야 진심에 골몰할 수 있다고.
설레는 피안으로 높이 날아올라
구름이 하는 말도 들을 수 있다고.
이승의 푸른 목마름도 볼 수 있다 했니?

잎 다 날린 춥고 높은 우듬지에서
집 없는 새의 초점 없는 눈이 되어야
우리 사이의 복잡한 넝쿨이 풀어진다 했니?
망각의 틈새에서 적적하고 노쇠한 뼈들이
몇 개쯤의 상처는 아예 손에 들고 살라 하네.
외지고 헐거운 삶의 질곡을 완성한다고.

문을 열면 나를 맞아준 것은
질서없이 도망간 흔한 변명뿐.
수척한 추위에 떨며 나를 안아주었네.

노을이 붉어질수록 깊이 잠기는
저녁 근처의 너는 벌써 새가 되었니?
아프지, 그게 진심으로 살고 있다는 증거야.
아프지, 그게 오래 서로 부르고 있다는 증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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