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상현의 카미노 (링반데룽)
깊은 밤에 본문
언젠가의 가는 봄날에 잠자리에 들지 못해
이런 글을 끄적댄 적이 있었다.
괜시리 다 떠나버린 도화와 매화의 환영이 눈에 어른거려서
무심하게 섬진강 강물따라 흘러가버린 이화랑 자두꽃만 탓하다
나를 몽유병 환자처럼 밤 새 헤매이게 하고...
설핏 들다 만 깬 아침잠의 창에 댄 귓가로
빗소리 들리고 흙먼지 냄새 폴폴거릴 때 나는 그만 또 홀연히 섬진강으로 떠나고 싶어진다.
조만간 그 길엔 흐드러지게 핀 벚꽃이 환장하게 난분분 할텐데
떠나간 청매화 홍매화 코 끝에 알싸한 향이나 킁킁거려 보고 싶어라...
새벽이 오는 늦은 밤에도 쉬 잠을 청하지 않으니 하룻밤 꿈조차 꾸지를 않는 요지음
다시 차 한잔을 끓이고 내일 떠날 소풍에 설레일 마음따위 있을 리 만무한데도
어쩌자고 ...
살아오면서 누군가에게 부탁이라는 것을 할만한 사람이 없었을 것 같다라면
아마 잘못 살았다거나 대인관계가 원만치 못했다로 귀결될 수도 있겠지...
어설프고 또는 계면쩍어서 댓가를 줄 아무것도 없어서 한번도 제대로 타인에게 부탁을 하거나
하물며 종교적인 것에도 매달리듯 간절히 소원해본 기억이 없다.
스스로를 사랑하지도 아껴 주지도 못하는 나로서는
아예 혼자 해결하거나 힘에 부대껴 감당할 크기를 넘어서면 고스란히 감내하는 방향으로 포기를 했었다.
그러면서 누군가에게 부탁을 받으면 거절을 해본 적이 없었던 것 같음에...
시간상이나 내 능력의 한계거나(무엇보다 스스로의 그릇을 잘 알기에)어려운 상황이 분명한대도
내 능력을 믿고 나에게 부탁을 했다라는 생각에 감읍해 하며 그 부탁을 다 받아들였던 것은 아닐까...
그런데 돌아보면 지 주제도 모르고 스스로의 앞가림도 제대로 못하는 사람이
남을 도운다고 부탁을 받아 해결해 준답시고 허둥대었던 모습이란...
여태껏 그럭저럭 별 무리없이 이 저런 부탁들을 나름대로 훌륭하게(?)처리해 줬었다.
하물며 묘한 상황에 부딪혀 고민하는 사람에게(주로 지인들이었겠지만)먼저 나서서 해결해 주마고 설치기도 했었는데
가끔 스스로에게 욕도 하고 이번이 마지막이자고 다시는 그러지 말자고 다짐까지 하면서 처리를 했었다.
때론 내 몸과 정신은 만신창이가 되면서 남아있는 것은 늘 허무한 마음이었으니...
애초 댓가를 바라거나 기대조차 하지 않았음인데 때가(?)되면 어김없이 잊어버린다.
아니...거절하거나 뿌리치지 못한다...
가족들도 친구들도 내게 실속에 대한 이야기들을 하곤 한다.
청소년기를 지나면서도 실속을 찾은 기억이 별 없는 것 같다.
오히려 실속 없는 편에만 줄창 서 있었던 것 같다..
흡족해 하도록 처리하지 않으면 스스로가 못견뎌하는 강박관념까지 가지고서...
아마...
나에게도 누군가가 늘 곁에 있어서
내가 아무리 잘못을 저질러도 세상사람 모두가 다 나를 탓해도 언제나 내 편을 들어주는 사람 내 편...
그런 이가 없어서 언제나 나는 홀로 서 있었던 것일까,
지극히 세속적인 것이 가장 상식적인 것이 되어버린 시대
쥐뿔도 아닌 개뿔이면서 나는 무엇을 지키려는 것일까...
당당하고 떳떳하고 나름대로 옳바르게 살아왔다고 큰소리 칠 형편도 못되지 않는가,
그런들...
겨우 도둑질 안 하고 거짓투성이 말 하지 않고 약속 지키며 살았고 남 괴롭히며 살지 않았는데 라고 한들...
신뢰를 주고 신용을 지키며 살고있다 한들 무엇을 이루었으며 뭐가 남아있는지 ...
사람들 속에서 부대끼며 살아야하지 않는가...
별 피해의식 같은 것도 없는데 그런데 난 자꾸 사람을 피하고 싶어진다.
사람들 적은 곳 사람이 잘 다니지 않는 길...
깊고 넓은 산 속...
그런 적막이 좋다.
정말 모 여류작가의 말처럼
아무것도 기대하지도
기다리지도
그 무엇도 궁금해 하지도
심지어는 갖고싶은 것조차도 없아서
그냥 물기조차 다빠져버린 마른 풀처럼 그랬으면 시푸다...
사람들에게 지쳐서일까...
나 자신도 잘 모르겠다.
내 운명은 사람일까 다른 그 무엇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