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상현의 카미노 (링반데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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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미노 데 산티아고

산티아고 이야기 제8일차' 발냄새 지독한 외국인'

까미l노 2008. 12. 9. 08:11

 

                                                         이 지도 사진은 친절한 한 외국인 순레자가 인터넷에 올린 지도임을 밝혀둡니다.

 

 

                                                                      제8일차(10월4일) LOGRONO--------NAVARETTE 12KM

 

 

 

하루종일 말 없이 걸을 수 있다는 것은 얼마나 편리한 게으름이던가...

먼 곳에 와 있다는 핑계로 한국에서 무슨 일들이 일어나는지 늘 일어나곤 하던

수많은 사건 사고들도 지금의 내겐 하등 관계없는 먼 나라 이야기들처럼 모른 척(?) 편할 수가 있어서 참 좋다.

 

집에 두고 온 내 휴대폰에는 어떤 사람들이 부재중이란 콜키퍼에 등록이 되어있을지 처음엔 걱정도 되고 하더니

지금은 아예 애초부터 휴대폰이 없었던 것처럼 더 없이 편안하다.

 

평소에 늘 가지던 기본적인(?) 걱정거리들은 다 버린 채 오직 오늘 걸어갈 거리에 대한 지도를 펼쳐보고 

알베르게와 근처에 장 볼 곳은 있는지 따위만 생각하는 행복한 게으름의 일상이다.  

 

'차고 쉬원한 이 공기

온종일 내리는 비에 창문을 있는대로 다 열어두었더니

널어둔 빨래들이 마르긴 커녕 오히려 습기만 더 빨아들일 것 같다...

 

마음을 다잡기로 결정하고

떠날 것이라는 생각을 하면 가슴이 벌렁거리면서 마치 호흡이 가빠지는 듯 하는데

결정을 하고나면 외려 마음은 가라앉고 차분해지면서

준비가 귀찮아지는 듯한 이것은 무슨 조화인지...

 

아마 결정이 되어버려서(?) 어쨌거나 날짜가 되면 떠나야 할 일인데

무엇을 빠뜨렸든 아는 게 없어서 두렵든 될대로 되지 않겠는가...하는

스스로 잘 알고있을 법한 내 성격과는 판이하게 다른 이중적인 게으름이 나타난다...

 

왕복 항공편 예약이 돌아올 날짜를 지정하지 않으면 비싸진다는 게 좀 그렇다.

언제 돌아올지 모르는데 그 날짜를 지정해야 한다니 조금씩 아주 조금씩 느리게 아껴가며 천천히 걷고 싶은데... 

 

사실,

그 길 산티아고가 나를 유혹해서인지

내가 산티아고를 간절하게 갈망하는 것인지 얼핏 분간은 서지 않는다

 

이미 지난 5월에 그 길 위에 서 있었을텐데 

마음에 설레임만 구겨넣은 채 이렇게 그냥 서울에 머물렀으니...

 

무엇일까

내가 산티아고 순례길을 걸을려고 하는 이유는

 

그냥 단순히 60여 일 간을 휴대폰을 끈 채 살 수 있다는

속박(?) 같은 것에서 마음껏 벗어날 수 있다는 편안함 때문일까

 

주어진 환경에서 오는 피할 수 없는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의 공통된 그 어떤 종류이건

필연적으로 받을 수 밖에 없는 구속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그런 단순함 때문이 맞을까

 

아무런 준비도...

하물며 배낭을 꾸리는 행위도

그 속에 가지고 갈 준비물 옷가지 등에도 신경이 쓰이질 않음은...

 

내 성격은 참으로 지랄같고 더러워서

이처럼 먼 그것고 아주 길지도 모를 외국여행길에 나선다면

아예 한달도 더 전에 벌써 배낭을 열 번 스무 번도 더 꾸렸다 풀었다를 반복했을 터인데...

 

그냥 가서 부딪히면 되지 않겠는가

때론 허둥대고 막연한 걱정이나 두려움도 있을테지만  

그러면 또 어떠랴

 

어차피 여행길에서는 구겨진 잠을 청하고 헤진 지도 한 장 달랑 들고서 

당장 오늘밤의 숙소 걱정과 먹거리에 대한 고민 따위는

국내에서의 산행이나 도보여행길에서도 늘 겪는 일 아니던가...

 

걷는다는 짓은 어차피 나란 사람에게는

아무런 준비성이나 사전 정보따위가 그닥 소중했던 적이 없었으니까

비행기를 타고 어디서든 내리기만 하면 그 다음부터는 더듬거리기 시작하는 것이 여행 아니겠는가...

 

우선은 산티아고가 길고 길어서 너무 좋다

그 길 산티아고 순례길은 끝나고 나서도 또 다시 어디로든 이어서 걸을 수 있어서 미치도록 �다

꽤오래 아끼면서 야금야금 걸어 먹을 수 있어서 저으기 안심이 된다

 

이 땅 어느 길에서도 긴 길은 있을 수 있겠지만

평화롭게 걸을 수 있는 길은 아예 없거나 간혹 만나게 되는

지금은 잊혀져 없어져 가는  옛길이나 흙길도 지나치게 짧거나 아예 포장을 해버려 늘 허기진다....

 

느릿느릿 아주 게으르게 하릴 없는 거지처럼

한끼 배고픔과 비바람 피할 잠자리를 얻고난 후의 만족만 된다면 

맛있는 음식에 비록 문외한인 사람이지만 여느 미식가처럼 그렇게 그 길을 맛있게 음미하면서 걷고싶다... 

 

언제나 내 여행은 애써 돌아올 계획이 준비되지 않은 채 였었다

가기 전에 미리 돌아올 예정을 정하고 떠나면 여행길 내내

거의 다 놀아버려 끝나가는 방학을 안타까워할  아이들처럼 남은 날짜만 헤아리게 될까봐서다...

 

사람이 사는 곳

무엇이든 입에 넣어서 최소한의 허기는 면할 수 있을테고

순례자들의 천국이고 로망이라는 곳일진데 비바람 피할 처마 한군데 없으랴...

 

간다 간다

나는 간다

버틸 수 있을만큼 버티면서 걷다가

정히 똥 싸는 게 불편해질 때 쯤이면 못이기고 돌아오겠지만...'

 

산티아고로 출발하기 얼마 전의 내 생각들이었다. 

 

 

 

 어느 외국인이 그렸던 만화인데 그림속의 저 페레그리노처럼(순례자) 배낭 주위에 이것 저것 주렁주렁 달아서 무게로 인한 고생을 하는 사람들은 지금도 잇다

다리에 쥐가 나고 근육통이 생기고 발톱이 빠지거나 심한 물집으로 병원을 찾게 되고 중간에 포기하게 된 사람들이 수두룩하다.

 

인터넷 동호회원들과 여러 해 국토 대당정 길에서 내 별명은 돌팔이 의사였었는데 지금은 거의 경지에 이르러 박사님으로 통하기도 한다

그도 그럴것이 어지간한 발의 물집이나 다리의 근육통들은 다 치료를(?)해주니까 회원들이  우스개 소리로 그런 호칭을 부여했겠지.

 언제나 내 배낭은 다른 사람들보다 크고 다소 무거운데 그 속엔 모든 구급약품들이 다 들어있기도 하기 때문이다.

 

산티아고에서도 외국 여성들의 발톱과 발의 물집차료를 해줬었는데 그들은 처음엔 저들보다는 못사는

아시아의 작은 나라에서 온 사내가 바늘을 꺼내들고 여차하면 푹 찌를 태세인지라 우;생적인 두려움 까지도 잇었을테지만

알콜솜까지 항상 준비하고 다니는 내 구급낭을 확인한 후부턴 안심하고 발을 내밀었었다.

 

 

 

어차피 나는 유럽의 언어는 할 수 없으니 주로 영어로 대화를 하는데 한국에서 수 천 킬로미터를 걷고 어쩌고 저쩌고 하면

그제서야 크고 깊은 눈을 동그랗게 치켜 뜨며 놀라는 시늉을 하면서 안심이 되는지 슬그머니 발을 내민다.

 

소독을 한 바늘로 물집 부위를 찔러 예쁘게 실을 끼워(이 떄 물집의 세로로 실을 끼운다)나비모양의 매듭까지 만들어 주면

엄지 손가락을 세우며 고맙다를 연발한다.

한국이라는 나라는 너네들 나라보다 못 사는 것도 아니고  위생 상태도 빈대 벼룩이 덜 끓는 너네 나라에 비하면 훨씬 더 꺠끗하다고 말해주고 싶었다

 

하루 이틀 지난 후 아무일 없었다는 듯이 잘 걷는데 사실은 그들의 걷는 자세로는 계속 물집이 생길 여지를 달고 있었던 셈이다.

 

걷기모임에서 함꼐 걷는 사람들의 자세를 뒤에서 따라가며 살펴보노라면 자세가 제각각 다양하기도 한데

다리에 근육통이 생기고 발에 물집 또는 발톱이 빠지는 이유는 걷는 것에 경험이 없어서아니라  따로 있다는 사실이다.

 

배낭속의 물건이 한쪽으로 무게가 치우쳤거나 배낭 끈의 좌우 또는 길이조절이 잘못 되어있는 상태이고

신발이 작거나 신발의 볼이 좁은 것인 경우가 많고 끈 조절 잘못과 애초부터 어꺠가 한쪽으로 치우쳐 구부정하게 걷고 있다는 것이다.

 

등산화를 신을 떄처럼 항상 신발의 크기는 최소 5밀리미터 크게 신어주고 신발의 볼이 발 끝으로 갈수록

점점 넓은 타입을 신어야 하며(조깅화 같은 운동화는 정 반대형태) 배낭의 끈을 좌우를 맞추어서 길이를 다시 조절하고

(어꺠가 아프면  어꺠위의 조절 끈을 당겨 조이고 허리가 아프면 옆구리 밸트를 조여서 배낭이 골반 뼈 위로 올라가게 해준다)

자기 자신의 걷는 모습을 스스로는 잘 알수가 없는데 누가 뒤에서 따라가면서 동영상을 찍어준다면  금방 알 수가 있다

 

 

 

 

 

간단하게 말해서 사관학교 생도들의 걸음걸이를 생각하면 되는데 실제로 그렇게 어깨를 딱 벌리고 팔을 힘차게 저어주면서 걸을 필요는 없겠지만

허리를 똑바로 펴고 눈은 정면 약간 아래를 보면서 뚜벅뚜벅 걸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게 걸으면 다리의 근육통이나 발의 물집은 절대 생기지 않는다.

 

백두대간 종주와 길에서 5천 여 킬로미터를 걸어온 나는 아직까지 발에 물집 같은 게 생겼던 적도

다리 근육통도 발톱에 탈이 생기거나 한 경험이 없었다. 다만, 산에 하도 많이 다녀 가끔 무릎관절이 아프다고 짜증을 내는 것 말고는...^^

아마도 자세를 바로해서 걸었기 떄문일테고 신발 선택을 잘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우리나라 길에도 이렇게 보행자를 위한 길 안내가 있다면 얼마나 살기좋은 나라가 될까 하는 턱 없는 희망을 품어본다.

입간판으로 자동차용이 아닌 걷는 사람들을 위해 그림으로 예쁜 조개 분양으로 화살표로 길 찾기 표시를 해 주다니...

 

 

 

산티아고의 순례코스는 모든 마을의 성당을 거쳐서 지나가게 되어있다.

그 옛날 이 길을 처음 걸은 야곱이라는 성인이 복음을 전파하기 위하여 각 마을마다 사람들을 찾아다녔기 떄문이기도 하겠지만

아주 작은 시골마을의 성당 하나하나에도 오래 된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어서 수없이 전쟁을 치른 스페인이 맞는가 해서

의구심과 감탄이 절로 교차한다.

 

성당 앞이나 옆엔 어김없이 공동묘지가 함께 있었는데 우리나라의 공동묘지와는 전혀 다른

아담한 공원처럼 꾸며져있고 늘 화사한 꽃들이 놓여져 있었다.

 

산 자와 죽은 자 사이를 멀리 떨어져있게 하는 것이 아니라 사링했던 가족들 근처에서 언제나 함꼐 하는 것처럼...  

 

 비가 내리는 길이라 처음엔 잘 모르고 무심코 지나칠 뻔 했었는데

자세히 보니 온 몸에 보호색을 띤 도마뱀 한마리가 로드킬을 당했는지 움직이지를 않고 땅바닥에 엎드려있다.

 

살짝 건드려 보았드니 조금 꿈틀거리기는 하는데 영 힘이 없는 것이 아마 머리쪽에 상처가 깊은가 보다.

노란 보호색 무늬가 화려하고 꽤 큰 녀석이었는데 어쩌다 길가로 나와서는 사고를 당했을꼬...

 

산티아고 길을 가다가 자주 만났었던 달팽이 녀석들도 눈에 뜨이는 즉시 숲으로 보내기도 했었는데

위험한 암튼 인간 떄문인지 지녀석들이 겁 없이 인간들이 다니는 길에 함부로 나와서 그런 위험에 처하게 되는 것인지 잘 모르겠다.

 

 

 작은 돌들로 차곡차곡 쌓아 만들어진 시골 집

우리나라 제주도에도 돌이 많아 무덤가에 담장으로도 돌로 둘러쌓여있기도 한데

스페인의 옛집들과 다리 성당 곡식 저장 창고들이 거의가 이렇게 돌로 겉을 쌓아서 지어진 모습들을 하고있다.

 

 

 우리나라의 옛 초가집을 연상하게 하는 산티아고 길의 촉집 지붕

우리나라에도 스페인에도 지금은 거의 없어져 가기는 마찬가지이겠지만 우리나라의 초가집 스타일과는 조금 다른

짧게 이발한 남성의 머리카락처럼 촘촘하게 깎아서 씌운 초가집 모양이다.

 

 늘 어김없이 새벽 만동이 트기 전 알베르게를  나서서 얼마간 길을 걷다가 뒤돌아보면 아침 해가 솟아 오른다.

순례자들의 등 뒤에서 떠올라서 머리 위를 지나는가 싶은데 어느 순간 앞서거니 곁살 빛을 주다가 금방 쏜살처럼 길 건너 지평선으로 넘어가 버리곤 한다.

산티아고 길 위에서의 시간은 그야말로 쏜살같이 지나가 버려 하루는 늘 아쉬움으로 끝 맺음이다

 

 

 스페인 항공기들이 유명하다던가...

새벽 하늘에 긴 꼬리를 물고 아침부터 훈련에 열중하는 것인지 전투기의 꼬리에서 흰 연기들이 하늘에 거미줄을 수 놓는 모습을 매일 본다.

 

 

오늘은 일정과 코스 조정을 위하여 12km만 걷고 나바레테의 알베르게를 찾았다.

공립숙소는 3유로에 깨

끗하고 조용했으나 오후6시까지 문을 열지아않는 가게떄문에배가 고파 카페를 찾아 커피와 빵을 시켜 먹었다.

 

중간에 알토 그라제라 호수에서 사람들이 송어낚시를 하고 있었는데

물 속에는 그야말로 거대한 몸집의 향어들이 득실거렸었는데 누구하나 향어에게는 눈길조차 주지 않는다.

 

향어는 오래 전 우리나라 여러 식당에서  엄청나게 대접을 받았던 횟거리였었는데 어찌된 일인지 요즘은 구경하기 힘들다만

산티아고에서는 향어를 생선 취급 하지 않는 모양이다.

 

이스라엘 잉어라고도 불리기도 했었는데 이스라엘 사람들은 생선으로 취급하는 것인지 어니 정작  이스라엘에서 온 것인지도 모르겠다만

아쩄거나 이곳에서의 향어는 귀한  대접은 못 받는지 몰라도 오랫동안 살아가는 데 지장은 없을 것 같다.

 

오늘 묵게 된 숙소는 참 깔끔 했었는데 모두에게 전혀 예상치 못했던  첫 경험을 안긴 사건이 일어났는데

그것은 산티아고 길에 서고 여태껏 단 한번도 없었던 (어찌보면 그점이 더 신기할 수도 있겠지만)누군가의 고약할 정도의 발냄새 였었는데

진원지를 찬아본 결과 나랑 친한 미국인 친구 J,T 가 범인이었던 것이다.

 

모두들 쉬쉬했었기에 정작 본인도 눈치 채지 못하게 그냥 조용히 넘어갔지만

한국인 여성들은 그 뒤엔 아예 내 친구 J.T를 멀리하기도 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