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상현의 카미노 (링반데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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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엔 까미노

길 위에 서면 다 잊어지는 것을

까미l노 2008. 7. 21. 18:46

"바람은 불고 싶은 대로 분다.

그대는 그 소리를 듣지만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 지를 모른다"

 

안치운...

 

과연 우리나라에 아직도 두메산골(오지)이라는 곳이 남아 있을까...

누구도 아무도 언제쯤 돌아올 것인지를 예상하지 않은 채 알 수도 없이 가는 그런 곳

 

이렇듯 두메산골은 들어가 숨을 수도 있는 그런 곳인데

인간적인 좌절의 끝자리 라고 해도 좋을...

사람들이 거의 살지않는 곳,

찾아가기도 어렵지만 이름조차 알려지지 않은 곳을...

 

이제는 이 땅에서

먼 곳과 가까운 곳을 구별한다는 게 거의 불가능해졌다.

천박하게 오지 트레킹이라는 일본식 용어를 써가며 여행사의 알짜배기 여행상품이 되어버린...

 

예술에 문외한인 나로선 현대예술이나 이상한(?)그림을 비싼 값을 매겨 

현대인의 고독과 존재의 아픔 운운하며 사고 팔리는 짓거리들을 보는 것처럼

여행사는 도시의 삶에 지친 심신을 재충전 하라며 오지여행을 부추기고 있는 실정이다...

 

 

고급스런 옷들을 입고 자동차에 값비싼 장비들을 주렁주렁 매달고 다닌다.

오지는 만들 수 있는 공간이 아닐진데 다녀왔다는 기억을 주는 곳이 아니라

그 곳에 스며들어 호흡하는 곳이랬다.

 

곁에 있지 않아도 자주 생각나는 사람이 있기 마련이다

함께 살지도 않았고 각별할 어떤 추억거리도 없고

같은 상상력을 지니지 않았음에도 그런 이를 친구로 여기는 경우가 있다.

 

플라톤이 말했다던가...

존재하는 것에는 눈에 보이는 것과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이 섞여있다고...

 

깊은 산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굳이 산에 드는 그 행위를 등산이라고 하기를 싫어한다

산은 정복의 대상도 아니고 등정만이 성취감을 느끼게 하지는 않는다...나로서는 그렇다...

 

산에 들어가는 행위 즉...입산이라고 하고 싶다..산에 들다...

깊은 산에 들면 만나는 것이 희미한 옛길이다.

 

길 옆에 숲과 나무 그리고 지계곡들이 있다.

옛길은 굽은 길이기 때문에 한없이 안으로 빠져 들어가게 만들고

내밀한 공간으로 이끄는 깊이를 잴 수 없는 아득한 곳이다.

 

동강 깊숙히 들고 싶은 그런 날이다...

인류학자 레비스트로스 였던가...

 

"꿈 같은 약속이 든 마법의 상자" 라고 여행을 말했다지...

 

길 위 서서 여행을 떠나면 다 잊을 수 있기에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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