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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산청우

사무실에 족제비가 산다

까미l노 2014. 5. 17. 10:42

 

한라산 족제비 굴

한군데가 아닌 근처에 서너개의 출입구를 만들어 두고 만일의 위험을 대비하는 것 같다.

입구에는 항상 녀석들이 영역표시로 예쁜 똥을 싸두기도 한다.

 

우측의 웅덩이는 음식물 찌꺼기를 담아 두는 곳인데 점심 시간이면 어김없이 까마귀들이 날아와서 기다리는 곳이기도 하다.

까마귀도 유해조수는 아니라서 가끔 먹이를 주기도 하는데 사람들을 무척 겁을 내는 녀석들이다.

 

꽤 맛있는(?) 음식물 찌꺼기가 생기면 일부러 족제비 굴 깊숙히 넣어주곤 하는데 그 녀석들이 알기나 할런지...

사무실 앞 숲에 자연적인 더덕이 많이 자라서 일부러 나무 막대기를 걸쳐두었다.

작년 같은 경우엔 작은 나뭇가지 키 만큼만 타고 올라갔었는데 종 모양의 꽃이 하도 예뻐서 아무도 캐어 가지를 못하게 숨기는라 애를 태우기도 했다.

올해는 덩굴을 아주 많이 타고 다니라고 길게 나뭇가지를 걸쳐 놓았는데 여러곳에 예쁜 더덕 꽃을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작년 이른 가을에 심었다가 노루에게 다 먹혀버린 땅 두릅

이십여개를 심었었는데 어떻게 냄새를 맡고 욌는지 노루들이 싻만 올라오면 먹어치우고 가버려 다 죽은줄 알았었는데

새봄이 되니까 다시 고개를 살짝 내밀기 시작했다.

 

노루의 눈을 속이려고 노란 콘테나 박스로 덮어서 이만큼 자라게 했는데 또 언제 노루란 녀석이 몰래 와서 먹어치울런지...

 

족히 수십 년은 되었을법한 소나무를 온통 송악덩굴이 휘감아 올라가서 소마누 가지끝까지 송악 잎으로 뒤덮혀 버렸다.

사철 푸른 상록 덩굴인 송악은 원줄기도 소나무와 같이 살아가면서 덩치를 굵게 만드는데

줄기에서 무수히 많은 흡반같은 털을 내어 소나무 둥치를 단단히 움켜쥔 채 자란다.  

 

에전 알려진 것처럼 털뿌리가 소나무의 양분을 빨아먹어 소나무 를 죽게 만드는 것은 아닌 것으 로 밝혀졌는데

소나무에 기생하면서 살아갈려고 움켜쥐기만 하는 것이고 상록성 무성한 잎이 소나무를 온통 뒤덮어 광합성을 방해하여

잎이 제대로 생기지 못한 소나무는 햇빛을 받을려고 키만 키우게 되는데 종내는 덩치가 커져버린 송악덩굴의 무게에 못이겨 쓰러지게 되는데

문제는 양수성인 소나무가 햇빛을 못받아 시름시름 앓던 소나무가 쓰러져 죽으면서 송악덩굴도 기둥이 없으니까 같이 죽게 되는 것이다.

한마딛로 니죽고 나죽자는 삶을 살아가는 어리석은 식물이로고...

 

송악덩굴에 감겨 다 죽어가던 보리수나무를 살렸다.

온통 뒤덮혀있던 송악의 아랫부분을 잘라내어 주었더니 일주일 정도만에 덩굴은 말라가면서 떨어지면서

앙상해진 보리수의 나무 둥치가 드러난다.

 

얼마나 휘감았던지 보리수의 수피가 구분조차 잘 되질 않는다.

봄이 되니 보리수에 새순이 나기 시작한 것이 참 다행이다.

 

출근을 하였더니 사무실이 완전 난장판이 되어 있다...

커피믹스 봉지를 뜯어 설탕을 먹은 흔적이 보이고 덮개를 덮어둔 노트북엔 작은 발자국들이 어지럽게 찍혀있는데...

 

생쥐는 없는 곳인줄 알겠는데 이게 도대체 무엇이 이렇게  해놓았단 말인가...

발자국 모양과 예쁘게 한웅큼 싸둔 똥으로 봐서는 족제비 녀석 같은데

그러면 사무실 안에 족제비가 살고 있다는 것인가?

 

매일 아침 출근해서 보면 사무실을 헤집어 난장판을 만드는 이녀석을 어떻게  한단 말인가?

사무실 구석구석을 다 살펴봐도 흔적을 찾을 수가 없고...

 

결국 사무실 바깥 쓰레기 자루 뒤에서 조그만 구멍을 발견했는데 건물을 지을 때 무슨 필요로 만든 것인지 벽 아랫 부분에 작은 구멍 뚫려있었던 것을...

미안하긴 하지만 할 수 없이 나무 막대기로 구멍을 막았더니 다음날부턴 이녀석이 드나들지 못하는 것 같다.

새끼는 노란 털에 코가 귀엽게 생겼는데 쓰레기 자루 속을 자주 들락거린다.

 

사람을 발견해도 그렇게 겁을 내지도 않고 멀뚱멀뚱 쳐다보다가 숲 속으로 도망가 버리곤 한다.

 

 

 

예쁘게 잘 지어둔 딱따구리 집

사무실 바로 앞

사람들이 한라산 둘레길을 오르내리는 길 바로 옆에 있는 나무라서 저으기 걱정이 되었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카메라 삼각대도 설치되고 사람들의 관심이 쏠리기 시작하더니 산란을 준비를 하던 녀석이 그만 어디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가버린 것 같다.

 

암수 한쌍이 열심히 집 주위를 쪼으면서 단장을 하더니...

오색 딱따구리는 사람을 그다지 멀리하지는 않는데 아무래도 새끼를 낳을 때면 조심성이 많아졌으리라...

집을 만들 때도 가까이 다가가면 나무 구멍을 쪼던 것을 멈춘 채 구멍 뒤편에서 가만히 동종을 살피기도 한다.

 

스스로 나무를 쪼아서 정성껏 만든 집을 다른 새들에게 빼았겼다가 다시 찾기도 하면서 새끼를 극진히 보살핀다.

일초에 수십 번 나무를 쪼아대는 이녀석의 부리랑 머리는 아프지 않을까 싶기도 한데 다른 새들에게는 공격적이지 않다.

딱따구리는 나무를 빙빙 돌아 올라가면서 쪼는 습성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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