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상현의 카미노 (링반데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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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미노 데 산티아고

50일간의 산티아고 순례기(오마이 뉴스)

까미l노 2012. 8. 15. 01:35

 


문상현의 '카미노 이야기'

 

▲ 묵시아(Muxia)의 인증서 피스테라에서 북쪽으로 약33km 떨어진 묵시아에서 받은 인증서
ⓒ 문상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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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24일부터 11월 12일까지 50일간 스페인의 산티아고 길을 걷고 돌아왔다.

도보여행이나 배낭여행을 즐기는 사람들에게 이제는 산티아고 가는 길(Camino de Santiago)은 더 이상 접하기 힘든 먼 나라의 여행이야기가 아닌 것 같다. 또 일정에 비해 경비가 아주 많이 드는 여행의 범주에 속한다고 할 수도 없다.

 

처음 산티아고 이야기를 들었을 때 산티아고가 칠레의 수도인 줄 알았을 정도로 정보에 어두웠다. 그런 사람이 50일간의 해외여행을 하게 되었으니, 지금 생각하면 생뚱맞기 짝이 없다 싶다.

 

어렸을 때부터 걷기를 즐겼던 터라 국내에 있는 산들은 거의 대부분 올라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백두산을 답사하고, 백두대간과 방패연 방식으로 국토대장정을 몇 차례 하다 보니 아쉬움이 남았다. 그래서 관심을 가진 것이 네팔, 티벳 등의 해외 트레킹이었는데 이게 경비가 만만치 않게 들어 망설이고 있었다.

 

그러다가 우연히 '인생길 따라 도보여행' 회원에게서 산티아고에 대한 이야기를 듣게 되어 관심을 갖게 되었다. 성격상 하고 싶은 일이 생기면 푹 빠지는 터라 인터넷이며 서점 등을 들락거리며 정보를 입수하기 시작했다. 그러다보니 나보다 먼저 산티아고 길을 다녀온 사람이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산티아고에 가기 전에 준비운동 삼아 해남에서 고성까지 걸었다는 여성의 이야기도 알게 되었다.

 

백두대간 단독 종주를 하고 싶었지만 먹고 사는 일 때문에 일정을 차일피일 미루면서 구간종주밖에 못한 아쉬움이 남아 있었다. 그런데 산티아고 길은 먼 이국의 땅이 아닌가. 그 길을 구간별로 조금씩 나눠서 걸을 수도 없고, 일단 시작하면 끝까지 다 걸어야 하는데 그러려면 한 달 이상이 족히 소요될 것 같았다. 물론 걷기에 이력이 난 내가 걷는다면 일정은 단축할 수 있겠지만 기왕에 귀한 외화를 낭비하면서 걷는 길이라면 욕심껏 걸어야 만족할 수 있지 않을까.

 

애초 계획은 올해 5월초에 산티아고로 출발할 예정이었다. 그래서 4월초에 해남에서 통일전망대까지 씩씩하게 걸으면서 준비운동까지 했는데 사정상 출발하지 못했고, 잠정적으로 내년 5월쯤 출발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대한민국에서 쉰 살 먹은 중년사내가 정년퇴직을 한 것도 아니고 명예퇴직을 한 것도 아닌 상태에서 무작정 일손을 멈추고 해외여행을 떠나기는 만만치 않은 일이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꼭 가리라는 열병 아닌 열병을 앓고 있었는데 지난 8월에 ‘인생길 따라 도보여행’ 회원 한 분이 산티아고로 떠난다면서 함께 떠나자는 제의를 해왔다. 가고 싶은 마음이 앞서는지라 덜컥 동행하겠다는 약속을 하고 말았다.
그렇게 해서 대책 없이 무작정 산티아고를 향해 떠나게 되었던 것이다.
▲ 순례자용 여권(Credencial del Peregrino) 프랑세스 코스의 출발지 ST-JEAN-PIED-DE-PORT에서 받은 순례자용 여권
ⓒ 문상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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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티아고를 다녀온 뒤에 그동안 밀린 일과 경제적인 문제 등으로 후유증을 앓는 사람들도 더러 있겠지만, 오히려 나는 산티아고를 걸으면서 깊은 감동을 느꼈다. 그래서 다시 가고 싶다는 열망이 새롭게 솟아오르고 있다.
만일 애초의 계획대로 내년에 산티아고에 가려고 했다면 이런 저런 여건상 떠날 수 없었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작정 없이 떠났기에 그 길을 걸을 수 있었던 것 같다.

 

산티아고 길 위에서 많은 사람들을 만났고, 헤어졌다. 그들은 다양한 국적과 나이, 성별을 가진 사람이었고, 다들 나름대로 어려움과 건강 문제 등 속사정을 가지고 있었다. 물론 종교적인 이유로 순례를 하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그런데 아랍 사람들과 흑인은 보지 못했다.

 

우리나라 사람들도 이 길을 많이 걷고 있었다. 현재 산티아고 순례자 참가국 순위가 6위쯤 된다고 한다. 내년에는 2위로 올라서지 않을까, 하는 전망이 나오고 있는 중이다.

 

앞으로 50일간 걸었던 산티아고 이야기를 하나씩 풀어낼 작정이다. 기록으로 남기겠다는 생각도 있지만 그 길을 걸으면서 느꼈던 감동을 다시 한번 느껴보고 싶기 때문이다.

덧붙이는 글 | 다음 블로그에도 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