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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상현의 카미노 (링반데룽)
아무것도 아니었지 .. 본문
아무것도 아니었지/ 신현림
너는 아무것도 아니었지.
순식간에 불타는 장작이 되고
네 몸은 흰 연기로 흩어지리라.
나는 아무것도 아니었지.
일회용 건전지 버려지듯 쉽게
버려지고 마음만 지상에 남아
돌멩이로 구르리라.
나는 아무것도 아니라도 괜찮고
옷에 떨어진 단추라도 괜찮고
아파트 풀밭에 피어난 도라지라도 괜찮지.
나는 아무것도 아닌 것의 힘을 안다.
그 얇은 한지의 아름다움을
그 가는 거미줄의 힘을
그 가벼운 눈물의 무거움을
아무것도 아닌 것의 의미를 찾아가면
아무것도 아닌 슬픔의 깊은 의미를 만들고
더 깊게 지상에 뿌리를 박으리라.
내가 아무것도 아니라고 느낄 때
비로소 아무것도 아닌 것에서
무엇이든 다시 시작하리라.
시집 <해질녘에 아픈 사람/2004년>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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