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상현의 카미노 (링반데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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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산청우

제주의 억새

까미l노 2011. 5. 25. 23:18

 

궂이 억새트래킹을 나서지 않더라도 한라산 자락에서부터 중산간 목장지대, 해안가에 이르기까지 온 제주는 은빛 또는 황금빛으로 출렁거린다.
늦가을 고즈넉한 분위기를 제대로 느끼고 싶거나 사랑하는 사람과 둘만의 오붓한 시간을 원한다면 숙소와 가까운 억새 포인트를 찾아가자. 온몸으로 가을을 재촉하는 은빛 억새가 여행객을 반겨줄 것이다.


1만장굴 뒷길

대표적 용암동굴이자 세계적으로도 길이가 긴 동굴로서 그 아름다움과 희귀성을 인정받아 천연기념물로 지정보호 받고 있다.
만약 만장굴이나 인근의 미로공원 등을 여행중이라면 잠깐 짬을 내어 이쪽 길로 핸들을 돌리자.
관광지의 소란스러움이나 번잡함은 어느새 잊고 늦가을 제주 중산간의 황량함 마저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거친 듯 보이지만 실상은 젖가슴처럼 부드러운 오름의 곡선과 바람따라 흔들리는 은빛 억새의 향연, 고운 보랏빛이 앙증맞은 쑥부쟁이 청물이 똑똑 떨어질 것 같은 파란 하늘과 두둥실 떠가는 흰구름 등등...
봄, 여름과는 또다른 느낌으로 다가오는 제주 중산간의 쓸쓸함 마저도 사랑하게 되리라.
이곳 억새는 이처럼 주변 자연환경과 잘 어우러져 있기에 튀는 맛은 없다. 억새 이외의 다른 식물은 좀처럼 찾아 볼 수 없어 마치 억새나라에 온 것 같은 착각을 불러 일으키는 집단서식지와는 그래서 차이가 있다. 떠나는 이 가을을 조용히 나 혼자 즐기고 싶다면 적극 추천한다.

2남원-조천1118번삼다수공장주변

제주 전역이 억새밭 천지이기 때문에 특별히 이곳이 포인트다 정하는 것은 솔직히 참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그중 여행객들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는 포인트, 제주만의 풍광과 색깔이 배어나는 곳을 중심으로 소개하자면,,,
남원-조천을 잇는 남조로 역시 억새 드라이브 코스로 빼놓을 수 없는 곳이다.
교래를 지나 남쪽으로 접어드는 순간, 과연 여행객들이 왜 이곳을 사랑하는지 왜 꼭 이곳을 추천하는지 첫눈에 확인할 수 있다. 석양빛으로 물든 황금빛 찬란한 억새들은 여행객을 반기는 듯 좌우로 좌우로 바람에 흔들거리고 유럽에 온 듯한 착각을 불러 일으키는 이국적 풍경의 넓은 목장지대가 펼쳐져 있기 때문이다. 이 모든 풍경은 봉긋 솟은 오름과 어우러져 더없이 평화로워 보인다.
특히 매해 10월 성대하게 열리는 억새꽃축제가 이 도로상에위치한 삼다수공장 주변에서 펼쳐지는데, 축제장소로 사용된 억새밭을 둘러봐도 느낌이 남다를 듯 하다.
사람 키보다 큰 억새밭에 들어가 숨바꼭질을 해도 좋고 들판에 풀썩 주저앉아 하늘만 바라봐도 맘이 홀가분 해질 듯...
참, 남조로라 불리는 이 길은 남쪽으로 갈수록 시원한 전망과 함께 억새무리가 장관을 이루는데, 남조로의 또 다른 매력이라면 남쪽으로 접어들면서 노랗게 익어가는 감귤밭을 볼 수 있다는 거다.
은빛 억새에 이어 노랗게 익어가는 귤밭을 보고 있자니 가을은 역시 결실의 계절, 풍요로운 계절임을 실감할 수 있을 것이다.

3신비의 도로’ 숨겨놓은 1117번 도로

제주처럼 구석구석까지 도로가 잘 닦여진 곳도 없다.
해안가엔 해안도로, 섬 한 바퀴 일주를 가능하게 만든 일주도로, 중산간 목장지대를 관통하는 중산간도로, 한라산과 가장 가깝게 위치한 높이의 산록도로 등등...
도로의 위치와 제각각의 풍광이 다른 만큼 드라이브 기분도 다 제각각이다. 제주만큼 드라이브의 즐거움이 많은 곳도 드물 듯 하다.
서부관광도로와 1100도로, 그리고 5.16도로까지를 연결하는 산록도로는 제주의 아웃토반이라 불리는 곳으로 모처럼만의 속도감을 느낄 수 있는 곳이다. 그러나 속도제한이라는 현실적 제약이 쉽게 액셀을 밟게 하지 못한다.
그보다 더 큰 이유는 아마도 주변에서 눈을 떼지 못하게 만드는 이국적 풍광때문이리라. 한라산과 가까이 위치한 까닭에 등반할때의 기분을 맘껏 낼 수 있다.
차를 타고 등반하는 기분으로 드넓은 초원을 가로지르는 기분, 말로 표현 할 수 없으리. 이맘때면 억새까지 가세해서 최고의 드라이브 코스를 제공한다.
멀리 바다까지 보이는 가릴것 없는 시야와 도로 양쪽으로 출렁이는 억새물결은 제주가 아니면 상상도 못할 풍경을 만들어낸다.
특히 1100도로와 5.16도로 중간쯤에 위치한 관음사는 이맘때면 곱게 물든 단풍이 늦가을 정취를 보다 화사하게 만들어 준다. 산에 오르지 않고는 쉽게 볼 수 없는 제주의 단풍을 이곳에선 비교적 쉽게 즐길 수 있다. 한껏 가을 분위기를 잡아보자.

▲이곳은 또한 제주시내가 한눈에 보이는 곳으로 야간에는 시내야경을 보기 위해 야간 드라이브를 즐기는 명소이기도 하다.

4광평-돈내코 1115번

도로환경이 좋은 만큼 제주여행의 묘미는 차를 타고 구석구석 돌아보아야 제대로 느낄 수 있다.
옥빛 바다와 산, 평원 등의 특색있는 자연환경과 어우러진 제주의 도로는 어디나 최고의 드라이브 코스다. 그 중에서도 제주의 푸르름을 맘껏 느낄 수 있는 드라이브 코스가 바로 이길이다. 이 길을 달리다 보면 한라산이 너무 가깝게 느껴져 느낌이 남 다르다.
거기다 해안가 쪽으로 눈을 돌리면 서귀포 해안을 수놓은 범섬, 문섬, 섶섬 등이 앙증맞게 다가온다.
한라산의 곡선을 따라 달리는 듯한 느낌을 주는 도로!! 주변의 경치가 너무나 아름다운 1115번 도로를 더욱 아름답게 하는 것이 있으니 바로 제주의 가을을 대표하는 은빛억새다.
쭉쭉 뻗은 도로라 신나게 속도를 내고 싶은 마음도 있겠지만 뛰어난 주변 풍광 때문에 뒤차에게 양보를 하더라도 전혀 아깝지 않을 듯. 특히 중간중간 정차할 수 있는 공터가 여럿 있어 차를 멈추고 빼어난 경치를 구경하며 억새와 함께 근사한 사진촬영도 할 수도 있다.

▼이곳은 야간이면 선남선녀들이 데이트를 하기 위해 많이 찾는 곳이다. 한낮의 여행을 마치고 데이트도 즐기고 서귀포 야경도 감상하고 싶다면 이곳을 찾으시라. 쉼터 뒤편으로 아주 가깝게 다가온 한라산을 마주 할 수 있을 것이다. 예전부터 서귀포에서 바라다보는 한라산은 사람 옆모습과 같다는 말을 두 눈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다.

 

 

5성읍-성산 1119번

성읍민속마을과 성산일출봉을 연결하는 이 도로는 억새길 드라이브 코스로 유명한 곳. 이곳은 ‘억새오름길이라는 애칭까지 붙여진 유명코스로서 제주 여행객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거쳐하는 길이기도 하다.
이 길의 포인트는 도로 양쪽으로 늘어선 억새와 제주의 오름이 하나의 앵글로 잡힌다는 것.
은은한 은빛억새 때로는 눈부신 황금빛으로 아름답게 빛나는 억새와 부드러운 능선의 오름군락을 배경으로 상쾌한 드라이브를 즐기는 이 기분은 말로 표현하기 힘들다.멀리 나를 뒤좇는 한라산과 점점 가까이 다가가는 성산일출봉, 그 중간지점에 봉긋이 솟아 있는 오름들, 어떤 오름은 전체가 억새로 뒤덮혀 있는 곳도 있다.
온통 은갈색으로 물든 억새오름길. 새로운 계절 겨울이 다가오기 전에 억새의 향긋한 내음에 취해 시원하게 이 도로를 달려보고 싶다.
갑갑한 현실을 떨치고 마치 딴세상으로 통하는 출구를 찾은 사람처럼...가끔 환상을 꿈꾸는 것도 여행을 즐겁게 만들어 준다.

▶이 길은 성산에서 성읍으로 향하는 코스도 좋지만, 성읍에서 성산방향으로 일출봉을 바라보며 달리는게 더욱 좋다.
드라이브도 좋지만 억새 물결의 장관을 보고 싶다면 아무래도 억새 군락지를 찾아가는게 좋다. 억새속에 파묻혀 사진이라도 한장 남기고 싶은 분들에게 추천한다
.

1
산굼부리
군락을 이루며 펼쳐지는 억새를 감상하려면 단연 이곳이 최고다. 도내 최대의 억새 군락지로서,움푹 패인 분화구 오른쪽 능선이 모두 억새로 펼쳐져 있다.
산굼부리는 제주의 오름 중에서 유일하게 폭렬공 기생화산(다른 기생화산이 용암과 화산회가 쌓여서 만들어진 것임에 반해 폭발로 암석이 날려 평평한 지면에 움푹 꺼져 들어간 것)이다.
그래서
거대한 분화구를 보기위해 많은 관광객들이 찾는 명소
이기도 하다. 특히 이맘때면 솜털같이 하얗게 핀 억새꽃을 보기 위한 사람들로 붐빈다.억새사이로 산책로도 잘 정비되어 있어 억새에 파뭏혀 걷고 싶은 분들은 꼭 가보길 권한다.
2 제주경마공원
이곳 역시 넓은 규모의 지역에 억새가 자생하고 있어 억새 명소로 꼽히는 곳이다.
제주경마공원은 세계 유일의 조랑말 경마가 펼쳐지는

곳. 경마장 내에는 각종 놀이시설, 체육시설, 야외공연장 등이 갖춰져 있고, 경마가 없는 날에도 연중 개방한다.
특히 어린이가 있는 가족들은 나들이 겸 들러도 좋을 곳이다. 초지에 방목된 말과 억새꽃의 아름다운 풍경속에서 넉넉한 가을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경마는 주말에 있고(입장료:800원), 주중 경마가 없는 날은 무료입장이다.
3
따라비오름
억새를 조금 더 가까이 만나고 싶다면 오름산행을 계획해 보는 것도 좋다. 특히 동부지역의 많은 오름들 중에서도 억새가 좋기로 소문난 곳은 따라비오름이다.
그 이름만큼이나 오름의 형태도 특이하다. 여러개의 봉우리가 오밀조밀하게 한데 어우러져 있는데 그게 서로 매끄러운 등성이로 연결돼 산 하나를 이루고 있다. 나무 한 그루 없는 미끈한 풀밭오름으로 이맘때면 오름 전체를 억새가 물들인다.

▶찾아가기:제동목장을 거쳐 가시리로 내려오게 되면 가시리 다 들어와서 성읍리와 서귀포방향을 표시한 표지판 사거리가 나온다. 이곳에서 성읍리 방향으로 약 120여m쯤 가면 왼쪽으로 난 시멘트 포장길이 있는데 바로 그 길을 따라 가면 정면으로 보이는 오름이 따라비 오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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