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상현의 카미노 (링반데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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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레퓌스의 벤치

인간으로 태어난 슬픔

까미l노 2010. 4. 1. 22:34

인간으로 태어난 슬픔...류시화

 

넌 알겠지
바닷게가 그 딱딱한 껍질 속에
감춰 놓은 고독을
모래사장에 흰 장갑을 벗어 놓는
갈매기들의 무한 허무를
넌 알겠지
시간이 시계의 태엽을 녹슬게 하고
꿈이 인간의 머리카락을 희게 만든다는 것을

내 마음은 바다와도 같이
그렇게 쉴새없이 너에게로 갔다가
다시 뒷걸음질친다
생의 두려움을 입에 문 한 마리 바닷게처럼

나는 너를 내게 달라고
물 속의 물풀처럼 졸라댄다
내 마음은 왜
일요일 오후에
모래사장에서 생을 관찰하고 있는 물새처럼
그렇게 먼 발치서 너를 바라보지 못할까

넌 알겠지
인간으로 태어난 슬픔을
인간으로 태어나 인간을 사랑하는
무한 고독을
넌 알겠지
그냥 계속 사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게 있다는 것을
그것만이 유일한 진실이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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